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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호 노란봉투법 어떻게 볼 것인가

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9월 14일 야당 국회의원 56인이 ‘노란 봉투법’을 발의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2조와 3조에 대한 일부개정 법률안이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액에 힘이 되고자 노란 봉투에 후원금을 담아 보낸 한 시민의 사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 내용을 보면 근로자, 사용자, 노동쟁의의 정의 규정을 수정하고, 노동쟁의 등의 결과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함에 제한을 두고 제한의 범위를 확대하며, 노동조합이 아닌 개인에게는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등의 조항을 개정 및 신설하여 불합리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민의 힘 정책위의장 성일종은 “불법과 탈법으로 회사와 국민,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끼쳐도 처벌과 배상을 못하게 하겠다는 법”이라고 한다. 김문수는 ‘소유권을 제한하는 것은 공산주의’라고 하면서 노란봉투법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은 물론 고용노동부, 경총까지 나서서 논쟁에 가세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노동관계법은 헌법에 근거해서 노동자들의 인간적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특별법이다.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은 헌법상의 재산권에 근거한다. 헌법은 재산권에 대해선 법률 유보 조항을 둔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제23조 1, 2항) 반면 노동권을 규정한 헌법 제33조는 별다른 유보 조항이 없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노동 3권은 기본권으로서 이제 국제적 수준에 맞추어 보장되어야 하고 재산권은 그에 적합하도록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의 걸맞는 해석이 아닐까?

노란 봉투법 개정안의 내용을 관심 있게 봐야 한다.

이웃의 문제, 가족의 문제, 아이들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로 되어 있다. 개정안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

학습지 교사, 화물차 기사, 보험설계사, AS기사, 간병인, 퀵서비스, 방송작가, 대리운전자 등의 종사자는 현행법으로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근로자’를 특정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임금을 받는 사람으로 한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은 ‘노동자’로 인정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엄청난 속도의 기술변화와 직업변화에 따른 새로운 노동이 출현하고 있고 비정상적 차별로 비대해진 비정규직의 존재도 큰 문제이다.

플랫폼노동자,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도 헌법과 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보호를 받으려면 근로자의 개념이 확대되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바로 이 노동자의 개념을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포괄하는 법이다.

현행법은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 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개정안은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ㆍ 그 밖의 대우 등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로 되어 있다.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의견 불일치는 다양한 이유에서 생길 수 있지만, 현행법은 노동쟁의를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등에 대해서만 인정한다. 정작 노동자의 생계를 막막하게 만들고, 가족의 삶까지 파괴하는 정리해고 같은 것은 노동쟁의로 인정받지 못한다. 정리해고에 반대해 파업했던 쌍용차 투쟁이 ‘노동쟁의’가 아닌 ‘경영 결정에 반하는 쟁의행위’인 불법 파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된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한다. 쟁의 범위의 확대는 사용자의 불합리한 처우로 노동자와 사용자 간에 이견이 생겼을 때, 약자인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근거가 된다.

또한 파업 과정에서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에 내몰렸던 노동자를 보호한다. 현행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개정안은 ‘사용자는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행위(이하 “쟁의 행위 등”이라 한다)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폭력이나 파괴로 인하여 발생한 직접 손해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되어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결과로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하는데 제한을 하는 개정안이다. 현재 노동조합에 가해지는 손해배상 소송은 그 액수에 한계도 없을뿐더러, 평생 갚을 수도 없는 큰 금액을 걸고 있는 현실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 <노란봉투법>은 통과되어야 한다.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결국 삶의 벼랑 끝에서 과격한 투쟁과 갈등이 더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법의 보호가 넓어질수록 오히려 불법 파업이 줄어들고 평화적인 교섭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실종, 민생실종의 시기이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IMF때보다 더 어려운 경제위기에 대비하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하루하루 정치권의 치킨게임같은 소식들은 분노와 절망감으로 다가온다. 이 위기의 시대, 어떻게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할 것인가? 정치개혁, 경제개혁, 노동개혁을 포함한 사회개혁이 그런 방향으로 한 걸음씩 기초를 쌓아야 한다. 노란봉투법도 그런 중요한 기초의 하나이다.


22-10-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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