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그런 맥락에서 종교 지도자들의 종교와 사회에 대한 시점 수정이 필요하다.
종교 영역간 배타주의는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익산지역의 종교계가 그것을 명증한다.
과도한 배타주의는 종교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행태다.
종교 사조로 볼 때 소멸을 가속화 시키는 기제가 될 수도 있다.
익산지역에서는 연중 여러차례 4대 종단의 종교 지도자들이 정기적으로 회합해 종교간 화합을 논의해 오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익산시장도 참석한다.
전시성 만남이 아닌 실질적인 담론의 장이 되기를 앙망한다.
지역내 종교단체 지도자들의 진정성 있는 화해를 통해 종교간 갈등을 걷어내기를 고대해 본다.
익산의 종교계가 익산만의 ‘문화적 종교’현상을 창출한다면, 익산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이동 할 수도 있다.

익산은 가히 종교의 도시라 할 만하다.
원불교의 본산이고, 천주교의 성지인 나바위 성당과 기독교의 성지인 두동교회가 있다.
무엇보다 온갖 종파의 기독교회당 수가 인구 비례기준으로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이런 탓에 혹자는 “원불교 신도가 아니면 익산에서 살아내기 어렵다”고 한다.
혹자는 “익산에서 교회 인맥을 쌓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근거는 불투명하다.
다만 종교단체가 사회적으로 봉사의 첨병이다 보니 두 단체가 국가나 지자체에서 위탁하는 복지시설을 분점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복지시설은 수익은 물론 고용을 창출하는데, 이왕에 수탁단체의 신도를 채용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익산지역 내의 수많은 복지시설과 그 수탁단체를 바라보면서 제3지대의 일반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원불교와 기독교로 대별되는 양대 종교단체가 수차례의 ‘시설 수탁’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계속 물의를 빚어왔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경쟁자의 한 축이 그 결과에 불복하면서 종교단체간 감정의 골이 계속 깊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몇 년 전 원불교 산하 기관이 수탁하게 된 특정시설의 경우는 공모요강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했다는 평가 결과에 따른 것인데, 수탁자로 결정된 뒤에는 스스로 특정시설이 갖춘 그 조건들이 부적합하다고 부정하며 위탁기관인 익산시에 시설을 다른 지역에 신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익산시는 이를 수용했다.
시설 위탁 공모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기독교 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던 이유다.
기독교 단체 쪽은 공모에서 탈락 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제시한 시설의 조건의 적격성이 원불교에서 제시한 시설을 압도한다는 자체 평가결과에 따른 것이다.
익산시가 100억원을 시설 신축비용으로 지원하고 지금도 시설운영비를 지급하고 있는 특정 사례를 하나 더 들어 본다.
원불교 단체는 이 시설을 수탁하게 되면 시설의 부지와 건물을 익산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이 시설의 설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 시설을 수탁 받은 단체는 돌변했다.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땅은 이전하지 않고 익산시가 지은 건물만 기부채납 하겠다는 것이었다.
익산시는 이를 수용했다.
이를 바라보는 기독교계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정치인인 익산시장과 종교단체간 거래로 비쳐졌다.
체류형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마음수련원 건립’ 좌초는 그 연장선상의 일대 사건이었다.
수백원의 국비를 지원받는 마음수련원 건립은 원불교의 역점사업이었다.
익산시비가 매칭되어야 국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계는 반발했다.
종교단체 시설에 익산시의 예산을 할애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었다.
맹렬히 타오르는 갈등에는 시설의 공공성이나 지역발전에 미칠 영향은 고려될 틈이 없었다.
이 같은 익산 기독교계의 반 원불교 정서는 예산을 심의하는 시의회 의원들에게 거친 양태로 표출되었다.
관련 예산을 통과시키는 의원은 차기 선거에서 낙선할 각오를 하라는 기독교 단체의 겁박은 주효했다.
마음수련원은 좌절됐다.
익산시민들의 상심도 컸다.
이 같은 집단이기주의의 폐해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거니와 결코 잊히지 않을 도시의 상처로 각인되었다.
양대 종교간 갈등은 이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부정적 기제의 한 축으로 상존하는 것이다.
새 희망을 여는 새해가 밝을 때마다 마주하는 도시의 짙은 그늘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시에 해를 끼치는 두 종교간 충돌의 이면에서 시민들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양대 종교단체의 대립각이 대표성을 가진 이들에 의해 세워진 것은 아니다.
일선에서 사업을 하는 이들이 아전인수격으로 문제를 야기해 온 탓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제 양대 종교단체의 수뇌부가 고민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지점에 이르렀다.
주지하다시피 종교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하려고 했던 할랄식품 가공기업이 기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사례가 그것을 극명하게 방증한다.
동북아 식품산업의 허브를 추구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차원에서 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식품 원료를 공급하고 성과를 공유할 익산시의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도약의 기회를 놓친 격이다.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랑과 실천’이라면 익산지역 양대 종교단체의 일선은 그에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가 익산 상징 브랜드 될 수도 있어

경자년 벽두에 미국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 교수(피처대학 사회학과)의 ‘신 없는 사회’를 읽는 까닭이다.
비종교적인 사회를 연구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필 주커먼은 14개월 동안 덴마크와 스웨덴에 살면서 150명과 심층 인터뷰를 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경탄해 마지 않았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대부분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덴마크인 중 대다수가 인간의 진화에 관한 다윈 이론의 증거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대부분의 덴마크인과 스웨덴인은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필 주커먼과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들 중 대다수는 문화적 전통이나 역사적 의미에서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인’이라는 말이 당신들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냐고 묻자, 그들은 거의 한결같이 같은 것들을 강조했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가난한 자와 병자를 돌보고, 착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의 위대한 종교들이 병자와 노인, 가난한 사람, 고아, 약자를 돌보고, 자비와 자선을 행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의를 베풀고, 관대한 마음과 겸손과 정직을 배양하고, 개인적인 이기심보다 공동체를 생각하라는 도덕적 가르침을 내놓고 있는데도, 종교의 이런 전통적인 가르침을 가장 성공적으로 제도화해서 실천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들(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대단한 사회적·종교적 아이러니다.
필 주커먼은 덴마크와 스웨덴을 ‘신이 없는 사회’로 정의하고 이들 나라에서 생활한 1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내 경험상 그들의 사회는 부드럽고, 차분하고, 사람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그는 또 “스칸디나비아의 기독교인과 현대 유대인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유사점은 두 집단 모두 오랫동안 전해진 종교적 전통에 분명한 소속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기들 종교의 다양한 관습과 축제에 참여하지만, 두 집단 모두 하느님이나 신앙이 자기들 정체성의 핵심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한 뒤, “사실 그들 삶에서 종교는 ‘문화적 종교’라고 불러야 더 적절할 듯 싶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신을 비롯한 예수, 천국, 지옥, 영혼 등 초자연적인 요소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종교의 가치관을 굳게 믿고 좇는 ‘문화적 종교’를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세속주의 종교’의 새로운 양태로 정의한 뒤, “근본주의적 종교보다는 오히려 세속주의가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준다”고 설파한다.
이 같은 ‘문화적 종교’ 현상에는 익산지역도 자유롭지 않다.
과학의 발전이 종교관의 변천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종교 지도자들의 종교와 사회에 대한 시점 수정이 필요하다.
종교 영역간 배타주의는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익산지역의 종교계가 그것을 명증한다.
과도한 배타주의는 종교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행태다.
종교 사조로 볼 때 소멸을 가속화 시키는 기제가 될 수도 있다.
익산지역에서는 연중 여러 차례 4대 종단의 종교 지도자들이 정기적으로 회합해 종교간 화합을 논의해 오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익산시장도 참석한다.
전시성 만남이 아닌 실질적인 담론의 장이 되기를 앙망한다.
지역 내 종교단체 지도자들의 진정성 있는 화해를 통해 종교간 갈등을 걷어내기를 고대해 본다.
익산의 종교계가 익산만의 ‘문화적 종교’현상을 창출한다면, 익산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이동할 수도 있다.
성지 순례길을 연계하는 것과 같은 통합적 사고는 종교간 화해가 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익산의 종교계가 스스로 지역 관광산업의 주체가 되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종교 스스로도 수익창출 기회를 확장하는 현세적 희망을 감히 품어보는 경자년 초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