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21세기에 예상치 못한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사국인 강대국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전면전에 파괴력이 큰 각국의 온갖 현대 무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깊은 상호의존적 관계를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전쟁이다. 에너지도 무기화되고, 세계적인 식량난의 확대와 가속화, 무역 단절로 인한 여파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주요 강대국들의 이해가 모두 복잡하게 얽혀 세계대전을 걱정해야 하고, 공개적인 핵무기 위협까지 살 떨리는 형국이다. 미국과 러시아만 해도 핵무기를 각각 6000여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몇몇 강대국 정치 지도자들에게 인류의 생사 여탈권이 저당 잡힌 모습이다.

인간은 특정 시기 특정 상황에서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후유증을 누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치킨게임은 진짜 미친 놈이 이기는 게임이지만 이 현대 전쟁의 결론이 너무 파괴적일 수 있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발화점에서는 작은 불씨도 충분히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푸틴의 악화된 건강상태도 인류의 생존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핵무장력은 전 세계를 여러 번 초토화시키고도 남는다. 견제받지 않는 푸틴의 권력은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충분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브라질의 룰라가 우크라이나 전쟁영웅 젤렌스키를 비판하고 나섰다. 젤렌스키를 찬양하는 서구의 정치지도자들에 대해서도 전쟁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비판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이 푸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젤렌스키대통령과 서방의 정치지도자들이 긴밀한 협상을 통해서 어떻게든 전쟁을 막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최대의 희생자가 되고 있는 마당에 정치지도자들이 전쟁을 막지도 못했고, 종전을 위한 적극적인 협상을 진전시키지도 못하는 무능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현대전으로 인한 인류 종말의 위협에 대해 안전대책을 시급히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최근 인도는 121년만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4월말 5월초 최고 기온이 43도 ~ 46도에 이른다. 위성에서 바라본 인도의 열 사진은 지옥 불을 연상시키는 시뻘건 색이다. 때 이른 여름 폭염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명백하게 찾아오고 있는 기후위기 앞에서 국제적인 공동대응은 미흡하기만 한다. 어쩌면 현재까지는 기후위기대응은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50 넷제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지만 각국의 조치는 목표대비 명백하게 미흡하다. 기후위기는 식량위기, 경제위기, 삶의 위기로 닥치겠지만 국가와 개인마다 매우 불평등한 무게로 찾아올 것이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미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 오늘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이다. 레토릭과 당위적인 옳은 얘기를 넘어서 즉각적인 행동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불평등의 문제는 국제적으로 그리고 지역적으로 더 심각해져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기후위기, 팬데믹, 불평등, 전쟁 등은 조금씩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질문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세계적인 미래학자 후안 엔리케스는 ‘무엇이 옳은가?’라고 묻는다. 후안엔리케스는 도발적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과학자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서만 말한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과학기술이 우리의 사회와 경제 그리고 정치 구조를 변화시키는지 생각한다” 그의 관심은 미래기술이 만들 새로운 문명과 그 안의 다채로운 인간성에 있다. 그런 차원에서 가장 인문학적인 미래학자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낙관적 기대로 현재의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술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진화할 것이다. 기술발전은 과연 인간을 구원할 것인가? 문제는 기술발전에 따른 반사회적이고 반인간적인 영향도 그만큼 더 커진다는 것이 우리가 닥친 딜레마인 것이다. 기술은 환경을 인간에게 유용하게 바꾸는 능력이나 수단이라고 했을 때 기술발전이 모든 인간에게 유용한 능력이나 수단이 되는가 하는 점이 핵심적인 문제일 것이다.

기술이 바뀌면 윤리기준이 변한다. 항상 옳은 것은 없다. 참에 가장 가까운 명제는 옳은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의 변화를 읽어내고 그 시대에 꼭 필요한 질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이 있으면 답을 찾아갈 수 있다. 그 답 역시 일시적이고 상대적인 한계를 갖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바램을 충족한다면 가장 옳고 정의로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술의 변화를 잘 읽어내고 함께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새로운 질문과 모색이 필요할 때이다. 존롤스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엄청난 관심과 판매량을 기록했던 것도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한 흐름이었다. 요즘 시대의 열쇳말들은 무엇인가? 기후위기시대, 4차산업혁명, 로봇, ai, 디지털시대, 불평등, 차별 등등이다. 기술변화만큼 윤리기준은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무엇이 옳은가? 기술변화의 시대에 각광받는 인문학을 주목해야 한다. 정치적 대비 없는 기술발전은 그 힘만큼 소수의 탐욕을 위해 다수를 억압할 수 있다.

‘우리는 기술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현재는 윤리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바뀌는 시대라는 뜻이다. 현대 윤리는 오늘날의 격정적인 토론과 무모한 절대적 확신에 대해 요즘 쉽게 찾아보기 힘든 단어 하나를 요구한다. 바로 겸손이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현재의 상태에 대하여 의문을 품고 윤리적 딜레마들을 주제로 생각과 토론을 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스스로 확실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겸손한 태도와 덜 비난하는 자세, 그리고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행위를 놓고 야만적으로 여기리란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우리의 토론에선 특정 시대의 법률이나 종교적인 잣대에 얽매이지 말자. 대신 수수함, 관대함, 공감, 공손함, 겸손함, 연민, 예의 바름, 진실함 등의 여러 핵심 원리를 가운데 놓고 판단하자.’

무엇이 옳은가? 공동체의 미래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