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인구가 지난달 말 기준 28만9,808명을 기록했다. 설마했던 29만선도 무너진 것이다.
이는 인구 30만선 저항대가 회복불능 상태로 무너졌다는 걸 시사한다.
이 같은 익산시의 인구 저항력 상실이 도시의 한계와 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은 부정될 수 없다.
익산시의 유일한 인구정책이었던 ‘주소 옮기기’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타지에 살면서 주소지만 익산시로 옮긴 사람들이 거주와 생활에 수반되는 조건들 때문에 물리적으로 오래 버틸 수 없는 탓이다.
익산시 공무원이 타지에 사는 지인이나 친척들에게 주소지 이전을 부탁하는 것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주민등록기준지의 복원력과 맞서는 치열한 인구 늘리기 활동이었다.
이 돌려막기식 위장전입 정책은 애당초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익산시는 이 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지역구 두 개를 유지할 수 있는 선거구당 인구 상·하한선을 유지하는데 이보다 더 뚜렷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익산시는 위장전입의 ‘위법성’ 논란과 결국 위장전입 인구를 더 이상 잡고 있을 수 없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는 ‘유한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위험부담이 큰 이 실적 위주의 표피적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최근 1년 7개월 만에 1만379명이 줄어드는 등 익산시의 인구 감소추세가 건국 이래 미증유의 파장을 일으키는 데에는 익산시가 그러한 기존의 인구정책을 재검토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익산시는 인구 전입정책을 사실상 폐기처분한 상태다.  
다만, 실거주지가 타지인 익산지역 내 대학생들이 주민 등록지를 옮길 경우 1인당 최대 80만원의 학자금을 지원하는 ‘인구 단기 임대정책’은 유지하고 있다.
이 인구는 대학이 존재하는 한 계속 순환되기 때문에 기 확보된 수가 눈에 띈 변동폭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담보된다.
그러나 비과세자인 학생의 불로소득과 지역세금을 타지인에게 사용하는 부적정성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 정가의 한 축에서는 위장전입 정책의 필요성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절박하기는 하다.
여야 4당이 지난 4월 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선거법 개정안의 지역구 수(225석)를 적용하는 선거구 획정 기준상 익산시의 인구는 ‘두 개의 의석을 지킬 수 없다’고 가리킨다.
1개 선거구당 15만3,560명으로 산출되는 현행 인구하한선에 익산 갑지역구의 인구가 미달되기 때문이다.
2개의 선거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익산시의 총 인구가 최소 30만7,120명이 되어야 하는데 선거구 획정 기준이 되는 올 1월 말 기준 익산시의 인구는 29만3,201명으로 1만3,919명이 부족하다.
익산‘을’ 선거구의 경우 실제 인구가 15만5,491명으로 인구하한선(15만3,560명)보다 1,931명 많은 반면, 익산 ‘갑’선거구의 실제 인구는 13만7,710명으로 인구하한선보다 1만5,850명이나 적다.
선거구 획정이 인구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질 경우, ‘갑’지역구에 연접한 ‘을’지역구의 행정구역을 분할해 갑으로 재편하더라도 을지역에서 남는 인구 1,931명을 가져간 익산갑의 인구는 13만9,641명으로 1개 선거구당 인구하한선에 1만3,919명이나 미달된다.
이에 따라 인구감소에 대한 책임론이 이는 한편 기존의 실적 위주 인구정책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인구축소에 따른 지방세 감소나 행정기구 축소 등 도시 위상의 추락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적 위주의 인구정책 부활론은 앞서 말한 바의 사상누각을 또 짓자는 것과 다르지 않고, 폐석에 한 수를 더 보태라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공직선거법이 정한 선거구획정 기준에 따르면 인구 반영 기준일은 지난 1월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특히, 선거구획정으로 인한 지역구 의석 조정에 관해서는 익산시민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공직선거법 25조는 선거구획정 기준을 ‘인구’에 국한하지 않고,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리적 여건·교통·생활문화권 등을 고려하라’며 선거구획정안을 손볼 수 있는 온갖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은 자신을 낳은 법이 다양한 변수를 수용함에 따라 사실상 하나마나한 행위의 소산이다.
이렇듯 선거구획정안은 사실상 국회를 구속하지 못한다.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국회의원수를 조정할 수 있고, 그런 변동은 계속 있어왔다.
게다가 인구감소로 인해 선거구가 축소될 위기에 처한 곳은 익산만이 아니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10곳, 한국당 10곳 민주평화당 3곳, 바른미래당 2곳, 무소속 1곳 등이며,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 10곳, 영남 8곳, 호남 7곳, 강원 1곳 등이다.
정개특위는 이들 선거구가 평균 3개의 다른 선거구와 접경을 맞대고 있다고 가정할 때, 통폐합 영향을 받는 지역구도 80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정을 감안할 때 ‘엿장수’ 국회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현행 지역구 의석을 유지할 것이다. 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 결정에 공신력을 더하는 형식적 절차일 뿐인 것이다.
따라서 익산시의 인구정책은 더 이상 정치적인 논리에 휘둘려서 돌려막기하는 식이어야 할 까닭이 없다.  
또한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을 적신호로 읽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인구감소가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자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헌율 시장이 지난 12일 간부회의에서 “인구문제에 초점을 맞춰 모든 정책을 점검하라”고 주문한 것은 유효적절해 보인다.
또한 인구정책 실행을 전담부서에 국한하지 않고 “각 부서의 소관업무 중 인구증가 요인과 관련된 사안을 적극 발굴하는 등 인구정책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한 것도 적실하다.
이 같은 정 시장의 전향적 인구관점이 익산시의 새로운 인구정책의 출발점이 되기를 고대한다.

한정된 인구를 고려하지 않은 채 토목공사를 벌이는 도시 확장으로 기존 도심의 공동화를 주도하고, 인구에 비례한 예산 배분을 당위 삼아 신도심 위주의 정책을 펼치며 구도심 주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이에 따른 공실률 증가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아예 구도심을 외면하던 도시정책부터 수정하길 바란다.
국비를 지원받는 도시재생 뉴딜사업만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자치단체가 자초한 구도심 공동화의 심화 정도와 구도심 부동산 소유주들의 폐쇄성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 백억원을 쏟아 부은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할 정도의 생태서비스를 증진시키기에는 한계가 노출된 상태인 것이다.
총체적으로 여러 학문을 융합한 도시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유휴 방치 부동산을 살리기 위한 융복합적인 연구와 집중적인 도시재생사업을 지속적으로 병행하지 않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구도심 속에 또 다른 섬을 만드는 행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도시재생특별법에 따른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는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익산시는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고령화의 덫’에 걸린지 오래다.
하지만 이 부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인 복지정책은 실효적이기 어렵다.
재정 상태가 빈약한 익산시의 입장에서는 차별성 있는 지원시책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익산시의 인구관점이 기존 미시적인 틀에서 벗어나 ‘살기 좋은 도시만들기’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다.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도시의 명성을 되찾고, 아이를 기르기 좋은 도시, 기업하기 좋은 도시, 휴양의 도시, 공유경제가 잘 되는 도시, 지역순환경제가 잘 되는 도시, 일할 기회가 많은 도시, 공감도시를 만드는 이 모든 정책이 곧 인구정책이 되어야 한다.
좋은 기업을 유치해서 인재가 떠나지 않게 하고 떠났던 사람들이 되돌아오게 하는 것,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윤색해 사람들로 하여금 찾아오게 하는 것,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여 시민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 등도 인구늘리기의 중요한 저변이라 할 수 있다.
제시된 정책들이 익산시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구관점으로 보면 그 정책들이 그저 관성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조직을 유지하는 형식 또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것도 보일 것이다.
기구의 목적과 정책의 가치를 추구하는 실효적인 조직운용이 필요하다.
‘인구관점’이라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보면 익산시의 인구정책은 ‘환골탈태’없이 방향을 재설정 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인식을 바꾼다는 것은 관행을 버리는 것이다. 과거를 버리는 것은 자기에 대한 ‘부정’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정 시장이 요구한 인구관점은 그렇게 중대한 선언이자 결연한 각오를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