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런 와중에도 관종들은 ‘신천지’로 특정 선거캠프를 흔들고 시민들을 자극하는 글과 사진을 SNS와 온라인에 지속적으로 게시했다.

그런데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 모든 일련의 사태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특정 선거캠프에서 ‘신천지’ 신도가 선거활동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천명하고 있다. 특정 종교인은 선거캠프의 종사자가 될 수 없다거나 자원봉사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없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또 차별을 금한다.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우리사회의 구성원에서 배제당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방역 시스템을 거스르지 않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신천지’ 신도도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를 뽑을 때 종교를 묻지 않는 이유다.

관종(關種)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관심병종자’를 줄인 말인데, 10대들 사이에서 이른바 ‘나대는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명사가 되었다.

주로 온라인이나 SNS에서 기이하고 무리한 짓을 하며 관심을 끄는 사람들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다. ‘관종’의 어원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지 다 하는 사람’인 것이다.

관종의 게시물들이 지향하는 바가 두드러지되 의식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이유다. 이성보다는 감성을 타깃으로 삼고, 타인과 집단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의 과잉에 사로잡혀 있는데서 비롯한다.

전문가들은 관종들이 사회적인 것을 빙자하지만 그 내용은 지극히 사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것을 근거로 그들을 사회부적응자로 분류한다.

같은 부류끼리는 고락을 함께 하지만 실생활에서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며,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에 찌들어 있다. 그로 인해 사회에 대한 불만이 포화상태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이 관종들의 현실적으로 고립된 처지는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SNS에 골몰하는 근원이다. 온라인상의 관계에 더욱 매달리고 이를 통해 대리 충족을 갈망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프랭크 홀로바티 박사에 따르면 요즈음 사회에서 버림받고 관심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 바보 같고 엉뚱한 게시글을 올려놓고 하루 종일 앉아 답변을 기다리는 정신병이 유행하고 있다.

이 정신병은 대뇌의 반구 중 우뇌의 영역에 속하는 무의식이 너무 오랫동안 억압을 받아온 나머지 관심을 끌려고 애쓰는 매우 희귀한 정신병이라고 한다. 이는 사람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타락시킨다.

미시시피대학교 파콤 교수는 그 정신병의 유형을 ‘성격 장애와 정신 분열을 불러오는 심각한 여병성(어떤 질병과 관련하여 일어나는 또 다른 질병) 정신병’으로 분류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관종들의 행태를 “과시욕과 사람들의 반응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하는 관음증의 발현”이라고 규정하며 “이런 욕구가 좌절되면 더욱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1인 미디어가 봇물을 이루고 SNS가 일상화된 요즘, 관종들도 여러 유형으로 활약하며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피해자는 속출하지만, 관종들의 교묘한 해작질은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반응에 집착하는 관종들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면서도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방어막을 치는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것이다.

게시물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망상이거나 망상에 가까운데다, 그걸 본인부터 현실이라고 믿는 망상에 빠져 있지만, 게시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볼 것을 예측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렇듯 가상의 공간과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그들은 황당한 행위를 교활하게 자행한다.

요즘 익산에 그런 관종 몇이 SNS를 탐닉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4·15 총선을 앞두고 등장해 지속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정치 선동형 관종들이다.

그들이 SNS에 게시하는 과장되거나 편향된 정치적 견해에 반응하는 사람들은 몇몇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그런 반응(좋아요 혹은 댓글)에 집착한다.

그들의 처지를 살펴보면 당장은 정치적 스크럼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새로운 정치진영의 울타리에 진입하려는 목적이 이면에 있을 수는 있다.

확실한 것은 그들이 관종의 본색을 감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격 상대를 정하고, 뒤통수를 치고, 사회적 불안을 엮어 집요하게 몰아세우는 관종의 방식을 항용한다.

그들이 익산의 선거판에 ‘신천지’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 단적인 예다. 주지하다시피 신천지 교회는 코로나 19를 증식한 숙주 집단이다.

‘신천지’의 폐쇄성이 부른 참사다. 더구나 일부 신도들은 검진에도 불응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렇듯 위험하고 부적절한 종교집단으로 전락한 ‘신천지’는 국민들이 그 이름만 들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존재로 떠올랐다.

며칠 전 SNS에 ‘특정 총선 후보 캠프에 신천지 신도 개입설’일 불거졌다. ‘그 신천지 신도는 지난 지방선거 단체장 선거에도 참여했었다’는 언급도 나왔다.

더 나아가서는 ‘그것의 사실 여부를 밝히라’며 특정 선거캠프를 압박했다. 갑자기 선거정국이 심각해졌다. 익산갑 지역의 한 총선 후보는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도내 유수의 한 신문과 라디오 방송이 이를 보도했다. 도내 일부 목회자들은 신천지가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진상조사를 하라고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그런 와중에도 관종들은 ‘신천지’로 특정 선거캠프를 흔들고 시민들을 자극하는 글과 사진을 SNS와 온라인에 지속적으로 게시했다.

그런데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 모든 일련의 사태에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특정 선거캠프에서 ‘신천지’ 신도가 선거활동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천명하고 있다. 특정 종교인은 선거캠프의 종사자가 될 수 없다거나 자원봉사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성립할 수 없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또 차별을 금한다.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우리사회의 구성원에서 배제당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방역 시스템을 거스르지 않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신천지’ 신도도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를 뽑을 때 종교를 묻지 않는 이유다.

관종 발 ‘신천지’ 낚시에 부화뇌동한 지역사회 일각이 부끄럽지 않겠는가. 하등에 문제가 될 것이 없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사안으로 관종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줬다는 점은 참담하기 그지없는 일이 아닌가.

잉여를 구축할 잉여들

무엇보다 이들 관종은 지난 민주당 경선 전부터 특정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해 왔다. 그런 맥락에서 다른 의도를 다 차치하고, 그들이 가장 갈망하는 것은 특정 후보의 관심이 아닐까.

그들이 살아가는 길일 법도 하다. 만약 공격받던 후보가 손을 내민다면 그들은 도취될 것이다. 관심을 끌었다는 사실에, 밥이 되고 울타리가 되어 줄 권력을 잡았다는 사실에.

쾌재를 부르며 승리감을 만끽하면서 새로운 타깃을 찾아 또다시 진실을 왜곡하고 문제를 조장하며 먹잇감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이다.

익산의 관종들 그들이 걸어 온 길이 그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번번이 실패했고, 목하 그 전철을 밟고 있다.

그들은 이제 소통의 범람 속에서 배출된 잉여가 되었다. 저절로 도태되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어간에 일어날 일에 우려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정보를 조작해 관심을 받거나 관심을 끌고 분란을 일으켜 주목받는 관종들의 게시물들은 SNS상에서 집단 양극화 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행위라고 경고한다.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자신의 여러 저서에서 “루머는 정보의 폭포 현상을 통해서 전파되어 집단의 논의를 양극화시킨다”고 했다.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허위 정보를 믿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그것을 따라 믿게 된다. 만약 다른 정보가 들어와도 자기 합리화를 위해 정보를 무시하는 자기 검열을 하고, 다른 사람과 뜻을 같이하게 된다. 이러면서 몇몇 정보는 삭제되고 의견은 극단적으로 흐르는데, 이것이 집단으로 부딪치면 집단 양극화로 번지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