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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사회연구소 대표 권태홍
4.7 재보선은 심판선거였다. 민주당은 큰 차이로 대패했다. 호남을 제외하고는 전국 각급 선거에서 패배했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 힘이 심판받은 지 불과 1년 만이다.
촛불 혁명으로 소멸위기에 몰렸던 수구 적폐세력들의 부활이다.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심판선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양상이다. 스스로의 비전에 의한 승리보다는 상대방의 무능과 과오에 대한 심판에 기대어 반사이익을 얻는 것이다. 10년 주기처럼 심판선거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무능과 기득권 행태에 대한 심판일 것이다. 최대 피해자는 국민들이다. 과거를 심판해야 하는 불신의 투표이다. 정치권은 혁신의 노력 대신 눈앞의 선거승리를 위해 인기영합적 포퓰리즘과 상대를 흠집 내는 데 골몰해왔다. 화장빨 수준의 혁신일 뿐이었다. 심판선거가 반복되다 보면 정치권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켜켜이 쌓인다. 기득권의 성벽은 점차 철옹성이 되고, 성 밖의 국민들은 늘어간다. 청년들과 지방민들이 대표적인 성 밖의 존재들이다. 비정규직들과 다양한 소수자들, 사회적 약자들도 같은 신세다. 기성정치에 대한 광범한 실망층과 무당파층을 기반으로 하는 소위 ‘3지대론’이 선거 때마다 등장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번번히 기득권들의 찻잔 속 태풍일 뿐이었다. 두고두고 아쉬운 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연동형 선거제도가 제대로 작동했었다면 이런 적대적 공생의 무능한 양당체제가 생산적인 다당제 대의제도로 대전환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친일과 군사독재에 뿌리를 둔 수구적인 정치세력들은 청산되고, 미래적이고 국민 통합력이 높은 정책경쟁 구조가 형성될 수도 있었던 기회였다. 촛불 혁명의 바램이기도 했을 것이다. 선거제도를 지렛대로 정당구조가 바뀌고, 실질적인 경제민주화와 국민통합을 이뤄나가는 세계사적으로 검증된 현실적인 정치개혁의 경로였다. 연동형 선거제도를 소수정당들의 욕심 정도로 비하하고 거대 양당이 서로를 핑계 대며 위성 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역사적인 기회가 좌초되었다. 이번 4.7재보선의 최대 이슈는 부동산 문제였다. 재보선 사유를 제공한 것은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었고, 귀책 사유가 있는 재보선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저버리면서 민주당이 후보를 낸 것도 자충수의 하나가 되었지만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현 정부 들어서 무려 25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고 추진되었지만 부동산 가격은 최대로 폭등했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풍선효과로 투기지역이 확산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내성이 커져 오히려 역대급 가격 상승이 일어난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 후유증이기도 하고,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와 유동성 확대도 큰 요인이 되었다. 그렇지만 결국 부동산 문제를 사후적인 규제와 핀셋대책으로 대처 가능하다고 오판하고 느슨하게 대처한 것이 정책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집 없는 사람들과 지방민들은 벼락 거지가 되었다. 수도권의 청년들은 내 집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별따기가 되었다. LH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불 난데 기름을 퍼부은 꼴이 되었다. 사실 LH 직원들뿐이겠는가? 권력과 정보를 활용해 투기하고 축재하는 것이 비일비재한 일이라는 것은 공공연히 불편한 진실이다. 박정희의 강남개발에서부터 이명박의 4대강, 박근혜의 초이노믹스 등 수구적인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부동산 정책은 사회를 이기와 탐욕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개혁을 표방했던 정부들의 정책은 어땠는지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이 필요할 때이다. 얼마나 부동산 광풍이 부담되었으면 노태우 정부가 토지공개념 3법을 만들었겠는가? 30년이 더 흘렀는데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후퇴해있다.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 되었다. 2019년 OECD 16개국의 GDP와 땅값을 비교해보면 대한민국 땅값이 GDP의 4.6배로 압도적 1위이다. 영국의 1.5배, 독일의 2.9배 수준이다. 토지자산의 지니계수는 2019년 0.813으로 대단히 불평등하다. 상위 1% 대기업이 소유한 땅값의 비중은 2017년까지 지난 10여년 동안 63%에서 73%로 늘어났다. 정부 고위공직자 34%가 다주택자이고 부동산 정책 관여도가 높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무려 40%, 국토교통부 34%, 금융감독위 34%, 대통령비서실은 36%로 조사되었다. 부동산 공화국의 문제는 심각하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인데 부동산 불로소득이 그 주범의 하나이다. 주거비는 상승하고 가계부채는 달궈진 거품처럼 꺼질 위기 앞에 아슬아슬하다.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극심한 불평등의 심화는 패러다임의 대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보여지는 정치권 풍경은 우울하다. 국민의 힘은 옛날로 회귀하고 있고, 민주당은 그동안 부동산 정책의 개혁 방향조차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인기영합적 포퓰리즘에 또 휘둘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당권 주자는 LTV규제를 40%에서 90%까지 풀어서 집값의 10%만 있으면 누구나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도록 ‘누구나집’공약을 내걸었다. 집값 폭등이 문제인데 90% 빌린 그 돈은 누가 어떻게 갚아야 하는가? 대출 규제 완화로 부동산 가격이 더 폭등하고 가계부채는 더 커지고 그 거품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아슬아슬하고 무책임하다. 재보선 전과 변한 것이 무엇인가? 당장 표를 잃는 한이 있어도, 크게 혼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의 방향을 전환하지 않으면 청년과 지방민들과 서민들의 미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하고 산화해갈 정치인은 없는 것인가? 토지공개념의 철학을 살리고 토지공개념 3법의 부활을 얘기할 정치인은 없는 것인가? OECD 평균수준의 실효적인 보유세와 공공 장기 임대주택제공을 중심으로 부동산을 사용하는 공공 자산으로 전환시키는데 앞장설 정치인은 없는 것인가? 정치권이 권력획득과 차기 재선만을 지상목표로 움직이면 경제도 사익추구와 단타 매매, 갭투자가 합리적 행위로 정당화된다. 영혼을 담금질하고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비전과 정책 능력을 키우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정치와 정치인을 고대한다. 정치독점과 권력독점의 역사를 넘어서 국민들의 기대수준과 경쟁하며 권력을 국민들께 돌려드리는 정치인을 고대한다. 내년 대선은 심판선거가 아니라 최소 30년 비전을 경쟁하는 선거가 되기를 마음 모아 기원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