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소통신문 기사와 관련해 편집 방향이 부적절하다든지 그릇 된 성(性)인지 태도를 보였다든지 등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A 단체는 사실 확인이 없이 비판하고, B 단체는 기사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비판했다.
A 단체는 특정 기사를 전제하면서 소통신문이 객관적 사실과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특정 재단법인 구성원들의 반응을 담은 것일 뿐이었다. 그 반응이란 ‘A단체가 발표한 성명서가 ‘성희롱’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만을 내세우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B 단체는 해당 기사에 소통신문이나 기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일절 배제되어 있는데도, 소통신문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에 유감을 표한다’는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하고, 그 대표는 한 지역 언론의 지면에 유사 내용의 칼럼을 게재하기까지 했다.
특히 A 단체는 스스로 그에 대한 책임은 성찰하지 않은 채 소통신문 기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B 단체는 소통신문이 위 보도자료 등에 대한 철회 또는 입장 발표를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깔아뭉개고 있다.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비난과 주장이 공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것은 법적인 판단 대상이 된다. 그런데 두 단체의 임원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싶을까. 최근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 그쪽은 아예 살피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공동체 의식이다. 특히 시민단체는 정체성을 중시하고 목표 의식이 강하다. 자기애와 자기방어 의식이 강한 탓이다.
신념이 높다는 것은 시민단체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 장점은 비례적으로 단점을 수반한다. 다른 생각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 적대하고 증오하는 경향을 드러내기 쉽다.
거기에서 비판을 위해 비판하는 발상이 나온다, 그럴 때 공격성을 드러내게 되고, 거대한 불의에 맞설 때의 무모성을 소환하게 된다. 다양성 인지 수준이 낮은 주체가 공격하려는 달뜬 눈에 사로잡히면 분별력이나 변별력을 상실하는 법이다.
그런 맥락에서 몇 일 전에 마주 앉았던 지역의 한 시민단체 대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는 자신이 판단할 때 잘못된 전제는 듣지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의 한 행위를 두고 부적절하다며 비판하면서, 한편으론 그 좋은 점을 배워서 자신도 그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것을 배제하는 것은 신념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비판하는 행위를 똑같이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에게 애당초 신념은 없거나 ‘신념은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드러낸다.
그런데 위 두 가지 태도는 모두 심각하다. 그가 한 시민단체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의 신념은 자기와 다른 신념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신념은 다른 신념과 구별될 때 비로소 신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주체의 신념을 배제하는 것은 반사회적인 태도의 발로다. 그가 무인도에 은둔한다면 이해받을 수 있겠지만,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시민단체의 대표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자신과 다른 모든 신념과 대척점을 이루며 좌충우돌할 공산이 높다.
만약, 소란피우기를 일삼아 지역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시민단체라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또 시민단체의 대표가 자신이 지적한 부정적인 행위를 똑같이 따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부정이며 비판받는 상대방과 다를 바 없다는 선언이다. 나아가서는 그가 이끄는 시민단체란 비판을 필요에 따라 한다는 것을 자인한다.
오늘 비판의 기본을 생각해 보게 된 이유다. 비판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사실확인이 필요하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확보한 경우를 사실확인이라고 한다. 비판 대상에 대한 확신이 없는 비판은 ‘비판’이 될 수가 없다. ‘비방’이다.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된다.
비판이 될 수 없는 ‘비방’
사람은 실수하게 마련이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끊임없이 실수하면서도 실수를 수정하지 못한 채 처음 실수 이전의 의식상태에 머물러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 그런 유의 특정한 사람이 있기도 하거니와, 누구든지 실수한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런 경우의 사람은 자신이 실수한 사실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비판받을 수 있다. 사람의 실수란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실수를 포착한 경우 사회 구성원 중 누군가가 그 실수의 재발을 막고자 나서곤 한다.
이때 비판을 받는 쪽이 순간 상처를 입고 불쾌하거나 분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은 대개 타인에게 지적받을 때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탓이다. 그런데 그는 동시에 자신이 알지 못했던 실수를 알게 되었기에, 그 실수를 수정하면서 성장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누구든지 꼭 고쳐야 할 점을 누군가가 말할 때 경청해야 하고, 자신의 다양한 삶의 부분들을 점검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의 의무다.
비판이 합당한지를 판단하는 것과 유효한 비판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필수 불가결한 사회적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