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의 입에서 ‘정치검찰’이라는 이례적인 지적이 나오고,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로도 조 후보자에겐 무조건 악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의 반응은 청와대나 여당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비롯한다.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 아니냐’는 의심이다.

검찰이 이상한 일을 벌였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 관련 장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 행태가 얼마나 비정상적인가.

여·야가 한목소리로 그 의도를 의심한다.

정의를 구현한다는 검찰이 불신을 자초하는 해괴한 일을 벌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7일 입시, 사모펀드, 부동산, 학원재단 등 관련 사건 수사를 위해 전격적이며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장소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사학재단 웅동학원,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등 10여곳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특히 검찰의 압수수색은 청와대나 법무부에 사전 보고되지 않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만 보고됐다.

또 검찰은 이 사건들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가, 최근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기업수사 등을 전담하는 특수2부에 재배당했다.

표면적으로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인 만큼 독립적으로 핵심 권력자를 강력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표방한 셈이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객관적인 눈들은 이 같은 검찰의 행보를 몹시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여야가 인사청문회 날짜까지 합의했는데 검찰이 판관을 자처하며 수사에 착수한 건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 영역으로 가져간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압수수색을 해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다는 암시를 줘 조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려는 의도가 검찰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법 절차(행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국민 대다수는 통상적으로 압수수색이 피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도, 익명발로 검찰에 대한 불쾌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조 후보자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뒤 ‘칼’을 빼든 것이라는 시각(視角)이다.

조 후보자를 낙마시켜 검찰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사실상의 검란이라는 게 청와대의 표면적인 반응인 것이다.

여당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압수수색이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검찰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여당 의원의 입에서 ‘정치검찰’이라는 이례적인 지적이 나오고,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로도 조 후보자에겐 무조건 악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한국당의 반응은 청와대나 여당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비롯한다.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 아니냐’는 의심이다.

사실이 그렇다.

당장 조 후보자에겐 정치적 ‘숨통’이 트였다.

각종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졌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면서도 어떤 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해명을 못하고 있던 조 후보자다.

사퇴설까지 나도는 지경이었다.

조 후보자는 검찰 압수수색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한마디로 모든 의혹 정국을 일축하고 ‘인사청문회 준비 전념’을 재확인했다.

그는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전가의 보도를 쥐게 된 것이다.

도덕적 책임 추궁과 사퇴 압박, 사과 요구를 무위로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당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청문회도 시작하기 전 검증 단계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데, 과연 법무부 장관을 할 수 있겠느냐,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지명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전혀 울림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국민을 속인 정권의 전략일까

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언론을 통해 제기될 추가적인 의혹과 사전 검증 작업도 더이상 조 후보자를 정치적으로 위축시킬 수 없게 되었다.

단적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은 조 후보자에 대한 도덕적 검증을 무력화시키고, 모든 의혹의 쟁점을 법적 판단 대상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검찰은 조 후보자가 스스로 진퇴를 결정할 기회를 앗아간 것일까.

아니면 야당의 한 원로인사의 말마따나 조 후보자 또는 청와대나 여당의 ‘듣도 보도 못한 기막힌 전술’에 검찰이 이용된 것일까.

후자라면 검찰은 ‘검찰개혁에 대한 반격’이라는 비판을 감수한 격이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이 조 후보자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면 실로 기막힌 전술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자적인 행동으로 비쳐졌고, 오히려 ‘성역없는 수사’의 전범으로 비쳐지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향후 수순은 너무나 뻔하다.

인사청문회를 열지만 국회가 어떤 의견을 제시하던지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수장이 나오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겠지만, 검찰은 조국 법무부장관이 받는 혐의들에 대해 ‘죄를 물을 만한 대상이 아니다’, ‘위법성이 없다’등 ‘무혐의’결론을 낼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사리에 밝으니 거기까지는 갈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이나 국민들의 도덕성 검증을 억눌렀던 만큼 후폭풍은 거셀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조국 특검’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 정권에 대한 심판론 분출의 서막이 될 것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조국은 왜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을 버리고 공멸의 길을 택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