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 일이지만 진실을 그대로 말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수용자의 저항력이 그 충격을 견디지 못 할 것이 예측되거나, 거짓 된 기류가 팽배하여 진실이 설 자리가 없을 때 그렇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편향 된 분위기에 휩싸여 거짓을 진실로 믿고 싶어하는 때는, 진실을 말하는 자가 오히려 거짓 편에 선 것으로 오해 받는 경우가 허다 하다. 대개,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로 오인되는 때는, 특정한 바닥 정서에 부응하는 사건이 불거지고 거기에서 조응(照應) 된 추측이 생산되어 폭넓게 유포 된 상황에서다.

이 때 일차적인 책임은 바닥 정서에 불신이 움트게 한 주체에게 있다. 나아가 불신을 지속적으로 가중시켜 종국에는 추측이 진실 행세를 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도록 했다면 그 책임은 막중하다. 지방선거에 돌입하면서 익산시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은 그런 불신이다. 에스코(절전형 보안등 교체사업)관련 비리 사건이 터진 뒤 단체장 배후설이 생산되고 확산되었지만, 진실은 산불 같은 거짓 앞에 물 한바가지 만도 못했다. 선거가 끝날 때 까지 에스코 관련 유언비어는 이번 선거판의 유효한 쟁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

불신을 키운 기제는 우선 바닥 민심을 경시하는 정치인의 풍조였다. 익산시의 경우, 지난 4년 동안 단체장의 지자체 운용과 관련한 갖가지 의혹과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로서 관련 사업을 백지화 하거나 중단한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의혹과 비판에 대한 석명(釋明)은 일절 하지 않은 채 해당 행정행위를 강행하는 일이 예사였다. 이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절차상 하자를 밥먹듯이 저지르면서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지형을 조장했다. 민선4기 동안 익산시 공직사회의 분위기는, 검은 거래만 없으면 특정한 목적을 위한 재량행위가 법을 일탈해도 좋다는 의식이 만연했다. 탈.불법과 형평성 부재에 따른 공공기관의 존폐론이 대두되어도, 해당 사안과 관련한 뒷거래가 없는 한 별도의 해명이 필요 없다는 식의 모르쇠가 이제는 폐풍으로 자리잡았다. 자치단체 안에서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면서 주민들의 불신을 키워 온 원인이다.

더구나 에스코사업은 담당공무원의 검은거래가 드러났고, 그는 비리와 관련한 저변의 진실을 안고 살아서 자신이 받을 불이익을 자살로 상계했다. 이 사건은 입찰비리로 압축되며,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과 업자, 민간인 등 10여명이 직·간접적인 관련자로 적발되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랐다. 감사원은 이미 단체장이 이 사건 비리와 무관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런 진실은 바닥 정서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추측에 의해 가공된 진실이 여과 없이 바닥 정서에 안착했다. 더구나 담당 공무원의 비리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단체장에 대한 근거없는 루머는 가공할 만한 폭발력과 확산속도를 보였다.

사실, 에스코와 관련해서 익산시장은 최종결재권자로서 단 한번 권한을 행사했다. 이 사업을 추진할 것이냐의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에스코는 기존 150W보안등을 70w로 교체해서 80W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다. 사업자는 국가의 보증에 의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비를 조달, 보안등을 교체 한 뒤 5년 동안 에너지 절감분의 수익을 보전 받아 채무를 변제하고 잉여이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5년 뒤 부터는 에너지 절감분의 이익을 사용자인 주민들에게 공여하는 사업이다. 사업추진을 결정했을 때 자치단체의 리스크 부담은 제로였다.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이후 부터 입찰까지는 대부분 사무관 전결로 처리됐고, 이 때까지 익산시장은 단 한 차례도 사업 추진 사항을 보고받거나 의견을 개진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재선에 도전한 민선4기의 익산시장은 참을 말하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석명을 시도하지만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외려 도덕적 책임론까지 칼이되었고, 그의 몰골은 만신창이다. 눈 앞에 있는 참과 거짓을 가려서 바로잡힐 일이 아니기에 고립무원일 따름이다. 오랜 동안 제기 된 의혹과 비판을 방치하면서 민원을 묵살해 온 결과다. 추측으로 가공된 진실은 야차(夜叉)와 같다. 그는 눌린 목을 풀 수도 피할 수도 없으며, 저항할 수록 조여오는 왜곡된 정서의 완력 앞에 속수무책이다. 그는 이미 돌이키거나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당해야만 하는 처지에 떨어졌다.

당선자의 제1 덕목은 ‘소통’

시민들의 눈에 들어오는 피사체 가운데 단체장은 그 무엇 보다 크다. 그가 대딛는 한 족장의 울림이 지역사회 전체에 공명하기에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열심히 하고 잘한 일이 많은데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성찰이 필요한 국면이다. 자치단체와 주민간의 소통 장애는 선출직 단체장의 손해에 그치지 않고 주민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며, 지역사회 성원 모두가 과도한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유해환경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주민의 복리(福利)를 높이기 위한 행위는 직접적인 효과 이외에도 지역공동체의 '희망'을 배가하는 효용성을 동반해야 한다. 하지만 바닥 민심에 고착화된 부정적인 인식이 긍정적인 결과물의 축적을 방해한다면, 네거티브화 되는 사회병리를 치유하는 데에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이틀 앞 둔 지금, 익산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린 기제는 바로 '불통'이다. 민선4기 들어 그 어느 때 보다 '혁신'과 '협치'가 화두로 대두되었지만, 형식적인 움직임에 불과했거나 구호에 그친 데에서 비롯했다. 자치단체가 많은 일들을 벌였고 해낸 일도 많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그에 따른 비전이 회자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로인한 부작용이나 그런 일들의 저변에 대한 의혹이 더 많이 불거졌고, 단순히 해명으로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도외시하여 의혹들을 축적시켰다. 그렇게 4년이 지났다.

이제, 불신에 따른 비용을 단체장이 지불해야하는 엄혹한 현실이다. 선출직인 이상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할 역작용의 진원지가 '불신'이라는 뚜렷한 교훈을 마주한다. 이틀 뒤에 가려질 당선자가 제1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것이 바로 '소통'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