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문화관광재단이 몇 사람의 정체모를 전문가들의 경제생활 수단이 아닌, 더 많은 젊은이들이 문화영역으로 들어와서 좌절하지 않고 기반을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중추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익산문화관광재단이 변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은 재단의 당연직 이사장인 익산시장이 인사와 예산, 사업계획 수립 등의 권한을 행사했는데, 이사장의 모든 권한을 이양받는 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익산시는 관련 조례를 정비한 뒤 초대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갔고, 오는 15일께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익산문화관광재단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익산시 문화관광과의 하부기관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문화전문가집단으로 거듭난다는 측면에서 주목되는 변곡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익산시는 재단 대표이사에게 부여하는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의 한계를 명문화하지 않았다.

개정된 익산문화관광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8조(임원의 직무) 1항은 '이사장은 이사회의 의장이 된다. 대표이사는 재단을 대표하고 재정과 사무를 총괄하며 소속 직원을 지휘 감독한다'는 권한만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최근 조례 개정안의 골자이기도 하다.

익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위원 일부는 이 조례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기존 상임이사 체제에서는 없었던 대표이사 월 급여 6,000만원에 대한 관심을 보였으나, 대표이사가 부여받는 권한과 유급제에 걸맞은 책임성 강화와 관련해서는 일절 토론하지 않았다.

익산시는 '재단 운영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표이사 권한사항을 규정하겠다'고 해당 조례안 개정과 관련한 입법예고를 고시했지만, 실제 조례에는 대표이사의 재단 부실 운영 책임을 단죄할 근거가 일절 담겨있지 않다.

물론 이는 대표이사의 자율성에 방점을 두었다는 측면에서 다른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율성 침해론은 규제의 강화를 운위하는 대상에게나 유효하다. 대표이사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어떠한 장치도 하지 않고 자율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방만(放漫 )을 키우는 행위다.

나아가 책임의 유형이나 범위를 설정하지 않고 유급 관리자를 선임하는 것은 반 행정 행위다. 위인설관으로 비칠 뿐이다.

기존 문화재단에 대한 문제의식의 부재를 드러내는 행태라는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0년의 문화재단은 문화생산자나 문화기획자와는 동떨어진 궤적을 그려왔다.

국가공모사업 선정에 치중하고, 거리 리모델링이나 축제 운영 같은 현장 업무에 매몰됐다.

문화재단이 못한 일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부문은 익산시만의 도시 이미지 구축이다.

차별화된 도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문화관광 상품이 없다는 것과도 같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미지는 소비자들의 직관에 어필된다. 직관은 논리를 초월한다. 이미지에서 순간적으로 본질을 파악하고 즉각적인 판단이나 평가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실수가 적지 않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이 사람들이 문화관광 상품을 소비할 때 직관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제1기 대표이사 체제에서

재단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그런데 소비자들의 직관을 사로잡을 이미지는 다른 것과 유사하거나 같으면 안 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이미지 구축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의미의 전달을 위해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미지의 배경이 되는 주제와 스토리는 물론 시대적 조건, 트렌드, 익산의 문화관광자원, 향토색을 규정하는 지표가 연구되어야만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다.

익산문화재단은 이같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도외시했다.

또한 그런 연구의 근간이 되는 재단만의 철학도 없었고, 이미지를 조형화할 미학적 어법이나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으며, 익산 문화재단만의 방향성이나 스타일도 없었다.

단적으로 기존의 익산문화재단은 스스로의 이미지조차 구축하지 못한 정체불명의 집단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재단의 대표이사 체제가 출범하면 가장 먼저 재단의 구성원들을 문화생산자나 문화기획자들로 채워야 하는 이유다.

재단의 정체성은 구성원들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요구다. 또, 문화재단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람들의 역량을 높여 협력자들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사실, 익산에 문화생산자나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하는 크리에이터나 트위치 플랫폼을 이용하는 스트리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들 창작·기획자들의 영역은 실로 다양하여 장르가 제한되지 않는다. 익산이라고 그런 언저리에서 갈등하는 젊은이들이 적겠는가.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일, 각 영역의 창작·생산자들과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익산의 문화관광 이미지를 창출하는 초석 놓기다.

익산문화관광재단이 몇 사람의 정체모를 전문가들의 경제생활 수단이 아닌, 더 많은 젊은이들이 문화영역으로 들어와서 좌절하지 않고 기반을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중추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문화재단의 대표이사 체제 출범은 그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익산시의 의지에서 비롯했다. 대표이사의 책임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제외하면, 일대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마땅히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다.

다만, 제1기 대표이사 체제에서 재단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책임을 다하도록 기반을 다지는 일에 익산시와 시의회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