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20년 가까이 공전하던 새만금종합실천계획을 발표했다. 김완주 도지사는 이에 화답하여 청와대로 편지 한 통을 보냈는데, 감사의 마음을 담은 몇 대목이 뜻한 바 없는 물의를 일으켰다.

민주당 강경파가 주축인 '민생모임'이 '이명박 용비어천가'라고 혹평한 구절들을 모아 보니,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 절을 올립니다. 대통령님 정말 감사합니다.

새만금사업의 가치와 역할을 올바르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금 같은 기회를 잡고도 20년 가까이 터덕거렸는데 이명박 대통령님의 결단과 추진력 덕분에 드디어 본격 개발에 접어들게 됐습니다. 저와 전북 도민들은 대통령님의 훈풍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등이다.   

민주당은 '해당 행위론'을 들고 나와 김 지사에게 사죄와 사퇴 압력을 가하고, 일부 언론들도 '비굴한 저자세는 예(禮)가 아니다'는 뜻의 과공비례(過恭非禮)를 부각시키며 한 마디씩 거들고 있다.

이렇듯 김지사가 뭇매질을 당하는 가장 큰 원인은 타이밍이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이후 의원직 사퇴 등 배수의 진을 치고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 줬다는 정서에 지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지사를 비난하거나, 출당 조치를 운운 할 입장이 아니다. 잘 알겠지만 새만금은 전북의 미래다. 적어도 도민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새만금과 관련한 20년 허송세월 안에는 민주당 정권 10년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민주당은 무엇을 했는가.    

청와대가 정당간 중대한 대치국면에서 김지사의 편지를 공개한 저의는 불순하다. 하지만, 이는 현 정권에서 새만금종합실천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가능한 공작적 행위였다.

따라서 김 지사로 하여금 감사의 편지를 보내게 한 민주당의 책임은 적지 않다. 더구나 민주당은 애써 외면하고 싶었겠으나 김지사의 편지는 다른 부분에서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새만금이 날개를 펴기 위해서는 공항과 항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새만금이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훈풍을 불어 주십시오."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민주당이 출당 조치를 거론하는 준거로 드는 김지사의 감사의 표현은 불안감의 발로다. 새만금종합실천계획을 발표했으나 그동안 전라북도에서 추진되었던 국책사업들이 쥐꼬리 예산 때문에 지지부진 장기화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중앙정부가 적기에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는데 확신을 갖기 어렵다.

또, 기왕에 그려진 새만금 청사진이 공항과 항만을 누락시킬 경우 반쪽짜리로 전락 할 수 있다는  김 지사의 걱정은 너무나 당연하다.

사업 완료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사업계획에 보다 큰 비전을 담고 싶어 하는 것이 비단 도지사의 염원인가.

지극히 실리추구를 위한 김 지사의 정치적 수사(修辭)를 두고 민주당이 배신행위 운운하는 것은 최소한 고려 해야 할 역학관계를 생각지 못한 결과다.

지역에서 추진되는 국책사업과 관련해서는 해당지역이 중앙의 의중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는 협력과 교섭만이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 미디어법 등 정치현안과 민생문제가 산적한 시점에서 김 지사의 사신(私信) 공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덮지 못하고 불필요한 뉴스거리를 만들어주는 민주당의 한계를 본다.

김 지사로 하여금 편지를 쓰게 만든 민주당의 정치력이야 말로 해당행위의 근원이라는 점을 성찰해야 할 때다.

또, 예(禮)는 평소 행하는데에 불편을 느끼지 않지만, 예를 논하고자 하면 어렵다. 본디, 제사에서 비롯한 예의 격식은 시대에 따라 고쳐지거나 없어지는 등 변천을 거듭해 왔다.

예는 시간과 공간, 관계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는 속성을 지닌 것이다. 김지사의 편지는 공문형식이 아니라 사적으로 대통령에게 전달 되었다.

여기에서 그 공손함의 정도를 잴 기준은 무엇인가. 따라서 과공비례의 논법은 부적절하다. 다만, 시궁창에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돌을 던져 오물을 뒤집어 쓴 김완주 도지사의 행위가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