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 힘이 약한 축은 언제든지 검찰의 밥이 된다. 주지하는 사실이다. 보라. 힘없는 개인은 죄가 없어도 감옥에 가둘 수 있는 검찰이다. 제 살은 환부조차 감추는 검찰이다. 그 에고이즘에 무슨 합당한 논리가 있겠는가. 적으로 간주되는 상대방에게는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검찰이다.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죄라는 인식이 없고, 폭력을 휘두른 뒤에도 반성을 하지 않는 검찰이다. 」

# 사건 가.

언론인 ㄱ은 구속되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검찰이 소환하기 전까지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ㄱ은 어처구니 없는 질문들을 받았다.

한 업체의 약점을 잡아 공갈을 일삼았으며, 업체로부터 수년 동안 수회에 걸쳐 수천만원을 받았느냐는 것이었다.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업체 측의 진술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 조사의 전부였다.

ㄱ은 검사가 질문하는 ‘몇 년 몇 월 경’ 혹은 ‘몇 년 몇 월 며칠 경’들에 업자를 만난 적조차 없었다.

그래서 돈을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있을 수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를 마친 검사는 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런데 검사는 며칠 뒤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번에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사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고 송두리째 다퉈야 할 사건인데, 영장 전담 판사는 ㄱ을 감옥에 가두라 한 것이다.

ㄱ은 감옥에서 변호사가 건네준 진술조서를 살펴보고 충격에 빠졌다.

돈을 전달했다는 업체의 ㄴ은 돈을 줬다는 대부분의 장소들을 특정하지 못했다.

상호 불상의 식당 또는 상호 불상의 찻집이라고 진술하지만, 정확히 어디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검사는 2차 조사에서 ㄴ에게 그 식당과 찻집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았느냐고 묻는데, ㄴ은 “찾을 수 없었다”고 진술한다.

ㄴ은 돈을 전달했다는 대부분의 일시도 특정하지 못했다.

몇 년도 추석 무렵, 몇 년도 설날 무렵 등이었다.

일시를 특정한 경우에도 장소는 특정되지 않았다.

ㄴ은 ㄱ이 기사를 나쁘게 써서 돈을 줬다고 했지만, 그가 지목한 기사는 ‘민관 토론회’ 같은 현장 보도물이거나 관련 행정기관과 업체, 주민 등의 발표문 및 현장 상황에 따른 방향성을 정리한 정도였다.

통화하거나 만나거나 했다는데, 어떤 경우에도 그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었다.

특히 ㄴ은 2차 조사에서 1차에 진술한 내용들을 다수 번복했다.

어떤 경우는 주객이 전도됐고, 어떤 경우에는 진술의 핵심이 바뀌었다.

한마디로 진술에 일관성이 없었다.

검사 A는 이 사건을 수개월에 걸쳐 수사했고, ㄱ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은행계좌를 털고 핸드폰을 압수해 포렌식 분석을 했으며, 심지어는 처가의 모든 구성원의 은행계좌까지 탈탈 털었다.

그러나 A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A는 ㄱ을 끝내 구속시키고 이 사건을 기소했다.

A는 무엇보다도 ㄴ이 ㄱ에게 거액의 돈을 줬다며 제시한 유일한 증거를 일절 검증하지 않았다.

ㄴ은 1차에서 진술한 일시를 바꾸며 그 근거로 당일 금원이 이체된 계좌번호를 검사에게 제출했다.

ㄴ은 이 계좌에 들어 온 현금을 당일에 인출해 ㄱ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돈은 현금으로 인출된 것이 아니라 두 번에 나뉘어 계좌이체 되었는데, 모두 ㄴ의 아파트 분양대금으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검사는 최소한의 증거 검증도 없이 기소한 것이다.

법정에서 진실은 밝혀졌고, 법원은 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상급심에서 확정되었다.

ㄱ은 이 과정에서 74일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사과 한마디 없었고, 1심이 선고 된 직후에 타 지역 검찰청으로 발령을 받아 사라졌다.

A의 수사는 고소·고발에 따른 수사가 아니라 기획수사였다.

ㄱ은 이런 검사, 공권력을 흉기로 휘두르면서도 여전히 현직에 있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검사를 평생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 사건 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 씨의 진술이 세간의 입길에 올랐다.

변호사를 비롯한 교수·검사 등으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이 이 같은 윤 씨의 진술을 확보해 검찰과거사위를 통해 검찰에 넘겼으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총장에 대해 기초 사실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부터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하던 진상조사단은 검·경의 수사기록에서 윤석열이란 이름을 발견했고, 윤중천을 불러 조사한 끝에 윤 총장과 그가 과거에 친분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강원도 원주 소재 윤 씨 별장에서 윤 총장이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도 받아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진상조사단의 보고서를 넘겨받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검찰수사단은 ‘윤 총장과 윤 씨의 관계, 접대 사실 여부’ 등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 확인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김학의 사건 재수사를 매듭지은 것이다.

접대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윤석열 총장은 법적인 처벌을 차치하고라도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져야 함에도 검찰이 수사는 고사하고 내부 감찰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 사건 다.

검찰은 조국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일 그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또 형사부에 배당됐던 조국 가족 관련 사건을 특수부로 옮겨 수사하고, 검찰은 특히 현직 법무부장관의 자택을 11시간 동안 이 잡듯이 뒤졌다.

검찰이 흘리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조국 가족 수사 관련 단독보도가 연일 숨 가쁘게 쏟아지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정쟁에 매물된 나머지 이 나라 정치는 공통분모를 상실했다.

길은 없고 링만 있는 정치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뉘라서 검찰의 폭거에 안전할 수 있겠는가.

당장 야당 손에 정쟁의 실탄인 조국 낙마용 수사 내용들을 쥐어준다고 검찰이 영원히 야당 편이겠는가.

용도가 다하면 버림을 받게 되어있다.

힘이 약한 축은 언제든지 검찰의 밥이 된다.

주지하는 사실이다.

보라.

힘없는 개인은 죄가 없어도 감옥에 가둘 수 있는 검찰이다. 제 살은 환부조차 감추는 검찰이다. 그 에고이즘에 무슨 합당한 논리가 있겠는가. 적으로 간주되는 상대방에게는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검찰이다.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죄라는 인식이 없고, 폭력을 휘두른 뒤에도 반성을 하지 않는 검찰이다.

국민에게만 충성한다는 윤석열이 검찰총장직에 걸맞은지 검증하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법의 정신이다.

조국 가족을 수사하듯이 윤석열을 수사하도록 하라. 윤 씨의 진술이 있으니 증거가 없어도 윤석열을 구속하고 기소하도록 하라.

거기서부터 검찰의 가능성을 가늠해야 한다.

자기 환부를 도려내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희망은 없다.

별건수사 축소다, 검찰에 대한 감찰 강화다, 수사권 조정이다, 공수처 설치다, 혐의사실 공표 금지다 같은 장치들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보라.

야만의 검찰이 두려워 할 장치들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