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왜 그랬겠는가. 그 요구 자체가 비정상이었기 때문이다. 비정상은 정상을 수용하지 못하는 법이다. 정상이 비정상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가뜩이나 감사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의 요구였다. 어떻게 대놓고 부당한 요구라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자료 요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경위를 밝히라는데, 정말 모르고 묻는 것인가. 경찰은 공식적으로 밝힐 게 없다. 두 의원의 요구가 공식적인 것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다만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 두 명이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 때 국회 선진화법 위반 등으로 고소·고발된 같은 당 의원들의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수사관 인적 사항 등의 자료를 경찰에 요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진행되고 있는 수사다. 수사 계획과 수사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일이라는 것을 두 의원이 모르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두 의원들 역시 정의당으로부터 고발되어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 당사자들이다.

그런데 이 두 의원은 경찰 업무를 소관하는 행안위 소속 의원들이며 그 중 하나는 간사를 맡고 있다.

그들의 수사 계획 등 자료 제출 요구는 외압이다. 적어도 경찰이 그렇게 느낄 것이란 걸 몰랐는지 궁금하다.

행안위 간사가 "소관하는 주요 이슈들에 대해 관련 자료들을 공식적인 경로로 요구해 파악하는 통상적인 업무였다"고 해명하고 있어서 더욱 궁금해진다. 이 사람들이 입법부의 구성원들이 맞는가.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소양이라도 갖추고 있는 것일까.

권한을 남용하는 자들이 '권한남용죄'와 같은 법리를 심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 권한남용죄가 왜 만들어졌는지,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알고 있다면, 해서는 안 될 행위들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기에 드는 생각이다.

국민들이 권력기관을 감시하라고 국회로 보냈는데, 되레 비정상의 권력질을 하고있는 것이다.

피의자 신분이 된 자유한국당 의원들 58명은 지난 4월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이 예정된 특위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5시간 넘게 의원실에 감금하는 등 법안 제출과 회의 진행을 막아서면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경찰의 소환에 불응하고있다. 특권의식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의 경찰에 대한 갑질이 그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일은, 자료를 요구한 당사자 중 하나인 이채익 의원이 '자료 요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경위를 밝히라'며 경찰을 압박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는 "양심을 걸고 경찰 외압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강변한다. 피감 기관인 경찰의 수사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한 것은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은 피감 기관의 정책과 활동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는 합법적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니 외압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당한 상임위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 궁금해진다. 피의 당사자가 피의사실 여부를 수사하는 경찰을 감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말인가. 최소한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상임위원으로서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법관이나 법원 사무관 등도 특정 사건과 관련해 법률에서 정한 특수한 관계가 있을 때에는 그 재판에서 배제된다. 소송 관계인과 특수한 관계에 있거나 어떠한 사정으로 불공평한 재판을 주재할 가능성이 있는 법관이나 법원 직원도 그 재판에서 기피된다.

'누구나 법앞에 평등할 권리',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헌법 정신에 따른 것이다. 그러한 명문이 담긴 형사소송법을 그는 몰랐다는 말인가. 무엇보다 국민들은 '특수주거침입·국회 회의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종국에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될 것이냐에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다.

경찰의 수사란 다름아닌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를 다툴 근거를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권한을 앞세워 자신에 대한 경찰의 수사 상황을 낱낱이 보고받는 것이 국민에게 정당한 직무수행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인가.

위법성을 가리기에 앞서 그들의 도덕성 결함 문제를 지나칠 수가 없다.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고 했는데, 누가 보아도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오해받을 만한 짓을 했다.

그래놓고 외압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한다. 양심을 건다고 한다.

그의 양심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상식적인 양심은 분명 아니다. 그가 말하는 '의도'란 "나 이런 의도가 있어"라고 말해야만 성립한다는 것이다. 부인하면 '의도'는 없는 걸로 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진실 위에 서 있지 않다는 걸 방증한다.

외압이 아니라구요?

그는 율사(士)들의 전당에 속해 있기에 알고 있을 것이다. 외압이냐 아니냐는 피감 기관이 평가한다. 그래서 또 궁금하다. 그는 자료를 요구받은 경찰이 그 사실을 왜 폭로했는지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가한 압력을 경찰은 독자적으로 버틸 수 없었다는 걸 몰랐다는 것인가.

경찰청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국회에 보냈다. 이를 위해서 부당한 외압 사실을 폭로했을 터이다.

국민을 등에 업지 않고는 거부하기 어려운 요구였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지극히 정당한 말도 독자적으로 할 수 없었고, 설령 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왜 그랬겠는가. 그 요구 자체가 비정상이었기 때문이다. 비정상은 정상을 수용하지 못하는 법이다. 정상이 비정상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가뜩이나 감사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의 요구였다. 어떻게 대놓고 부당한 요구라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자료 요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경위를 밝히라는데, 정말 모르고 묻는 것인가. 경찰은 공식적으로 밝힐 게 없다. 두 의원의 요구가 공식적인 것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다만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피고발인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전원 소환조사에 일체 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심지어 고발한 사건에 대한 고발인 조사조차 응하지 않고 있다.

수사 방해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유한국당과 그 소속 의원들의 한통속 캠페인은 이제 진력이 난다. 너무나 효과적인 캠페인들에 너무나 자주 노출되어 온 탓이다. 그들을 지켜 본 바에 비추어 보면, 그들이 범죄혐의자로서 수사기관에 수사 상황을 보고하라고 나서는 것은 국민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데서 비롯했을 것이다.

그들은 수사상황을 보고하라고 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경위를 밝히라면서, 경찰을 벼르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또 다른 외압을 자행하면서도 그러한 행위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행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국민이 법 위에 있을 신성불가침의 특권을 자신들에게 부여했다고 생각지 않으면 하지 못할 행위들을 그들은 서슴지 않고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그들이 그들만의 망상의 창으로 국민들의 뜻을 헤아리면서도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국회의원 소환제' 청원은 못 본 체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두꺼운 가면 뒤에서 자신들을 뽑아 준 유권자들을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아 실로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