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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호 ‘시민 친화’, 실질적 인구정책의 관건

편집국장 공인배

관광상품도 같은 맥락에서 개발돼야 할 것이다. 익산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장유물을 발굴했지만 이를 전시하는데 그친 수준이다. 유물을 모티브로 한 관광상품 하나도 개발하지 않았다. 생산·판매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와 경제효과가 상당할 것인데도 그렇다.

익산시는 내년 시정 지표로 ‘응변창신(應變創新)’을 골랐다.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하자’는 다짐이라고 밝힌다.

코로나와 마주한 상황에서 물샐틈없는 방역망과 선제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공동체의 안정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대응할 대상이 방역만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급감 추세를 막아 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익산시는 코로나를 철벽 차단하면서 지역경제를 살리고 인구를 늘리는 새해 3대 지표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익산시는 지난해 ‘선제대응 시스템 구축’ 면에서 남다른 기대를 모았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한 지역 화폐 ‘익산다이로움’은 지역공동체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익산다이로움’ 사용자에게 인센티브와 페이백을 지급하면서 소비를 촉진한 정책은 시민들에게 상당한 희망을 안겨줬다. 지역 상권을 지키고 지역자본 유출을 줄이는 지역경제 순환 시스템의 실현 가능성을 연 것이다.

코로나19 재앙에 따른 재난기본소득 등 각종 지원금을 적시에 지급한 것도 위기상황에 처한 시민들에게 안도감을 안겨줬다. 코로나19는 전대미문의 재난이면서도 자치단체의 존재감을 일깨우는 역설을 낳은 것이다.

익산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익산시의 행정이 제대로 구실을 했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현장의 요구를 적시에 충족시키는 역량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코로나의 동향에 예민한 정헌율 시장은 방역부서와 일선이 해이해질 틈을 주지 않았다.

그 서슬에 불철주야 코로나 길목을 지키는 공무원들의 피로도는 극한에 이르렀다. 그 덕분에 시민들은 안심할 수 있었다. 당국의 경보에 귀를 기울였고, 지역공동체의 규범을 지켰다. 익산시와 함께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치단체와 시민의 관계는 그렇게 재확인되고 재설정 됐다. 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선 무늬만 거버넌스를 탈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일 기회를 얻었다.

올해 익산시의 인구정책 방향성이 ‘시민들과 함께’일 수 있는 배경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 익산시의 ‘암중모색’ 결과가 어떨지 적이 기대되는 새해가 아닐 수 없다.

익산시는 2020년의 대미를 국가예산 8,000억원 시대 개막으로 장식했다. 지역 특성을 살리는 예산이 가장 큰 규모로 포진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익산시도 ‘치유힐링·역사문화도시’로 도약할 기반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같은 기반이 관광객을 유인하는 공간이라면 이를 연계하는 관광상품개발과 판매망 구축은 인구 늘리기에 긴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충실한 관광명소 개발이 필요하다.

지난해 고유한 매력을 유지한 익산 미륵사지는 모범적 K-방역 사례로 발전한 관광지로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 관광의 별 본상’을 수상했고, 코로나 속에서도 53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도시가 공유한 성과는 미미하다. 소프트웨어가 취약한 탓이다.

또한 ‘금마저토성’이나 ‘왕궁터’ 같은 경우는 미륵사지 관광객들이 반드시 경유 해야 한다고 느낄만한 매력이 미약하다. 이 관광벨트를 일체화는 개발이 우선돼야 하고, 고유한 매력의 시각화나 형상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이 같은 익산시의 현실은 인구정책을 되돌아보게 하다. ‘인구정책’이라는 꼬리표는 익산시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붙일 수 있다. 하지만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익산시의 기준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시민들의 불안심리는 인구 감소에 비례해 증폭되고 있고, 그 추세를 반등시키지 못한다면 도시는 떠나려는 사람들을 돌려세울 수 없다.

그래서 익산시의 인구정책은 눈에 띄는 숫자 정도의 인구를 연속적으로 유입시키는 실효적 처방이 전제돼야 한다. 단순히 정주 여건을 개선한다거나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들은 당장 눈길을 끌기 어렵다.

가뜩이나 자치단체의 행정이란 시민의 삶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행위가 대종을 이룬다는 시민적 인식이 공고하다. 특히 선출직 수장이 관장하는 자치단체란 도시의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대신, 당장 시민들에게 환심을 사는 데 예산을 쓰는 쪽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도시를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비전을 제시하거나 성장동력에 파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그것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다. 지방자치의 본령인 거버넌스가 여전히 정착하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기회는 등한시하고 부정적 이미지만 구축

획일적이며 일방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에 체질화 돼있는 시민을 깨우는 것이 인구정책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익산시가 ‘시민 친화적’ 자치단체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여성친화도시’나 ‘아동친화도시’ 정책이 인구정책의 간판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익산시의 마인드가 먼저 신민 친화형이 돼야 한다.

실효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1995년 지방자치가 완전히 부활한 이래 지난 25년을 되돌아봐도 익산시는 인구정책을 소홀히 했다. 다 된 밥이었던 ‘경주마육성목장’을 놓쳤고, 평가 1위를 차지했던 ‘혁신도시’를 타지역에 빼앗겼다. 이 밖에도 익산시는 결정적인 기회들을 여러 차례 놓쳤다.

익산시가 시민의 입장에서 도시의 사활을 고민하지 않은 탓이다. 오히려 집단 암발병을 방조하고, 폐석산을 발암물질 매립장화 하고, 세계적으로 폐기 처분되는 소각장을 건설하고, 악취와 미세먼지의 도시라는 오명을 썼다. 이런 부정적인 도시의 이미지도 사람들이 도시를 등지는 이유의 한 축이다.

인구 추이는 이렇게 도시의 복합적인 작용을 반영한다. 이는 인구정책이란 자치단체의 경직된 기존 태도와 관행을 탈피해 ‘시민들과 함께 할 때’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바로미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