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인재를 잘 활용하려면 기용한 인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를 묻게 된다.

기원전 209년 진시황이 죽었다.
그의 둘째 아들 호혜가 황위를 물려받았으나, 착취와 갈취를 일삼아 온 왕권은 얼마가지 않아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각지에서 민중 봉기가 일어났고, 고삐 없는 혼란은 들불처럼 번졌다.
이때 항우는 오중에서, 유방은 패현에서 반군의 기치를 들었다.
항우는 스물네 살, 유방은 마흔여덟 살이었다.
이 둘은 당초 한 마음이었다.
진나라를 전복시키고 초나라의 희왕을 옹립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힘을 합쳐 진나라 군대와 싸우던 중에 희왕의 제안을 듣고 서로 경쟁하게 된다.
희왕이 "제일 먼저 함곡관에 들어가 관중을 함락시키는 자를 관중의 왕으로 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유방이 가장 먼저 함양 동남쪽 파상에 들어가 관중의 왕 자영으로부터 즉각 항복을 받아냈다.
하지만 유방은 곧바로 함양 궁전으로 진격하지 않고 파상으로 회군해 다른 군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함곡관을 방어한다.
뒤늦게 40만 대군을 이끌고 함곡관을 돌파한 항우는 '홍문'에 군대를 주둔시킨다.
항우는 먼저 관중을 차지하고 함곡관을 틀어막은 유방을 처단하기로 결심한다.
10만 군대의 유방은 항우의 공격을 받으면 패전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유방의 책사 장량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던 항우의 백부 '항백'이 불안에 떨고 있는 유방을 찾아온다.
유방은 항백을 큰형으로 모시기로 하고 두 집안의 혼사까지 약속하게 된다.
항백은 유방에게 날이 밝으면 곧장 항우를 찾아가서 잘못을 빌라고 당부한다.
다시 항우 군영으로 돌아온 항백은 항우에게 유방을 죽이지 말라고 설득한다.
만나 보니 나쁘지는 않은 것 같고, 반성하고 있다. 다른 뜻은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공을 세웠다. 죽이는 것은 의롭지 않다고 했다.
항우는 이튿날 공격 명령을 철회하고 유방을 만나 보기로 결정한다.
이튿날 동이 트자마자 유방은 항우를 만나러 홍문으로 달려간다.
항우는 술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항우에게도 사태를 날카롭게 간파하고 있는 책사가 한 명 있었다.
'범증'이었다. 그는 유방에게 천자의 기운이 서려 있다는 점과, 재물과 여색을 밝히는 유방이 함양에서 아무런 약탈도 하지 않고 조용히 함곡관으로 물러난 것은 다른 큰 뜻을 품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반드시 유방을 제거할 것을 거듭해서 항우에게 간언한다.
그런데 유방을 죽일 마음을 버린 항우는 다시 돌이키려 하지 않는다.
항우 눈에 비친 유방은 그저 납작 엎드려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하찮은 인간이었다.
손에 피를 묻혀야 할 위협적인 인물도 아닐뿐더러 경계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범증은 항우의 사촌동생 항장을 불러 검무를 추다가 기회를 봐서 유방을 죽이라고 지시한다.
항장이 검을 뽑아 춤을 추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항백이 나서 검무를 추며 유방을 보호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방의 호위 무사 '번쾌'가 뛰어들었다.
번쾌가 눈을 부라리며 항우를 노려보지만 항우는 "허허 장사로구만" 하면서 술과 안주를 건넨다.
고기 한 점과 술 한 잔을 들이켠 번쾌는 항우에게 "공을 세운 유방에게 상을 내리지는 못할 망정 죽이려 하느냐"고 항의를 한다.
항우는 이번에도 호기를 부리는 번쾌에게 그저 조용히 앉아 있으라고만 한다.
잠시 후 유방은 잠시 측간에 다녀오겠다며 막사를 빠져나와 줄행랑을 친다.
며칠 뒤 항우는 함양으로 진격해 자영을 죽이고 개선한다.

인재의 말을 듣지 않으면
패망한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전세가 역전되어 항우는 최후의 순간을 맞게 된다.
홍문연이 있은 지 불과 4년 후의 일이었다.
항우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 것이지 싸움을 잘하지 못한 죄가 아니다"라고 말한 한탄한 후 오강 앞에서 자결했다. 기원전 202년의 일이었다.
송나라 때 유생 범준은 “항우가 범증을 얻었으나 쓸 줄 몰랐고 진평을 얻었으나 쓰지 못했으며 한신을 얻었으나 쓰지 못해 결국 원망하며 떠나보냈다”며 죽는 순간까지 어찌 하늘을 원망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먼 훗날 유방은 자신이 천하를 얻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군막에서 계책을 짜내 천 리 밖에서 승리를 결정하는 일은 내가 장량만 못하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위로하며 군량을 보급하는 일은 내가 소하에 못 미친다. 백만 대군을 이끌고 전투에서 승리하며 이기는 일은 내가 한신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인재인데 나는 그들을 쓸 줄 알았다"
항우는 명문가문에 귀족 출신이었던 데다가 패배를 모르는 영웅이었다. 유방은 항우와의 모든 접전에서 계속 패퇴했으며 쫓기는 신세였다.
그런데 항우는 인재를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탓에 마지막 '해하전투'에서 유방에게 패해 모든 것을 잃었다.
자신의 탁월한 능력과 출신 성분에 대한 우월감과 자부심이 지나쳐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않은 항우의 말로였다.
요새 인사를 앞두고 술렁이는 익산시 공직사회를 보면서, 정헌율 시장이 인재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인재를 잘 기용할 것인지, 기용한 인재를 잘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인재를 잘 활용하려면 기용한 인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를 묻게 된다.
정 시장 스스로 기용(起用)을 의심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