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제7.8대 익산시의원

얼마 전 학생들의 놀라운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듣는 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꿈의 오케스트라 익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하는 사실에 부끄럽고 속이 너무 상했다.

2019~2020년경 ‘꿈의 오케스트라’에 참여한 초등학생 아이 몇몇이 익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 공연 당시 가짜 연주를 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관계자들이 연주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악기 연주를 하지 말고 켜는 척만 하라고 시킨 것이다. 2019~2020년경은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이 시작된 지 10년 정도가 흘러 상당한 성과가 쌓인 시점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2년 동안 매주 2회씩 다녔지만 공연을 할 수 있는 정도에 연주 실력이 쫓아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충분한 설명을 통해 무대에 서도록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왜 구지 가짜 연주를 시켜가면서 공연에 서도록 했을까?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했는지 변명을 들어보고 싶다. 당시 공연 영상들은 성과적인 발표회처럼 포장되어 익산문화관광재단 유투브 채널에 홍보되어 있다. 가짜 연주에 동원된 그 아이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그 기억은 누가, 무엇으로 보상을 한단 말인가?

이 사업의 취지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 찾아보고 살펴봤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관장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교육을 모티브로 시작된 ‘꿈의 오케스트라’는 정부에서 2010년부터 거점도시를 선정, 지원하고 있다. 전국 8개 거점기관, 단원 470명으로 시작해 2022년 기준 52개 기관에서 단원 3천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이들 2만여 명이 ‘꿈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성장하면서 음악을 통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삶의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익산시는 1기 거점기관에 선정되어 올해 14년째 운영하고 있다. 익산시는 “꿈의 오케스트라 익산은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사업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영재를 육성하는 교육이 아닌 ‘즐길 수 있는 예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지향하고 있다”며 매년 성과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의 객관적인 효과 측정을 위하여 교육에 참여한 아동·청소년 대상 다각도의 아동변화연구(2016~2021)를 진행하여 아이들 개개인의 놀라운 성장과 사회적 효과를 보여준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구체적인 성과로 학생 개인은 합주교육과 연주회 참여 등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신감, 자존감이 향상되었고, 가족, 학교, 사회에 관한 소속감과 연대감, 신뢰를 형성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익산의 가짜 연주 사례를 볼 때 2만명 아이들의 꿈을 키워줬다 할지라도 1명의 꿈을 망가뜨렸다면 이 사업은 실패라고 말하고 싶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아이들에게 그런 일을 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당시의 사업 담당자, 관계자, 지휘자 등 책임을 명확하게 밝혀 앞으로 관련 사업에서 배제되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방식도 방과 후 늦은 오후에 이루어져 부모들이 픽업을 해줘야 하는 사정이고, 부모동반 면접을 보고 선발하는 방식이어서 소외계층, 차상위계층 아이들이 참여하는 것은 애시당초 쉽지 않다. 즉, 소외계층, 차상위계층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부 계층을 위한 또 다른 혜택이어서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비판도 공공연하게 들리는 실정이다.

사업의 성과가 강조되다 보면 문제가 보이지 않고 가려지게 마련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익산시는 이 사업이 제대로 취지를 살려 진행되고 있는지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살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하고 있는 사업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자괴감을 주고 꿈을 망가뜨려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