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사)맥지익산키퍼넷

이사장

중국의 속담에 “좋은 철로 못을 만들지 말며, 좋은 사람을 군인으로 만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고 들었다. 정말 있는가 보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뭔가 운명이 많이 정해져 버리는 것인가?

1928년 겨울 모택동이 그의 비서 ‘허쯔전’을 셋째 부인으로 맞이 했다는 소식을 접한 모의 처인 ‘양카이후이’는 한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워했다는데, 그런 모택동이 권려투쟁에 지쳐서 말라리아에 걸려 그의 셋째부인 허쯔전을 대동하고 외딴산거 생활에 들어 갔다고 적혀 있다. 운명적인 ‘양카이후이’를 뒤로하고 그는 산속으로 떠났다. 뭐가 더 우리에겐 운명적이란 말일까? 운명적이라는 생각도 자꾸 바뀌고 움직이고 있다는 동적감을 느끼게 된다.

적도 지방에서는 말라리아가 창궐하니까 혈관 속의 적혈구가 둥근고리 모양(환상)보다는 낮 모양의 겸상적혈구를 더  많이 만들어서 말라리아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그래서 혈구가 자연히 작아져서 아프리카 적도에 사는 아이들은 빈혈을 앓고 있는 숫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어려운 환경에 도전해서 응전함이 역사라고 토인비 선생이 말한 것도 말라리아 침입을 받아서 겸상적혈구가 낮을 들고 싸워서 이기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해본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말라리아와 싸워서 빈혈이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운명을 동적으로 조성해 가는 피속의 질서와  새삼 바이러스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헌사함에 우리는 경외심을 느낀다.

물질의 최소단위를 나타내는 아톰 즉 원자는 ‘분리할 수 없다’는 뜻의 아토모스(ἄτομος)가 그 어원인데, 인간의 최소단위는 개인(individual)이며 영어 ‘individual’도 ‘분리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개인을 ‘분리할 수 없는(in-divide)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다. 인간은 어떠한 것으로도 ,어떤 이유로도 차별되지 않는다는 독트린이다. 무슨 이유로도 둘로 분리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존엄체라는 것이다. 청소년기의 위기청소년의 아이덴티티는 성인 못지 않은 차별적 개체성으로 당연히 분리될 수 없는 ‘individual’이고 그렇게 보아야 한다.

평생토록 가난하고 소외된 생명들을 위해 헌신한 성녀 마더 테레사도 “내 안에 간디와 히틀러가 함께 들어있다.”고 늘 고백했다 .
빛과 어둠, 사랑과 미움, 좌절과 희망, 탐욕과 희생… 이 모든 것이 두루 뒤섞여 갈등하며 어우러지는 모순덩어리가 인간실존이 아니라면? 또 무엇이 있을까?
맥지키퍼둥지에서 모실려고 하는 거리의 청소년 즉 위기청소년들은 분리될 수 없으면서도 지킬과 하이드가 합쳐진 모순덩어리이지만 분명 존엄체임을 받아 들여야 숨이 쉬어진다는 말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동학의 접주(接主)로 있을 때, 안중근 의사는 동학혁명 진압을 위해 의려군(義旅軍)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독립투쟁 전선에는 생사를 또 함께하게 되었다. 그냥 우리를 포함한 조금 부족한 어른들인 키퍼들이 유콘을 찾아 들어 온 청소년들에게 백범 선생과 안중근 의사처럼 독립투쟁의 장소로서 유콘을 제공해 주면 된다.

지금 익산의 시내에 Youth Contact Point를 의미하는 유콘이 공정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말 그대로 약간 늦게 피는 청소년들이 만나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울적한 아이들이면 누구나 들어 와서 유튜브 방송도 해보고, 홀로그램도 띄어 보고, 춤도 기획하고 노래도 작사해 보고, 또 그릇도 만들어서 진열해 놓고 ,  미술, 음악, 꽃을 테라피 차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창의성이 완성도를 의식치 않고 시도될 수 있다면 가슴이 뛸 만도 하다. ‘
정말 그런 곳이다. “어쩌다 잘못 끊은 티켓도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 ”조금 늦게 필뿐이지 피지 않는 꽃이란 없단다“는 넋두리를 하면서 한달후면 유콘을 메꿀 아름다운 생명들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