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경

어릴 적 시골집 부엌에는 큰 아궁이 두 개에 가마솥이 나란히 걸려있었고 마당에 또 하나의 가마솥이 걸려있었다. 명절 전 날 그리고 할머니와 아버지 생신 전날, 큰 가마솥에 연기가 모락모락 나면 언니들과 동생들 우리 2남 4녀 형제자매는 아무 말없이 입만 크게 벌리며 할머니와 어머니가 내 이름을 한 번쯤 불러줄 그 기회를 포착하려고 한참을 기다렸던 기억들이 있다.

아마 허균도 그랬을까?

허균(許筠, 1569~1618)은 1611년 1월 15일 함열(지금의 익산시 함라면)에 도착한다. 허균은 유배를 익산으로 온 것이다. 그는 함열에서 조선팔도 유명한 음식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며 「도문대작」을 완성한다. ‘도문대작(屠門大嚼)’이란 도살장 문을 바라보며 입을 크게 벌려 씹으면서 고기 먹고 싶은 생각을 달랜다는 뜻으로, 흉내 내고 상상만 해도 유쾌하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중국 후한(後漢)의 환담(桓譚)이 『신론(新論)』에서 ‘고기 맛을 아는 사람들은 도살장 문을 바라보고 크게 씹어본다’라고 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허균은 함열에서 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음식에 관련된 산문책의 제목으로 썼던 것이다. 「도문대작」은 「성소부부고」의 마지막 책에 실려있는 우리나라 음식을 주제로 한 가장 오래된 산문으로, 성소(惺所)는 허균의 호(號) 중 하나로 『성소부부고』라는 이름으로 유배 기간에 저술한 시와 산문을 직접 엮은 문집이 26권 12책으로 남아 있는데 마지막 책에 『도문대작』 편이 실려 있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여행이 제한적이지만 집이나 직장 근처 식당에 가게 되면 누군가가 사진 찍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친구와 만날 때 가족 모임이 있을 때 흔히들 우린 그 도시의 유명한 맛집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

여행도 참 좋은 일이다. 여행을 기다리며 모자를 써보고 선크림도 준비하며 설렌다.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게 바로 여행이기도 하다.

익산은 참 좋은 곳이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그 손맛을 이어오고 있다. 익산은 금강, 만경강, 동진강이 흐르고, 쭉 뻗은 평야 사이로 야트막한 언덕이 있어서 물고기와 쌀, 보리 등 곡류 그리고 고구마, 양파 등 우수한 질과 맛을 자랑하고 있다. 가끔 익산 황등에서 맛본 비빔밥이 생각나면서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익산 비빔밥에는 싱싱한 소고기가 올라와 있고 밥알 한 톨 한 톨마다 쫀득쫀득 탱탱하다. 밥알을 빨갛게 물들여준 고추장의 감칠맛은 혀끝으로 숟가락을 몇 번씩 핥게 된다. 이와 함께 등장한 각각의 음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젓가락이 쉼 없이 움직인다. 바로 엄마의 손맛이다.

익산의 구석구석에는 이런 맛집이 참 많다. 이젠 그 맛집에 대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

익산IC 근처에는 대규모 국가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달 2월 익산에 소재한 국가식품클러스터가 100개 기업 유치(출처 : 한국농어촌방송/‘21.2.26)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은 익산시가 고부가 가치 창출형 국내 최초 식품전문산업단지 조성하여 6개 정부기업지원시설 구축, 고부가 R&D 및 혁신네트워크 지원하여 식품 산업의 고부가 가치화를 통해 식품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농식품 수출확대에 기여하며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먹거리 제공하겠다는 큰 포부가 담겨있다.

그리고 3월 17일 익산시의회가 '국가식품클러스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채택했다고 기사가 떴다.

어릴 적부터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 이웃들은 좋은 일에는 항상 음식을 나누었던 그 음식과 그 손맛으로 미래를 그려본다.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을 통해 국제관광 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익산시가 관광도시가 될 수 있는 세 번째 요소, 바로 음식이다.

오늘 아침 사무실 직원이 따뜻한 쌍화차를 건넨다. 벌써 하루가 따뜻해지고 힘이 불끈 난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