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은 민선 4기 익산시 의회에서 대두되었던 이슈들을 속기록에서 찾아 보도하고 있다.

적출되는 내용들이 각기 주어진 시기의 첨예한 쟁점이었던 탓에 관련 당사자들에게는 눈엣 가시가 되는 듯 하다.

혹자는 "지나간 일을 무엇하러 다시 거론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다. 여기에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퇴행'이라는 한 발 더 나아간 논지를 얹어 부담을 주는 이도 있다.

나름 일리는 있다. 대저, 의회는 가부를 결정하는 대의기관이다. 집행부가 상정한 안건을 놓고 어떤 형태로든 찬반 논란을 극복했거나 다수결을 따랐다면, 이를 재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런 면책은, 정상적인 절차에 의하고 상대 다수 시민의 의사를 대신했을 때 통용 된다.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간 이해 관계의 한편에서 야합하거나 부조리와 불법을 묵인하는 의원들이, 완성된 의사결정에 대한 일사부재리 원칙을 도피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익산시의회의 속기록을 살펴보니, 현안문제에 대해 일절 함구한 의원들이 대다수였다. 별다른 논의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표결에 붙여 처리한 안건도 있다.

절차상 하자가 명백하여 계속 부결되던 안건도 집행부가 계속 재상정하면서 밀어붙이면 이내 가결되는 상식 밖의 일이 속출했다.

집행부는 5대 익산시의회史에서 "집행부 스스로 수용하지 않으면, 의회의 의지에 의해 폐기처분되는 안건은 없다"는 신화를 썼다.

이런 '강(强)시장' '약(弱)의회' 현상은 또다른 폐해를 낳았다. 집행부나 이해관계 집단의 불순한 저의를 줄기차게 조명하는 의원은 필연적으로 왕따가 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의원들이 현저하게 전의를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가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되지 못하고 폐쇄적으로 흐르면 그나마 동력을 상실하고, 그 모든 댓가는 시민들이 치러야 한다. 이런 폐단을 직시하는 우리들의 주눅든 왕따 의원들에게 '속기록'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소통신문은, 집행부의 막가는 행태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냉담한 의회 안에서 존재를 잃어가는 의원들을 재조명할 필요에 무게를 두었다. 

집행부의 의회 경시풍조는 공복이 시민들을 멸시하는 것과 같아서 결코 용서받을 사안이 아니다. 대의기관의 의사를 무시한다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속기록에서는 의회가 집행부의 시민 멸시행위를 응징하는 대목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은 고용주로써 '주민소환'이라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 없이는 협잡을 일삼고 무능력한 피고용자를 해고 할 수단을 지니지 못했다.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본분을 망각한 의원들을 신성한 의회에서 솎아내는 일은 선거라는 수단 뿐이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그들 의원을 시민들이 최대한 가까이서 볼 기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소통신문의 속기록 보도의 출발점이었다.

속기록을 보존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성찰을 위한 것이다. 두루 아는 바와 같이 익산시 집행부나 의회는 자신의 과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바가 없었고, 불가피성을 지닌 과오라 하더라도 석명을 하는 일도 없었다.

언론이 이를 조명하지 않는 이상, 시민들의 바람과는 너무 동떨어진 의원들의 부끄러운 행태는 그대로 묻힐 게 뻔하다.

우리 지방자치의 문제는 과오에 대한 엄격한 자기반성과 책임의 부재에 있다. 용서와 화해를 구하려거든 먼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다시 한번 기회를 갖고 싶다면 과거의 악습과 타성을 과감하게 파괴해야 한다. 정당에 적당히 기생하려하지 말고 책임의 주체로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