편집국장 공인배

민선5기 출범을 앞두고 공직비리 감시장치가 화두다. 지난 6.2지방선거 과정에서 복마전(伏魔殿)으로 지목 된 익산시의 경우, 재입성하는 단체장이나 구성원 모두에게 엄혹(嚴酷)한 시대적인 요구다.

민선 4기 익산시에서는 절차상 하자가 명백한 사업들이 버젓이 추진되었고, 외부의 시정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집행부 내부의 제동장치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시의원들은 견제와 감시의 목소리를 내는 소수 동료의원들 조차 배척했었다.

이번에 원을 구성할 제6대 익산시의회 역시 의원들이 초당적인 의정활동을 각오하지 않는 한 집행부 견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기형적인 역학 구도다. 민선 5기 이한수 호가 마땅히 이행해야 할 '감사기능 독립'이 단호하고도 유효해야 할 당위의 배경이다.

담당공무원이 자살하면서 불거진 절전형 보안등사업(에스코사업) 파동은 암흑속에 떨어진 익산시를 단적으로 방증한다.

특히, 120억이 투입되는 사업의 입찰이 사무관(과장) 전결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시민들은 납득하지 못했고, 재선에 나선 현역 단체장의 석명(釋明)은 궁색할 수 밖에 없었다.

최종 결재권자는 고사하고, 실질적으로 업무를 지휘했어야 마땅한 담당 국장이 업무 추진 절차상 결정적인 문건의 공람에 조차 참여하지 않았다.

누구든지 믿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사실들이다. 게다가 입찰과정에서 응모사업자들간의 담합이 있었고, 그런 행위들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면서 동조한 공무원이 그 대가를 받았으며, 원청업체가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을 발주했는데도, 익산시청내에서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의혹이 배가되는 대목이다.

익산시 에스코사업 비리를 감사한 뒤 혐의점이 포착된 10여명을 사직당국에 고발한 감사원 역시, 익산시가 그토록 비리의 무풍지대(無風地帶)일 수 있었다는 점에 경악하는 모습이었다.

사업이 추진되는 2년 여 동안 수차례의 회계감사와 자체 정기.수시 감사가 있었는데도, 일말의 문제점 조차 포착하지 못한 채 그저 평온 할 수 있었던, 거의 식물 조직에 이른 익산시를 살펴보고 또 살펴 본 감사원이었다.

이런 익산시 조직의 극단적인 해태(懈怠)는 또 한편에 심각한 도덕적 해이 풍토를 조성했다. 신분상승을 위해서라면 망설임 없이 그걸 가능하게 해 줄 쪽에 붙고, 그를 위해 불법을 거리낌없이 척척 저지르는 행태는 거기에서 파생된다.

그 단적인 예를 보자. 소위 힘있는 자를 등에 업은 한 단체가 민선 4기 익산시에 "부지를 기부채납 할 테니 호텔을 지어달라"고 제안했고, 담당 공무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익산시는 형식적인 공모절차를 거쳐 온갖 난관을 돌파하며 같은 단체가 제공한 부지에 익산시 혈세 60억을 투입하는 호텔 건립사업을 관철시켰다.

이 호텔이 준공되면 운영권은 같은 단체에 위탁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라북도의 투융자심사 결과인 '국비확보 후 추진'이라는 조건부 승인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절차상 불법이 횡행하는 가운데, 호텔건립에 따른 익산시의 수요예측은 허무맹랑했다.

다른 지자체들에서 건립한 같은 류의 호텔들이 대부분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보전해야 하는 자치단체의 입장에서 운영 중단을 고려하는 경우도 상당부분 발견되었지만, 익산시는 오히려 흑자를 예측하면서 낙관론의 요령(搖鈴)을 흔들어댔다.

익산시 집행부는 호텔건립사업의 단초를 열기 위한 동의안을 의회에 상정했고, 의회 해당 상임위원회는 이 사안이 워낙 불법투성이 인데다, 사익에 기울었으며 재정적 부담감 때문에 배척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집행부는 상임위의 거듭되는 부결에 굽히지 않고 의회가 열릴 때 마다 안건 재상정을 밀어붙였으며, 반대의견은 갈수록 지리멸렬되었다. 결국 소수로 전락한 부결의견은 2년여 만에 완전히 묵살되었고, 의회의 의사봉은 이후 같은 사안에 대한 '동의'와 '승인'으로 춤을 췄다.

이 호텔 건립은 내달 착공을 앞두고 있다.  민선4기를 지나면서 현안으로 대두된 대부분의 문제들은 위 호텔건립과 대동소이한 양태를 보인다. 또, 의회 속기록은 그런 굴욕의 역사들로 점철되었다.

실질적인 환경조성 ‘관건’

재선이 되어 민선 5기를 이끌게 된 이한수 시장은, 민선 4기의 심각한 오류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 해야 할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비리와 결탁하지 않았다면, 공무원들을 '존중'한 시장이 아니라 '무능'한 시장이었다는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더이상 지자체의 헛돈을 쓰면서 감시와 견제 대상이 될 경우 지역발전을 견인할 동력을 유지 할 수 없다.

힘을 모아 이끄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라는 관점에서 그렇다.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익산시 조직을 건전하게 육성하기 위한 특단의 '감사기능 창출'이 절박한 이유다.  따라서,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은, 민선 5기가 자기제어 시스템을 구축할 시의적절한 수단이 되어 줄 것으로 여겨진다.

같은 법률의 골자는, 민관 합의기구 구성과 그에 따른 개방형 공모를 통해 감사관을 임명, 감사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법률은, 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감사기구는 내부 부정.비리를 1차로 감시하고, 감사원은 자체 감사기구 운영실태 등을 2차로 감시하는 등 상호 역할분담을 통한 다중 감시체계를 형성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뚜렷한 의지를 갖지 않고서는 이 법률은 사문화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익산시의 경우, 이 법률의 요구를 소극적인 수준에서 수용하거나 선언적 의미에 그치게 해서는 새로운 국면으로 옮겨갈 수 없는 지형에 서 있다.

전문성을 갖추고 엄정한 잣대를 들이 댈 수 있는 감사관을 외부에서 영입하되, 누구도 감사기능을 제한하거나 침해 할 수 없도록 실질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