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지난 십수년간 이 도시를 재건하겠다며 ‘섬유 도시’와 ‘석재산업’ 융성기의 부활을 부르짖었다. ‘보석의 도시’ 명성도 되찾겠다며 실로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러나 모두 때를 놓쳐 관련 지역 기반 자체가 지리멸렬한 현주소를 재확인해야 만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도시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영향을 줄 만큼 익산에 산출 불가한 성과를 안겨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사업이 국책사업이었고, 관리운영 주체가 정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책임 의식이 결여되어 보인다.

익산은 생산기반이나 산업구조가 취약한 도시다. 농업 도시이지만 농업이 도시의 성장동력이 되려면 갈 길이 멀다.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이래 세계 무역 질서가 재편되면서 우리 쌀은 관세장벽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이후 이어진 여러 자유무역협정을 거치면서 반전을 노렸지만, 우리 농업의 주 산업은 고립 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국내 쌀 공급 과잉 현상은 국가적인 문제가 되었다. 농지를 소유한 농민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는 나라가 됐다.

지난 10년 동안 농촌커뮤니티의 7차산업 개발론이 뜨겁게 곡창지대를 달궜지만 익산 지역에서는 수요가 형성되지 못했고, 수도권과 연계하려는 7차산업 개발은 불리한 가격경쟁력과 신선도 경쟁력 앞에서 꿈에 불과했다.

익산이 소득수준은 낮은데 소비를 부추기는 도시가 된 이유다. 넘쳐나는 상가들은 끊임없지 제살깎기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밤새 안녕을 묻는 도시다.

지난 십수년간 이 도시를 재건하겠다며 ‘섬유 도시’와 ‘석재산업’ 융성기의 부활을 부르짖었다. ‘보석의 도시’ 명성도 되찾겠다며 실로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러나 모두 때를 놓쳐 관련 지역 기반 자체가 지리멸렬한 현주소를 재확인해야 만했다.

육로 교통 발달에 따라 철도 통학이 종언을 고하고, 국내 유수의 학교들이 역외로 빠져나가면서 익산은 교육의 도시 명성도 잃었다. 철도교통요충지 위상을 상실하고 동시에 막대한 소비인구가 사라졌다. 도시의 중심이었던 역세권과 숙박·요식업들이 쇠퇴일로를 걷게 된 배경이다.

중소도시의 입장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산업단지를 조성했지만, 과중한 물류비를 비롯한 생산비용 부담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와 큰 규모의 고용을 창출할 기업들이 기피 하는 도시다.

매장문화재의 규모 면에서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백제 고도 익산은 정사(正史)의 스토리 기반이 취약해 근현대사 전반에서 공주(公州)의 변방에 밀려나 있다가 최근 세계유산 등재를 기점으로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관광산업 기반은 여전히 취약해 관광지와 도시는 겉도는 실정이다.

특히 관광자원은 도시의 외곽에 산재하고, 자연풍광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나, 익산시는 인구 유입정책의 중요한 부문으로 대규모 명품 아파트 공급을 내세우고 있다.

명품 아파트란 도심 속에 산재한 기존 공원에 아파트를 지어 산림을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의 허파를 사유화하는 것이 관광산업을 핵심 먹거리로 삼으려는 도시에 맞는 것인지, 처지와는 크게 동떨어진 엉뚱한 인구정책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익산시의 명품 주거 정책이 인구 유입에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명품 아파트들은 오히려 도시 인구의 이동을 부추기고 구도심의 공동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아가 분양 이후에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들은 지역 내 아파트들의 경쟁적인 가격 인상을 부추겨 익산을 서민은 살 수 없는 도시, 서민은 떠나는 도시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익산을 직시하면 희망이 없는 도시다. 그런 맥락에서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익산의 사활이 걸린 경제 요충지로 기대를 모았다.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관리주체

‘동북아의 식품 허브’, ‘첨단산업의 메카’ 등 수식들도 휘황찬란했다. 4,600억원을 투자해 70만평의 국가식품클러스터 산단을 조성하는데 무려 11년이 걸렸다.

정부와 익산시는 이 클러스터에 기업 연구소 160개가 입주하고, 연 매출 15조 원, 수출 3조원, 2만2,000여명의 고용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현장을 들여다보니 지난 5월 기준 전체 산업용지 151만1,896㎡ 중 실제 분양면적은 70만7,172㎡(46.8%)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분양률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의 매출액은 830억1,000만원으로 종합계획 목표치 대비 0.6%, 수출액은 319억 5,800만원으로 1.1%, 종업원 수는 733명으로 3.3%에 머물고 있다.

또한 기업은 95곳, 연구소는 1곳 등을 유치해 60%의 달성률에 머물렀다.

익산시에 따르면 입주기업 95개 중 전북 이전 기업은 15곳에 그쳐 지역경제와 고용창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식품가공 분야뿐만 아니라 농어업 발전에 혁신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불렀었다.

익산시가 가장 주목했던 건 농수산물의 가장 짧은 이동거리에 따른 가격경쟁력과 선도·신뢰도 전반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지역 내 농수산물을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소화시켜 줄 것이라는 점이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도시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영향을 줄 만큼 익산에 산출 불가한 성과를 안겨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사업이 국책사업이었고, 관리운영 주체가 정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책임 의식이 결여되어 보인다.

익산시는 이 문제를 남의 일로 치부해선 안 되는 입장이다. 도시의 명운이 달려있는 문제다. 익산 갑·을 국회의원들과 지역 정치인들도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익산시가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과를 공유하려면 클러스터가 완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클러스터 조성이 언제 마무리될지를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정부가 국책사업을 조속히 완결하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국내 유수의 식품 관련 업체들을 정부가 유치하지 못한다면, 지자체는 엄두조차 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