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제7.8대 익산시의원

지난 9월 6일 시작된 익산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연극하는 세월호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기자랑’을 상영했다. 9년이 지났지만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내 먹먹했다. 세월호를 잊지 않아야 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촛불의 모든 에너지를 한 몸에 받았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세월호의 진실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 이후 이태원 참사, 신축아파트 붕괴 등 사회 곳곳에서 제2의, 제3의 재난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나라,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되어버렸다. ‘장기자랑’을 관람하면서 사회적 재난의 진실을 어떻게 밝혀야 하는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어떻게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우리 익산 증앙동에서는 1977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재난 중에 하나였던 이리역 폭발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기억하지 않았다. 폭발사고가 발생하고 14일 만인 11월 25일 ‘새이리종합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사건의 진실, 책임은 묻어둔 채 일사천리로 복구작업이 진행되면서 결국 기억에 남은 건 ‘새이리건설’ 구호뿐인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보니 이리역 폭발사고는 ‘사회적 참사’가 아닌 ‘도시발전의 기재’로 기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원인자였던 한국화약(현 한화그룹 전신)은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지나갔다.

2021년 중앙동 한 복판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상인들이 큰 수해피해를 입었을 당시 익산시장은 하수관로 공사업자 편을 들면서 상인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나마 익산시의회 특별위원회 조사를 통해 공사업체의 잘못을 밝혀냈다. 그렇다보니 시민들의 피해액 21억여 원 중 5억여 원은 전북도 재난지원금과 시민성금으로 처리했고, 업체가 물어야 할 수해 폐기물처리비 3억여 원도 시민세금으로 사용했다. 결국 익산시는 잘못된 공사로 수해를 일으킨 업체는 16억여 원만 배상하도록 하고 8억여 원을 면피시켜 준 꼴이 되었다.

최근에는 익산시가 주도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으로 GS건설이 짓고 있는 마동 자이아파트 신축 현장 5층 천장에서 많은 빗물이 줄줄 새는 일이 있었고, LH의 익산 평화지구 아파트에서는 철근이 빠진 채 공사한 일이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7월 검단신도시 GS건설 자이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건 이후 익산시장은 발 빠르게 현장을 돌며 공동주택 건설현장 선제적 구조안전점검을 지시했고 14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 아무런 문제 없음을 확인해 불안을 해소시켰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익산시는 “마동자이아파트는 GS건설 자체적으로 건축구조학회에서 선정한 정밀안전진단업체에 구조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다”며 문제없다고 홍보했다.

LH의 평화지구 아파트도 익산시가 점검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정부 발표로 철근 누락 순살아파트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마동자이아파트는 구조적 결함도 살펴야하는 부실공사 의혹이 지적되고 있다. 익산시의 점검과 발표들이 졸속으로 진행되었거나 눈 감고 아웅인가 싶어 우려스럽다.

앞에 열거한 재난과 사고 상황에서 익산시는 매번 기득권과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사회적 참사나 재난에 대한 진실 규명과 기억이 명확하지 않으면 긍정의 전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치단체장은 인구 늘린다고 이일 저일 벌리기보다는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챙기는 일을 가장 최우선에 둬야 한다. 마동자이아파트, 평화지구 LH아파트는 주민들이 평생 모은 재산으로 마련해서 안전하고 안락하게 평생을 살아가야 할 집이다. 이번 만큼은 업자 편에 서지 말고 시민의 편에서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고 책임을 명확하게 지우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익산시민과 대한민국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