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새청사 파동은 17개월이 지난 오늘까지 시민들의 정서 저변에서 여전하다. 익산시가 일방적으로 중도하차한 데 따른 여진(餘震)이다. 석연치 않은 시작과 불투명한 추진 과정은 지역내 도.농간 갈등을 심화시켰다.

애초에 엄존하는 부작용을 간과한 시작이었다. 우선, 북부권과 도심권 주민들의 의견 충돌이 뚜렷하게 예고 되는 상황이었다.

13년 전 도.농통폐합 당시 익산군과 이리시는 요인이 생길 경우 북부권에 행정타운을 건설 하기로 철석 같은 약속을 했다. 통합을 반대하는 익산군을 회유하는 방책으로 이리시가 제안한 인센티브였고, 이는 도.농 통합의 결정적인 촉매로 작용했다.

또, 민선4기 들어 '새청사건립 후보지 선정용역'이 발주 된 때는, 자치단체장이 세번째 바뀌는 과정을 겪으면서 도.농 통합시 체결한 시-군간 협약의 공유가 약화 된 시기였다. 게다가 현 익산시 청사를 중심으로 한 주변 도심은 영등동이나 부송동 등 신도시의 빨대 현상에 따른 극심한 공동화를 겪고 있었다. 시-군 통합으로 구가할 시너지 효과를 꿈꾸던 때와는 사뭇 다르게 역전 된 구도심의 처지였다.

익산시가 새청사건립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북부권과 도심권 주민들의 정서를 전체적인 틀에서 조정하고 최대공약수를 구했어야 할 이유다.

전문가들은 새청사건립 중단 사태 직후, 후보지 선정 용역을 발주하기 전에 주민들의 정서를 조율하는 데 1년도 모자랐을 것이라고 했다.

양 권역의 분열 된 사고를 결집시켜 주민들이 객관적인 결정에 따를 것을 서약하도록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공황상태에 빠져들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익산시는 1년은 고사하고 단 하루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았다. 새 시장이 취임하면서 곧바로 '새청사건립 후보지선정 용역을' 발주 했다. 이런 책임성이 희박한 행정행위의 결과를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당초, 양권역의 정서적 통합이 선결돼야 한다는 현실적 당위를 익산시가 몰랐을리 없다. 더구나, 익산시는, "새청사는 당연히 북부권으로 와야 한다"는 정서와, 도.농 통합으로 아무런 실익을 얻지 못한 도심권 주민들의 "장기간 묵은 협약은 무효다"는 정서를 잠재울 후보지 선정의 절대적인 척도를 가지고 있지도 못했다.

시작이 위험한 행정행위였던 만큼, 익산시의 새청사 건립 유보 발표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또, 익산시 의회가 이를 몰랐을리 없다. 의회는 새청사 건립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고 다소 더디고 까다롭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올바른 수순을 밟도록 했어야 옳았다.

조건없는 열린 토론회나 다각적인 논의를 통한 지역간 이익 배분 등 합리적인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

용역기관의 '평가지표'라는 낭떨어지 협소한 험로에 서로 충돌하는 양권역의 주장들을 몰아넣으면 공멸하는 꼴이 연출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회는 그런 결과가 예정된 어정쩡한 상태에서의 공청회를 지켜본 것이 고작이다. 재정은 나중에 다뤄도 무방한 문제 였다.

의원들이 의도한 바 대로 중장기계획에 따라 새청사건립이 추진되었다면, 이미 발주한 용역비로도 충분했다.

당장 새청사 입지 후보지를 결정하는데 적정한 시간을 투자했다면, 새청사 유보 결정으로 잃어버리게 된 4년은 없었을 것이다.

쟁점은 있었지만, 실효를 추구하는 힘의 집중이 없었다. 극소수 특정한 의원들만이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발버둥 치면서 자괴감을 느끼는 현장이 곧 힘이 분산 된 의회의 자화상이다.

의회가 뒤늦게 '청사신축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민선4기 익산시는 특유의 '모르쇠' 전술로 굳히기에 들어갔다.

새청사 건립 중단 이후에도 그 파동이 여전한 것은, 익산시가 환부를 드레싱하지 않고 봉합해 버린 것을 의회는 번연히 알고도 침묵하며 요행을 바라는데서 비롯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