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지난 6월 3일, 12일간의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방정치인들에게 스톱워치의 바늘은 영을 가르키며 4년을 향해 새롭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낙선자들은 쓸개를 핥으며 다음을 모색하는 가운데, 당선자들은 최선을 다 한 끝에 꿀의 향연에 취한다.
열에 들뜬 승자와 급랭 된 패자의 희비쌍곡선은 불안정한 기류를 형성, 지역사회 전반에는 한 동안 복잡 미묘한 분위기가 머무를 것이다. 패자는 대개,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점을 못내 미심쩍어 한다. 더구나 투명하게 선거에 임했던 이들은, 선거과정에서 여러가지 탈.불법 의혹을 야기한 상대방 승자에 대해 쉽게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선거는 자유의지의 사출구(射出口)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언제나 존중되어야 하고, 결과가 나온 이상 과정은 거론할 대상이 아니며, 그런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원칙은 더이상의 갈등을 막아 지역사회의 분열이나 비용의 낭비를 줄이는 순기능을 지닌다. 그래서, 선거기간 중에 부정행위를 보다 더 철저하게 감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기만 하다.
어떤 경쟁의 결과든 패자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도록 한다는 점에서 약이 된다. 이는 지역공동체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익산지역에서 그런 자각은 극히 소수의 낙선자들의 것에 불과한 듯 하다. 오히려 패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패자들이 더 많이 목격되고있다. 공동체가 치명적인 오염원에 노출된 지형이다. 그들은 방법을 달리 할 것이다. 선출직에 나아갈 자질을 갖추고 올바르게 시험을 치를 준비를 하는 대신, 소위 지역에서 먹히는 정당의 지역대표에 줄을 댈 것이 확실하다. 이런 폐단은 지방자치가 실시 된 이래 누적을 거듭해 온 폐습의 총체(總體)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어떤 승자의 선거 결과든지 반드시 과정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여기에 별다른 근거를 대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부정행위는 양지와 음지를 막론하고 성행 했었다. 이런 지형에서의 선거 결과는 대부분의 승자에게도 독(毒)이 될 공산이 높다. 자치단체의 집행부나 의회의 선출직 공직자들은 묵계(默契)와 야합(野合)으로 무슨 대단한 일들을 벌여, 재정을 축내고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개의 부가이익을 취할 수 있다.
지각있는 유권자들 상당수는 그들 승자가 공천을 산 본전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을 기망하며 특정인이나 단체에 특혜를 주면서 보너스를 챙기리라는 추측에 길들여져 있다. 또다시 공천을 사기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때 보다 공천헌금설이 난무했던 이번 6.2지방선거가 극명하게 남긴 불신이다. 대두된 의혹이 진실이건 아니건 그런 불신의 책임소재는 분명히 가려야 할 부분이다. 지방선거의 승자들에게는 사회적 공헌과 참여, 헌신을 이끌어내야 할 책임이 부여되어 있지만, 스스로 조차 부끄러운 지경 아닌가.
지난번 선거보다 약간 높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투표율은 과반을 약간 넘었다. 이같은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감에서 비롯한다. 일상의 빠듯하고 복잡한 삶에 지친 유권자들은 특히, 정치인들을 다른 부류로 취급하며, 정치참여가 자신의 일이 아닌 정치인들과 그들을 둘러싼 다른 세계 사람들의 것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가뜩이나 극도의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태는 피해의식을 양산하여 각박한 삶을 연출하는 가운데, 정치적 불신이 더하여 우리의 공동체는 뿌리부터 썩고 있는 것이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이들이 줄어들고 한 방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실이다. 우리는 요행수를 노리며 눈치껏 남을 밟고 올라서려는 천박한 풍속도 안에 서 있다.                  
우리 정치의 성패를 가늠 할 바로미터는 바로 '참여율'인데, 우리의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남루한 일상을 어루만지기는 커녕 이질감만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에게 '내 일'이 아닌 정치의 설자리는 어디인가. '당선'이라는 결과가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선거 과정에 따라 얻어지지 않는 한 정치인의 지위는 그저 기만의 처세와 기술로 포장된 장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과정에 의해 결과가 도출되는 선거가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게 되면 정치인이 결과에 책임지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승자는‘참여’의 매개, 정치 위상 높여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발붙이지 못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지더라도 끝까지 당당하고 올바른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인들의 입문이 보장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당선자가 주어진 책무를 도외시 하면서 잿밥에만 혈안이 되는 악습을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치인을 부패시키는 촉매제인 정치에 대해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깨워야 한다. 자신이 뽑은 지도자가 올바른 정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항상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심판할 유권자들을 육성해내야 한다. 그런 환경을 조성 할 책임은 다름 아닌 승자들에게 있다.
패자를 포함한 공동체의 성원 가운데 누구든지 자치에 참여하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승자 스스로 '참여'의 통로가 되어 협치를 매개해야 한다. 지역공동체의 합목적적인 발전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고 상생하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부터가 진정한 경쟁의 시작이다. 이제 정치 시장에는 유권자가 가치있고 비싼 인물을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인재 풀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들이 유권자들 가까이에서 상시적인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치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워 나가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이 시대의 정치가 위상을 되찾을 수 있다.
승자는 특히, 부족한 자질을 연마하여 채우는 가운데, 여러 말을 들어 스스로 밝게 하고, 건전한 사고로 자치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을 거울로 삼아 독단의 오류를 방지해야 한다. 이는, 패자가 제기하는 부정한 당선 의혹을 일소(一掃)할 방안이기도 하다. 승자들은 다음의 순자(荀子)의 말을 주어진 임기의 방향타로 삼아보면 어떨까 한다. "위정자는 마치 배와 같고 백성들은 물과 같으니, 물은 배를 뛰울수도 있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