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안전 환경국’을 ‘환경 안전국’으로 개칭한다고 한다. 환경부서를 중심부서로 격상시키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조직개편을 통해 시민과 행정이 공동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환경부서가 중심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걸까. 그렇기에 시민들과의 공동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없었던 것일까.

6일 전인 지난달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28년을 지난다. 하지만 지난 3월에 국회로 넘어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등 지방분권 관련 법안이 7개월 여 동안 캐비닛 안에서 단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방세법 등 재정분권법안이나 지방소비세나 부가가치세 관련 부수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무늬만 지방자치가 28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설프고 무의미한 제도에 낭비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하지만 국회는 지방의 중앙예속을 방관해 왔다. 아니, 적극적으로 외면해 왔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를 비롯한 지방 4대 협의체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등을 연내에 일괄 처리하라고 국회에 촉구하면서 규탄집회를 예고한 것은 그 심각성을 자각한 데서 비롯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골자는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이다. 지방의회의 오랜 숙원이다.

그런데 이 같은 법안의 입법절차가 여전한 중앙중심적 사고에 의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국은 조국사태, 사법개혁 등의 블랙홀에 빨려든 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정국의 지형을 감안하면 지방분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역에 기반을 둔 국회의원 개개인의 입장을 놓고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런 맥락에서 ‘국회의원들이 잠재적 경쟁자인 시도의원들을 견제하기 때문에 시도의원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들의 통과를 꺼린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지방의 일은 지방의원들이 더 잘 안다.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국세를 제외하고 지방에서 거둔 세금은 지방에서 쓰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선택한 곳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예산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국가재정 운용의 본령이기도 하다. 예산편성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지방의회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지방이 지방다워지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격언이 상식으로 자리매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수한 자산을 발굴하고 가공할 수 있어야 한다. 특산물이나 특산품을 발굴·육성하고 특별한 매력들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지역의 정체성은 곧 지역의 경쟁력이다. 정체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지원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지방의회 조직에 전문가들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조례는 그 지역만의 특수한 환경들이 고려되기 때문에 무엇을 규제하는 조례나 무엇을 완화하는 조례 등 그 자체가 지역을 대변한다.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지방의원은 숙명적으로 현장을 누비며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생활정치인이다. 자치단체의 예산을 심사하고 사무를 감사하는 데에 거의 모든 회기를 소모한다. 그 한계를 보완해야 할 당위다.

이 같은 의회사무처 내에 전문인력을 도입해야 하는 당위와 ‘의회사무처 독립’의 필요성은 그 궤를 같이 한다. 집행부를 감시하는 의회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자가 집행부의 수장이라는 점은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다. 의회의 방향성이 불투명하고, 전문위원들조차도 집행부를 감시하는 조례 제정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앙의 지침이나 모법의 개정에 따른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조례 제정의 대종을 이룰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의회사무처에 발령받은 공무원들은 대체로 주류에서 밀려나 유폐되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다.

실제로 장기간 붙박이로 의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특히 승진에서 소외되어 활기를 잃어버린다. 의장에게 줄을 대어 어떻게든 의회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의회사무처 공무원들이 인사 때마다 아비규환을 연출하는 것은 지방자치가 만든 그늘이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지방자치는 실시되고 있지만, 반쪽짜리에 그치는 바람에 지방자치의 꽃인 대의기관의 심장부가 모호한 외인부대로 전락한 것이다.

또한 이같이 불완전한 조직과 의회 운용에 들이는 비용은 지극히 비효율적이며, 이 같은 불완전한 지방자치는 오히려 자치단체의 사무를 간섭하며 혼란만 부추기는 역기능을 수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국회 사무총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안 된다면서도 지방의회 사무처(국)장은 단체장이 임명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시대명령을 거스르는 역사의 죄인들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 본령은 공무원 마인드 탈피하는 것

왜 지방의회에 전문가들이 필요한가. 국회의원에게 딸리는 입법·정책보좌관과 비서관, 국회사무처의 구성원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곧 지방의회 전문가들의 필요성이다. 한마디로 정치인이 갖추기 어려운 기능을 보완하는 수단이다.

형식이나 현실적인 틀에 구애받지 않는 정치인의 안목 또는 상상력과, 현실 안에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것을 실현하는 전문가의 협업이 국민들의 복리증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방자치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다. 획일화된 공무원들의 한계에서 출발했다.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눈과 비전을 제시하고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그 목표에 다가갈 일반가가 기초단체의 행정기관을 이끌어가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의 근간이다.

지방의회는 그 일반가의 전횡과 공무원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필요했다. 그런데 공무원 출신이 일선 기초단체의 수장이 되면 어떻게 될까. 관리자에 머물 뿐이다. 수많은 현안들이 정체된다.

해법은 제시되지 못하고, 순간을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이 난무하게 된다. 공을 자기 덕으로 돌리고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공조직을 폐쇄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그러한 조직을 앞세워 문제를 삼는 시민들을 적대시한다. 공연히 트집을 잡아 흠집을 내는 불순한 시민들로 매도한다.

문제를 지적하는 의원도 자치단체의 수장을 공격하는 적으로 간주한다. 이는 집행부 공무원들이 대의기관을 존중하지 않게 하는 기제다. 의원들이 집행부의 사무처리 가운데 그릇된 관행이나 편법을 개선하라고 요구해도 잘 이행하지 않는 이유다.

영 개선하지 않는 것도 수두룩하다. 특히 자치단체의 수장이 고위직 공무원일 경우에는 ‘내가 해봐서 안다’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주눅이 든다. 갈수록 직언하는 공무원들이 줄어들고, 미운털이 박힐까 공조직은 침묵 속에 빠져든다. 이런 조직이 발전할 턱이 있겠는가.

외부(의회)의 정당한 간섭도 내부의 간언도 달가워하지 않는 독선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가. 익산시의 현주소가 말해 준다. 수많은 현안 문제들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지역경제는 날로 침체되고 있다. 도시의 지표는 퇴보 일로에 있다.

특히 정헌율 체제의 지난 4년의 성적은 ‘낙제 수준’이라는 평가로도 부족할 만큼 참담하다. 익산시가 산적한 현안문제들 가운데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가기 위해 1과 4계를 신설하는 행정조직 개편을 추진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안전 환경국’을 ‘환경 안전국’으로 개칭한다고 한다. 환경부서를 중심부서로 격상시키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조직개편을 통해 시민과 행정이 공동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환경부서가 중심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걸까. 그렇기에 시민들과의 공동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 밥에 그 나물인데, 쇼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익산시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부터 공무원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