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익산시가 이익단체의 한 구성원이 제출한 국민신문고 문답을 검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백억원을 들여 공판장을 개설하고, 공판장 구내에 상주하면서 관리·감독을 하며, 시설유지·관리비를 매년 수억원씩 쏟아 붓고 있는 익산시 공무원들이 최소한의 업무 연찬도 하지 않고 있는 현주소다.

더구나 이익단체의 구성원이 제기한 문제를 너무나 허술하게 검토한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뭐든지 해달라는 대로 해줄게’라는 심리상태가 아니고서는 그렇게 쉽게 오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탓이다.

‘독점’은 곧 ‘농단’이다. 국정을 농단하다가 권력을 박탈당했던 박근혜를 보면 그 일탈로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끊임없는 경쟁은 긴장의 연속이다. 경쟁하는 개인들의 피로도가 높은 이유다. 시장 주의 국가에서 시장이 불공정하다면, 최소한 시장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체제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원칙이 없으면 질서도 없고, 무질서는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법이다. 뒤집어 보면 국가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의 원천은 원칙이다. 조금 먼발치에서 보아도 국가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으로 질서를 유지한다.
그런데 시장이 무질서한 상태로 방치된다면 시장은 ‘농단’이 만연하고 폭력이 일상화될 것이다. 행정기관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행정법의 일반원칙에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이 근간이 되는 이유다.
행정의 모든 분야를 지배하는 이 원리는 현실 행정에서 무엇보다 재량행위를 통제한다. 설령 법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행정기관의 행위는 최소한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함에 적합해야 한다.
또 행정기관의 조치는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한도 이상으로 행해 저서는 안 되고, 어떤 경우에도 조치하는 것에 따른 불이익이 그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보다 큰 경우에는 그 조치를 해서는 안 되며, 행정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공평해야 한다.
왜 이런 따분한 말로 모두(冒頭)를 여는가. 익산시의 일부 일선 공무원들이 자신들만의 특별한 원칙으로 일반원칙을 내팽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익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법과 조례에 따라 운영자를 재지정하지 않고 계약을 자동연장 해줬다. 그 이유가 놀랍다.
이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운영권을 익산시로부터 위탁받은 익산시 원예협동조합의 한 직원이 국민신문고에 ‘농협 공판장’도 일반 법인처럼 5년에 한 번 재지정 받아야 하느냐고 질의했는데, 정부 관련 부서에서 재지정받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신문고의 질의에 답변한 농림수산부 유통정책과의 의견 요지는 “관할 주무관청의 장으로부터 승인을 얻어 개설·운영하는 사업장이 ‘농협 공판장’이기 때문에 일반 법인처럼 재지정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누가 보아도 맞는 답변이다. 공판장을 개설해서 운영하는 법인이 누구한테 별도로 재지정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익산시가 개설했다. 익산시 원예협동조합은 공판장의 운영권을 수탁받은 법인 사업자일 뿐이다. 익산시는 법과 조례에 따라 위탁 기간인 5년 동안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재지정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
원협의 재무건전성과 거래규모, 순자산액 비율, 보증금 등 신용평가가 그것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원협의 한 직원이 제출한 국민신문고의 질의·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여 재지정 절차를 밟지 않은 채 5년을 흘려보냈다.
원협은 무계약 상태로 익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점유하고 위판 사업권을 행사해 온 꼴이다. 이 같은 행위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을 위반했기에 당연히 위법하다.
계약행위가 없는 시설물 무단사용과 위판 사업권 행사는 중대한 하자다. 당연히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된다.
특히, 익산시의 위법행위는 원협의 그릇된 문제 제기(혹은 위계)에서 비롯한 것이어서 원협은 신뢰보호원칙으로도 보호받을 수 없다. 익산시는 당장에 공개경쟁을 통해 익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도매 사업자를 재지정해야 하는 지점인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익산시가 이익단체의 한 구성원이 제출한 국민신문고 문답을 검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백억원을 들여 공판장을 개설하고, 공판장 구내에 상주하면서 관리·감독을 하며, 시설유지·관리비를 매년 수억원씩 쏟아 붓고 있는 익산시 공무원들이 최소한의 업무 연찬도 하지 않고 있는 현주소다.
더구나 이익단체의 구성원이 제기한 문제를 너무나 허술하게 검토한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뭐든지 해달라는 대로 해줄게’라는 심리상태가 아니고서는 그렇게 쉽게 오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탓이다.
원협의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이를 수 없는 결론에 익산시 공무원들은 도달했던 것이다.

공무원은 없었다

익산시와 익산시 원협이 관련된 일들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 17일 익산시 농산유통과가 익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에 업무 보고를 했는데, 강경숙 의원은 친환경 학교급식 공급제도가 시행된 이래 수십 년 동안 익산시 원협이 학교급식 공급을 독점해 온 문제를 제기했다.
익산시는 코로나 19로 등교가 늦어지면서 판로가 막혀 울상을 짓는 친환경 학교급식 재료 재배 농가를 돕기 위해 얼마 전 학생들의 가정으로 학교급식 꾸러미를 배달했는데, 상한 재료들이 공급되면서 학부모들의 빈축을 산 것에 따른 것이다.
강경숙 의원은 학교급식 공급체 지정을 위한 평가심의 기준을 의심했다. 꾸러미 배달을 떠나서도 익산시 원협이 친환경 학교급식 공급을 독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익산시는 2년에 한 번씩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데, 왜 한 번도 원협이 아닌 다른 학교급식 공급체가 지정된 적이 없는지를 의심했다.
익산시의 경제 환경은 취약하다. 게다가 농업에 집중된 산업구조다. 그런데 농산물 유통의 한 축을 익산시 원협이 독점하고 있다. 합법적인 독점이라 하더라도 ‘농단’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대두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하물며 명백한 절차상 하자가 개입된 독점구조다. 더 이상의 ‘농단’이 용납되어선 안 된다. 자치단체장의 제대로 할 의지가 필요하다.
공개경쟁을 통해 농산물 유통시설 확충 등 유통구조개선을 자구적으로 추진하고, ‘농민의 권익과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한다’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본래적 목적을 충족시킬 단체를 농수산물도매시장 운영자로 지정하는 일이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