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에는 아주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불량한 환경'이다. 불가항력적인 사안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책부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발암물질을 외부로 유출하고 있는 폐석산 문제나 주변 도심에 악취 피해를 안겨주고 있는 1·2공단과 왕궁축산단지 문제는 정책실패가 낳았다.

무분별한 채석허가 정책,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은 도시확장 정책이 유발한 문제다. 채석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데다 지표면 아래로 100미터 넘게 파 들어간 폐석산은 위험할 뿐 아니라 흉물이 되었다. 적정한 복구재로 복원해야 하지만 업자들이 과중한 비용부담 때문에 수년 동안 복구를 미루고 있다.

10년 이상 폐석산을 방치하고 있는 업체들도 여럿 있다. 업자와 익산시가 폐석산을 복구해야 한다는 당위를 공유하게 된 지점이다. 법률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업체의 입장을 고려한 복구허가들을 내주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복구 과정을 상시 감시하거나 정기적으로 제대로 지도감독하지도 않았다. 지자체장에게 주어지는 재량권 못지않게 지도감독 책임도 막중하지만, 관련 법률을 업무를 해태하거나 직무를 유기할 수 있는 쪽으로만 해석하면서 뒷짐을 졌다.

이는 폐석산 복구지로 인한 환경오염 고발 민원과 익산시의 방어적 조처가 무한 반복하게 된 원인이다. 폐석산 주변 주민들이 익산시 행정을 극단적으로 불신하게 된 배경이다. A업체가 복구지에 발암물질을 대량 매립한 사실을 환경부 환경수사단이 적발해 공식 발표했을 때 익산시가 보여준 태도는 익산시의 단적인 자화상이다.

모든 책임은 발암물질이 함유된 폐기물을 반출한 쪽에서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산시는 그걸 믿고 있었기에 발암폐기물이 익산 폐석산 복구지에 반입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지도감독 체계의 부재'에 앞서 '환경정책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 현장이다.

최근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발병에 인근 비료공장이 영향을 줬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이 역시 그 보상주체가 누구냐를 따지기에 앞서 익산시의 환경정책 부재를 먼저 생각해 볼 바다. 비료공장에 대한 지도감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들이 비료공장에 대한 수많은 의혹들을 제기했는데도, 적극적으로 그 진실규명에 나서지 않다가 비료공장이 폐업되고 매각되는 과정을 우두커니 쳐다보기만 했던 익산시의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설명해 주고 있다.

원상회복이나 배상책임이 있는 사업자가 사라진 마당에 정부의 환경피해구제에 목을 매고 있는 장점마을 주민과 익산시의 딱한 사정은 다름 아닌 익산시의 환경정책 부재에서 비롯한 것이다.

악취문제도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악취가 민가를 덮쳐온 것이 아니다. 익산시가 시민들을 악취가 가까운 곳으로 이주시켰다. 익산시 인구 5분의 1이 익산시에서 개발한 영등·부송·어양동 택지개발지구에 몰려들었다. 이 인구 과밀지역은 1·2산업단지와 연접한 곳에 조성된 것이다.

악취 민원은 이렇게 예정된 수순이었다. 악취 추방 민원이 팽배해지자 익산시와 전라북도는 환경취약산업이 집중된 익산 1·2산단을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시설들의 개선이 더디고 처벌수위가 현실적이지 못해 그 지정효과는 미미했다.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활개 치던 1·2산단 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닌 밤에 홍두깨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익산'이라는 익산시의 슬로건이 무색해지는 지점이었다. 게다가 영등·부송·어양 등 신도심과 왕궁축산단지는 동서축의 일직선상에 놓여있어, 서쪽 신도심 주민들은 동남풍이 불 때 마다 축산분뇨 악취를 피할 길이 없다.

그뿐 아니다. 익산시는 인구밀집지역에 소각장을 건설했다. 선진국에서는 폐기처분 되고 있는 소각정책을 도입한 것도 모자라 맹독성 발암물질 피폭지역에 주택가를 노출시킨 것이다. 신도심 주민들은 소각처리 과정에서 나는 악취까지 감당하고 있는 꼴이다.

물론, 그동안 보고된 선진지들의 자료에 따르면 소각장의 문제는 노후된 시설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익산시 소각장의 건설 연한도 15년을 훌쩍 넘겼다. 노후세대에 진입한 것이다. 익산시가 당초에 이 같은 실상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시민의 가치' 있어야 지속가능

다만, 당장에 문제가 아니었기에 책임질 문제도 아니었을 뿐이다. '환경정책 부재'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환경정책의 기본이 무엇인가. 쾌적하며 안전한 환경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그것을 왜 하는가. 시민들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이 바로 서 있을 때 비로소 '환경정책'이 실효적인 '환경정책'으로 존재할 수 있다. 환경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석산 개발이나 유해 환경을 끌어들인 도시계획에는 애당초 환경정책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환경정책을 도외시하는 마당에 유해환경에 대한 지도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익산시 환경직 공무원들이 뼈아프게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기본 정신이 빠지면 모든 행동이 무가치해진다. 행위자(공무원)가 무엇을 위해 업무를 처리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행정편의적 형식에 치우칠 수 있는 조건이다.

나아가 환경유해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익산시가 기여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도 않은 배경이다. 익산시의회에서 그런 집행부의 행정행위를 두고 '환경마피아'다 '환경적폐'다 하며 날을 세우게 하는 현주소다.

환경에는 불가항력적인 분야도 있다. 전국에서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미세먼지의 경우 익산시가 예방하거나 피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도시에 숲을 가꾸는 일이다.

그러나 익산시는 그나마 도시의 허파기능을 해 오고 있는 공원에 아파트를 비롯한 시설물을 지어 숲의 기능을 저하시키려고 하고 있다. 기본적인 환경 마인드가 있다면 이 같은 개발행위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익산시에 필요한 것은 시민의 건강권을 우선하는 또는 미래를 예측하는 지속가능한 환경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