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민간사업자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공원이 아파트 뒤로 사라지고 아파트 입주자들의 후원(後園)이 될 게 뻔하다.

익산시가 도시공원을 아파트 정원으로 내어주는 민간공원특례사업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자체가 공원녹지로 지정해 놓고 방치하면서 장기간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2020년 6월 이전까지 그동안 집행하지 못한 공원녹지를 공원으로 조성하지 못할 경우 그 지정이 자동 실효되도록 국토계획법이 개정된 배경이다. 도시공원을 조성하려면 공원녹지 내의 건물 등 사유시설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

그런데 익산시의 경우 재정형편상 매입을 엄두도 못낼 처지다. 지역 내 도시공원은 8곳에 281만9천평방미터에 달한다. 그렇다고 이대로 공원녹지 지정이 실효되면 도시공원이 난개발에 따라 제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게 익산시의 입장이다.

그래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민간사업자에게 공원녹지 부지의 3할에 아파트를 짓고 7할은 도시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얼핏 들으면 7할이 도시공원으로 조성되니 바람직한 정책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기존 토지소유주들에게 개발을 허용하고 건축을 제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난개발을 예고한다. 민간사업자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공원이 아파트 뒤로 사라지고 아파트 입주자들의 후원(後園)이 될 게 뻔하다.

혹은 공원의 경사면을 깎아 평지로 만들어 그 위에 아파트를 짓게 되면 공원의 기능은 대부분 소실되고 전면의 공원은 아파트의 정원(庭園)이 될 게 뻔하다. 분명한 것은 공원이 어떻게든 공공재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공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개발이라면 민간업자가 애시당초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지극히 위험한 일에 착수한 것이다. 익산시는 이미 마동공원 개발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주)엔에스컨소시엄을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또 모인공원은 신동아종합건설주식회사가, 수도산공원은 제일건설주식회사가, 팔봉공원은 (주)대지건설컨소시엄이, 소라공원은 LH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익산시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익산시는 2022년까지 공원개발사업비로 2조5,550억원에 가까운 민간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공원녹지를 지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불특정 다수의 익산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의 허파를 보존하자는 취지였다. 가뜩이나 익산은 미세먼지 지표상 최고 우심지역이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은 특혜사업일 뿐만 아니라 익산시민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나아가 난개발을 막는다면서 되레 더 큰 난개발을 부추기는 사업이다. 특히 이 사업은, 헌법재판소가 도시계획시설의 장기미집행은 위헌이라고 판단하게 된 지표인 '사유재산권 침해는 부당하다'는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위배 된다.

익산시와 민간사업자가 협상을 마치고 개발사업에 착수했는데, 토지소유주가 보상에 불응하면 '도시공원 및 녹지등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토지를 강제로 수용해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게 익산시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공원녹지로 지정하고 장기간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위헌이라는데, 또다시 강제력을 동원해 토지소유주가 합의할 수 없는 감정평가액으로 토지를 강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모로 구시대의 유물이 된 일방통행식 관료주의의 발로다.

수십년간 사유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토지소유주의 입장을 감안하는 보상가액은 사실상 책정이 불가능하다. 특히나 이윤의 극대화를 노리는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는 사업이다. 시행청과 민간사업자, 토지소유주가 마주앉아서 감정가를 협상할 수도 없다.

민간사업자가 토지소유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어떻게든 추진하려는 익산시와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자가 내놓을 협상결과는 뻔하다. 결국은 토지소유주와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민행복추구권과 건강권 유린

더구나 헌재가 정한 일몰시한은 내년 6월까지다. 1년여가 남았다. 익산시가 시한내에 착공하고자 한다면, 상황은 긴박해질 것이고, 평화로운 갈등해소의 기회는 아예 갖지 못할 공산이 높다. 구조적으로 분쟁과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익산시가 왜 이같이 무모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사업을 완료한다 해도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게다가 익산시가 나서서 도시공원의 공공성을 훼손한 점은 강력한 저항과 민심이반을 부를 것이다.

이런 위험부담이 큰 사업을 익산시가 왜 강행하려고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차라리 내버려두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다만, 도시공원 내 신축건물에 대한 고도나 면적을 제한하고 경관을 고려하는 조례 마련 등 법령을 정비하는 쪽이 훨씬 더 공원이 공공성을 확보하기가 용이할 수도 있다.

이 역시 난개발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된다면 공원내 자연녹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전환·지정해 개발을 막고, 추후 매입할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도시자연공원지구역' 지정은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다. 이는 서울시도 채택한 정책이다.

그런데 익산시는 그러한 대안들을 제대로 검토해보지 않고,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은 시민들의 편익을 담보로 업자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다.

나아가 산지공원이 가지고 있는 방재, 미세먼지 저감, 뜨거워진 도시를 식히는 효과를 감소시키는 등 시민들의 건강권을 유린하고, 공원과 주변지역의 교통난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민간공원특례사업은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민들의 사적 편의를 전제로 한 시설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공산이 커 비공원시설에 대한 과밀개발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도시경관, 생태축, 시민복지 등 도시 전체 차원에서 공원기능 유지를 전제로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따라 종합적 판단과 체계적인 계획 아래 다양한 정책수단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은 여러모로 강행할 논거가 부족하다.

따라서 무리하게 강행해서 정헌율 시장이 얻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얻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잃는 것이 훨씬 더 클 것만은 명약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