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이준석 돌풍이 태풍이 되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국민의힘이 6.11 전당대회를 통해 상승효과를 최대로 누리고 있다.

6월 14일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결과 국민의힘은 39%의 지지를 얻어 민주당의 29% 지지보다 약 10%를 앞섰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호남 지역에서 16.3%의 지지를 얻었다. 충격적인 수치이다. 이 변화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36세 청년이 제1야당 국민의힘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2011년 박근혜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영입할 때만 해도 쓰고 버리는 카드에 불과하다고 대부분 생각했을 것이다. 청년들이 거대 정당들의 선거 이벤트에 동원되는 대상에 불과했었던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다. 기성정치인들의 기득권은 강고한데다, 거대하고 다양한 이슈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현실 앞에서 청년들이 자력으로 성장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거대 양당은 청년정치인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한 적이 없다. 청년정치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환경을 조성하고, 기회를 지속적으로 부여하면서 기다려주는 그런 정당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당은 엘리트 개별 정치인들의 출세 수단이고 도구일 뿐이었다. 큰 선거 때마다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면서 화장발 고치듯 했던 것이 대한민국의 정당사 아닌가! 내가 당선되고 내가 해야 정의고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라는 대세 주의가 여의도의 오래된 정치 문법이었다.

상대적으로 기득권과 이익의 동맹체인 국민의힘에서 청년정치인을 키울 리는 만무했다. 상대적으로 가치와 신념을 더 강조하는 민주당조차 거시적인 시야에서 청년정치인들의 육성에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런데 세대교체의 큰 바람이 왜 국민의힘에서 생겼는가?

 세대교체는 어찌 보면 나이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대의정치가 각 세대의 인구구성을 비례적으로 닮는 수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유사한 정도는 반영해야 균형 잡힌 대의성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정치생태계는 기득권 중심이고 너무 척박했다. 청년을 미래의 재목으로 키우기는커녕 견제하는 정치문화 풍토 속에서 기득권과 싸우면서 스스로 성장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미래의 삶이 기성세대보다 못한 대한민국 청년세대의 현실이고 보면 어디선가는 터져 나올 필연이었다. 국민의힘에서 먼저 터져 나온 것은 수구적이고 후진 정치문화 탓에 더 약한 고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세대교체의 바람은 여야 정당들을 넘어서 청년들의 심리적 동조, 암묵적 연대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객관적으로 기성세대들보다 훨씬 치열하게 훈련받고 유능한 존재들 아니겠는가? 무한경쟁의 무시무시한 경쟁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존재들로 청년들을 키워낸 것이 기성세대들 아니겠는가?

내년 대선 셈법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기성 정치권과 언론들의 계산법을 뛰어넘는 태풍이 될 것이라고 예감한다. 아니 기성세대의 부끄러운 한 사람으로서 스스로가 대상이 되더라도 세대교체의 큰 태풍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의 미래는 산업화세대, 민주화 세대를 넘어서는 청년세대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 세대교체의 바람이 기성세대들이 이루지 못한 정치교체의 바람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기득권의 정치, 불신의 정치, 배신의 정치를 넘어서는 상생의 정치, 신뢰의 정치, 통합의 정치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정치인들은 결국 구시대 기득권 정치인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수없이 증명되었다. 우리가 함께하면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정치인들이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정당정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치인들이 필요하다. 민주적이고 유능한 정당정치야말로 책임 있는 정당정부의 주체로서 이 사회를 신뢰와 통합의 미래로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정치인들 말이다.

행복지수가 높고,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민주적이고 유능한 정당과 그 정당을 통해서 오랜 기간동안 훈련받고 성장한 훌륭한 정치지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런 정치교체를 꿈꾸며 세대교체의 돌풍을 일으키는 청년정치인들이야말로 우리 미래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준석 대표가 표방하는 공정경쟁과 능력주의의 가치로는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의 불평등과 차별, 기후위기를 풀어갈 수 있는 시선과는 동떨어져 있는 전형적인 보수 엘리트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수구적인 국민의힘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연쇄적인 정치권의 혁신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을 다하기를 바란다.

세대교체와 청년 정치에 뒤처지는 정당과 정치인은 꼰대, 기득권으로 빨리 심판받기를 바란다. 정치권의 혁신경쟁을 통한 세대교체와 정치교체의 태풍이 고이고 썩은 바닥까지 뒤집어 불신 지옥을 정화시키기 바란다.

그리고 시대교체의 미래로 보다 빨리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앞으로 30년은 인류생존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중대한 시간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눈앞에 와있다. 지금 청년세대들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이다. 기성세대들의 참회와 반성이 절실한 시간이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무지하거나 내로남불이다.

시장의 논리를 넘어선 정치의 논리, 경쟁의 논리를 넘어선 협동의 논리, 성장의 논리를 넘어선 공존의 논리, 국경과 민족을 넘어선 인류적 자각과 대처를 시작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삶의 방식과 관계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미래의 지속성을 규정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10년 후의 엄청나게 급격한 변화를 과연 상상할 수 있는가?

세대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과제는 그 이내에 이뤄내야 할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가 인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대비하는 대전환이 아니라면 모두가 뒤늦은 비극적인 깨달음이 될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가지고 앞으로 다가올 시대교체의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연과의 관계, 사회적 관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새로 정의되고 창조되어야 하는 성격의 미래일 것이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세대교체 바람을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