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스터(cluster)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기업, 대학, 연구소 따위가 한 곳에 모여, 상호 작용을 통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창출로 성과를 극대화 하는 구조적 결합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특정 클러스터 구성 요소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해소하여 경제 주체의 창의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따라서 클러스터의 동력은 곧 '집적화'이고, 구성 요소들 중 하나라도 빠지면 구동되지 못한다.  

그런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익산 왕궁에 입지 선정 된 직후, 구성요소 가운데 연구·개발분야(R&D)를 타 지역에 분리, 구축해야 한다는 중앙 관련부처의 부적절한 견해를 만나 한 동안 공전한 바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무산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조성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 오는 25일 그 결과를 납품할 예정인 한국개발연구원이 항만, 공항 등 인프라부족 등을 이유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내용이 미리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당초대로 추진하도록 자치단체 차원에서 철저한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아무래도 그럴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관내에서는 최근,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완성을 위해 전북대학교 농과대학이 익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익산시장은 "꼭 이전해야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그 이유로, 원광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에 식품환경과를 비롯한 식품영양과, 생명과학부 등이 있다는 점과, 전북대 익산캠버스가 바이오식품공학을 비롯한, 생명자원소재공학, 환경생명공학, 한약자원학 등 환경생명자원대학으로 새롭게 출범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식품가공에만 국한하는 관점으로, 클러스터에 대한 이해부족이거나 개념 정립이 안 된 접근 태도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왕궁에 입지되는 순간부터 익산 전역의 농가와 농업경영체, 농산업체 등을 구성요소로 흡수하도록 결정되어졌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이들 지역내 구성요소 등과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경쟁과 협력을 통해 지역농업 혁신의 상승효과를 이루어가는 집합체로, 지역의 농업관련 전후방 산업을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이로 인해, 지근거리의 산지와 식품가공업체들은, 저렴한 물류이용에 따른 생산코스트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선도가 높고 믿을 수 있는 원자재 수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같은 클러스터의 산업적 기반이 되는 하부구조와 산업체 요구의 상호 작용은 질 높은 제품 생산으로 이어져, 기업 이미지를 크게 상승시킨다.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법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최적의 환경에서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최대로 생산하여 저렴하게 공급하는 산지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결과물들은, 다름 아닌 기초농업을 탐구하는 농과대학이 창출한다.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떠나서도 농업은 자치단체 정책의 핵심에 놓여야 한다. 농업은 21세기 첨단 과학을 흡인하고 소비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이 농대로 몰린다.

'씨감자'는 이 나라의 대표적인 소산물이다. 그동안 인류가 심어온 씨감자들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감염 되는 손실을 입어, 1ha당 평균 10~15톤을 수확해 왔다.

그런데 네덜란드의 농업 인재들은 콩알만한 무균 감자 씨를 개발해 1ha당 40~50톤을 생산하는 시대를 열었다.

익산시는 국가식품클러스터야 말로 국가의 운명이 걸린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관점을 좌표로 삼아야 한다. 몇개의 식품제조업체를 유치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정도로는 결단코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