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교훈을 그대로 웅변한다. 바르게 지어지지 않은 집은 무너지게 마련 아닌가. 무너질 것이 뻔한 집에 살면서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심코 살던 우리가 간혹 고개를 들 때 그런 부조화의 현실은 너무나 낯설다.

우리는 큰 집에서 몇 안 되는 가족을 꾸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공공재(公共財)나 여가(餘暇)를 위한 편익의 질은 더 높아졌지만 시간은 부족하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그 결과물들이 대량 양산되지만 패악과 패륜은 더 많이 활개를 친다. 전문가들은 과잉 배출되지만 풀리지 않는 문제는 더 생긴다. 약은 넘쳐나지만 환자는 더 늘어난다. 부(富)를 축적한 자가 많아졌지만 삶의 가치는 갈수록 줄어든다. 초고속시대의 드넓은 교통망과 네트워크를 가졌지만 편협한 시각은 여전하고, 과도할 정도로 사들이지만 그로 인한 즐거움은 미미하다. 신체 조건은 양적으로 진화했지만 인격을 가진 이는 드물다. 음식은 다양해졌지만 몸에 해롭고 영양소는 줄어들었다. 맞벌이를 하며 그럴듯한 집에서 생활하지만 이혼율은 늘고 결손가정도 더 많아졌다. 촌각을 다투며 우리 길을 가지만 그 길 위에서 이웃과의 소통은 힘겹기만 하다.    

우리의 결핍은 바로 불균형이다. 느리게 가야 할 곳에서 빠르게 달리고, 자족의 수위를 낮추지 못하고, 과잉을 조절하지 못한다. 이익(利) 앞에서 필요한 옳음(義)의 잣대를 상실하고, 남에게는 이익을 주되 나는 옳음을 먼저 취하는 자족으로 위신을 세우는 지혜가 퇴화한 까닭이다. 이런 부조화들은 균형을 잡아갈 '자기반성'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최근 한 노인요양병원장의 망발은 그 '반성'이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게 한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병원은 같은 병원의 환자 200명 가운데 150명에 대한 부재자 또는 거소자 신고를 했고, 선관위는 이들 유권자들에게 선거관련 정보와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발송 했다. 그러나 이 병원의 유권자들은 단 한사람도 직접 투표용지에 기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병원에서 기표된 투표용지는 개표장으로 반입되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환자의 가족들이 병원을 찾아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같은 병원의 이사장을 허위투표를 한 장본인으로 지목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병원 관계자들은 환자 가족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찍었으니 걱정말라고 회유하여 그들을 돌려 보냈다. 이 과정에서 환자 가족들과 병원 관계자들은 지지 후보의 이름까지 거명하는 촌극을 벌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의 전모는 그렇게 전해졌다.

그런데 이 노인요양병원장은 현장 확인을 위해 나간 기자의 차량을 병원 직원들 차량으로 가로막는 등 이동을 강제로 제한하며, 병원직원들 수명과 함께 조직폭력배를 방불하는 폭력적 수단으로 30여분 동안 기자를 강박했다. 그 과정을 보면 가관이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은 말할 것도 없고, 위압적인 고함질과 인격을 유린하는 비아냥, 수차례에 걸친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는 으름장이 거칠게 자행됐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치에도 닿지 않는 '주거침입'을 운운하며 경찰을 불렀고, 경찰이 있는 가운데서도 패악스러운 위세를 그치지 않았다. 그의 이런 수치심이 없는 행위는 현장을 떠나서도 계속 되었다. 병원장은 자신의 주변사람들을 총 동원해 기자와 본지 관계자들에게 전방위적인 위협을 가했다. 짐짓 본지의 무슨 약점을 알고 있으며 이를 사법기관에 수사의뢰 하겠다고 주변에 퍼뜨리는 수법의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문제의 노인요양병원 말고도 또다른 병원의 병원장이다. 그가 가진 재산도 서민이 보기에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무엇을 더 갖고자 하는지 가늠되지 않는 조건이다. 그는 한 분야에서 성공한 엘리트다. 그러나 그 내용물로 갖춘 것은 안하무인적 오만불손 뿐이다. 윽박지르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태도의 일변도는,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잡배에 불과하다는 방증이다. 그가 운영하는 병원이 정치권력의 도구가 되어 부정선거행위를 저질러서 얻은 대가는 더 큰 집일는지. 또는 더 넓은 땅일는지. 그것을 죽을 때 다 놓고가야 한다는 것은 아는 정도가 될 터이니, 그는 대물림할 부(富)에 희열하였을까. 이 경우에, 그런 불의(不義)의 대물림은 치욕이며, 그것은 계보의 단절을 초래한다는 것은 추호도 고려하지 않았을 천박성을 마주한다. 아니면, 그는 단순히 정복을 즐기는 게이머의 자극 지향에 빠져있는 것인가. 그 때문에 위신 따위는 헌신짝 버리듯이 하고 승냥이 처럼 이익을 쫓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무엇이든 볼품없고 초라하기 짝이없지 않은가.

자기반성

이런 부조화의 중심에는 조급성이 있다. 순리를 좇아 시나브로 이루려 하지 않고 단숨에 목표를 향해 매진한데 따른 부작용이다. 시작 할 때는 '빨리 이루고 길게 누리자'는 의도를 세웠지만, 목표를 달성했을 때 곧바로 목표를 수정하는 바람에 성취를 즐길 겨를도 없다. 더 큰 목표는 늘 저 멀리에 있고 달리다 보면 과거에 목표를 달성했던 기억조차 희미해진다. 결국 목표는 언제나 달성하지 못한 상태가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달리고 있지만 좌표 조차 상실한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즐비하다. 공허감과 불만족이 만연하며 본능에 충실한 문화는 그런 조급한 인류를 위로하는 유일한 출구가 된다.

우리의 발 길을 멈추게 하는 것은 바로 '반성'이다. 그것은 과잉을 억제하는 기제이며, 균형을 찾아가는 나침반이다. 이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에 동화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성'은 모든 것을 비울 수 있게 하며, 새로운 것은 채울 수 있도록 해 준다. 또  그렇게 작용하는 매 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또한 '반성'은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혹독하며, 그런 자신을 사랑 할 수 있게 하면서, 타인과 나눌 수 있게 해 준다. 나아가서는 자신을 알게 하며, 자신이 가진 것을 주변과 함께 누리도록 해 준다.

알이 타력에 의해서 깨어지면 죽음이지만, 스스로 깨면 부화한다는 섭리에 비추어 우리의 수상한 일상의 부조화를 바로잡을 유일한 단서, 그 '자기반성'의 의미를 새삼 반추하게 해 준, 길을 잘못 든 저 병원장에게 오늘 '반성'을 선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