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벼랑 끝에 서서는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렵고, 극단적으로 피로한 상황에서는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적이 있으나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겹쳤다면 주저앉지 않는 것 만 해도 다행한 일이다.

그래서 견뎌내준 것이 고맙고, 끝내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지켜내준 것이 고맙고, 익산이란 공동체의 한 구성원인 것에 자긍심을 느끼게 해 준 것이 고맙다. 닥칠 일은 알 수 없으나 오늘까지의 평가는 그러하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충만감이 아닐까 한다. 내일은 오늘의 연장이니, 우리가 내일에도 안전하기 위해서는 오늘 우리가 안전한 이유를 생각하고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요즘 도내 최초의 정책들이 익산시에서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이 정책들은 익산시의 기민한 코로나 방역 태세를 투영한다. 나아가 피폐해진 지역 경제를 어떻게 회생시킬까 고민한 산물들이다.

특히 내부적으로 긴장의 끈을 조이고, 가장 취약한 현안인 환경문제 해결의 고삐를 당겼다. 이 정책들은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처한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3개월여 동안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코로나 방역 관련 정책을 보면, 익산시는 도내 공공기관 최초로 전자출입 명부를 도입했다. QR코드를 이용한 비접촉식 방식의 출입 명부 작성은 코로나19 방역에도 기여하지만, 개인 정보 노출을 막고 부정확한 기재 문제도 해결했다.

익산시는 도내 최초로 감염병 환자를 이송하고 검체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음압 특수 구급차를 구입해 운행하고 있다. 차량 내부에 탑재된 초고성능 정화 장치들은 위급한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준다.

익산시는 코로나19 방역과 안전한 외식문화 확산을 위해 도내에서 처음으로 일반음식점을 안심식당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안심식당에는 소정의 지원금은 물론 위생용품과 안심식당 표지판 등의 물품을 지원한다. 안심식당은 생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시민들에게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다중 집합장소에 대한 자율적 통제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어 코로나 관련 경제 정책을 보면, 익산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내 최초로 충전식 선불카드 ‘익산 다이로움’을 출시했다. 5%~10%까지 인센티브를 적립 받을 수 있는 다이로움은 지역 자금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소상공인의 소득증대는 물론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충전식 카드는 지역 화폐의 부정 유통을 방지할 수 있는데, 짧은 기간에 사용자가 폭증하는 등 각광을 받고 있다.

익산시는 또, 위기를 극복하고 건강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구축하고 있다. 시는 우선 시민들이 전화 한 통으로 기부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 콜센터에 ‘기부 콜센터’ 업무를 부가했고 지난 4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접수에 들어갔다. 재난 기본소득을 포함해 각종 기부를 원하는 시민들이 콜센터에 전화하면 기부단체를 안내받을 수 있으며 지정된 단체가 직접 기부자에게 위임장을 받아 기부 절차를 진행한다.

익산시는 도내 최초로 지역 어린이집 185곳에 각 60만 원씩 긴급 운영비 지급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휴원 및 폐원을 방지해 보육 공백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또, 전국 최초로 ‘중증 장애인 근로 지원인 사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 고용을 활성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서다. 중증 장애인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불리한 신체조건과 힘든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월 5만 원 이내의 본인 부담금을 납부하며 생계에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월 5만 원의 근로 장려수당을 지원하는 제도다.

익산시는 코로나로 인해 동분서주한 와중에서도 행정에 대한 감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북 최초로 3~5명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를 도입한다. 시장 직속 별도 기구로 위원장은 개방형으로 위촉하며, 감사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위원들의 합의에 따른 감사로 절차상 민주적 통제가 가능해지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감사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직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당한 행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정헌율 시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정책이다.

익산시는 전국 최초로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했다. 난맥상을 보이는 지역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불법행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검찰 지명으로 모두 3명의 환경직 공무원이 수사 권한을 받아 지역에서 위법행위를 저지른 환경사범에 대한 영장 신청과 집행, 검찰 송치 등 검사의 지휘를 받아 직접 수사를 진행한다. 정 시장의 지역 환경문제 해결과 불법행위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읽힌다.

또,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수소 자동차의 보급을 위해 민관협력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석암동에 부지를 확보해 총 30억 원을 투입하는 수소충전소는 내년 상반기에 완공되며, 하루 50대(승용)의 수소 자동차가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정부의 수소 경제 활성화 정책에 발맞추며 청정에너지 사용으로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익산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전북권 대기오염물질의 특성을 상시적으로 분석 감시하는 전북권 대기 환경연구소 건립이 착공됐다. 도내 최초다. 최악의 미세먼지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익산시로서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전초기지 구축이다.

위기 속에서 돋보이는 영웅들

코로나 방역 일선에 익산시 직원들이 밤낮없이 배치되고, 그에 따른 철통 방역이 돋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신박하다. 시간을 정상적으로 쓰기도 힘든데 앞서가는 족적들을 거듭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과 일반 업무가 동시에 굴러가면서 어긋남이 없다는 건 두 축 사이의 어름 혹은 두 축의 중력을 하나로 모으는 힘의 압력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니, 코로나 발생 이후 3개월이 지난 오늘 그 긴장도는 표본 측정값을 초과한 상태라 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혼연일체의 집중은 익산시가 이제까지 보여준 적이 없기에 말문이 막혀 그저 박수를 칠 따름이다. 익산시의 진전은, 혁신이란 통상의 경쟁상황이 아닌 절박한 생존 현장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준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라는 격언은 익산시를 향한 오늘 이 다소 낯선 정회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벼랑 끝에 서서는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렵고, 극단적으로 피로한 상황에서는 산만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적이 있으나 보이지 않는 상황까지 겹쳤다면 주저앉지 않는 것 만 해도 다행한 일이다.

그래서 견뎌내준 것이 고맙고, 끝내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지켜내준 것이 고맙고, 익산이란 공동체의 한 구성원인 것에 자긍심을 느끼게 해 준 것이 고맙다. 닥칠 일은 알 수 없으나 오늘까지의 평가는 그러하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충만감이 아닐까 한다. 내일은 오늘의 연장이니, 우리가 내일에도 안전하기 위해서는 오늘 우리가 안전한 이유를 생각하고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오늘 우리가 안전한 것을 기뻐한다면 안전한 이유를 살피게 되고 보다 능동적으로 내일 닥쳐 올 위험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