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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낡은 인구정책 변환 태세에 박수를 보내며

편집국장 공인배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공존을 위한 네트워크를 밀도 높게 구축하고 그 공동체의 성장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1월 말 29만9,146명이었던 익산시의 인구가 12월 말 현재 29만4,062명이 되었다. 한 해 동안 무려 5,084명이 준 것이다. 월 평균 424명 꼴로 줄었다. 익산시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30만(2017년 12월)이 무너진 2018년 1월 이래 익산시의 인구 감소추이는 물리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양상이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사망자 수가 2,135명이고, 출생자 수가 1,559명인 것을 감안하면 1년간 576명이 자연감소했다. 지난 한 해 감소한 인구 5,084명 대비 자연감소율은 12.8%에 불과하고, 87.2%(4,508명)가 1년 동안 익산시를 빠져나갔다.

그런 가운데 2017년 한 해 동안 1,079쌍이 결혼하고 2018년 한 해 동안 1,559명이 출생한 것을 감안하면, 출산율은 한 쌍당 1.3명을 약간 상회하는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이 여러 지표가 인구절벽 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자연감소와 관계없이 월 평균 375명의 인구가 타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는 것에 대한 익산시의 책임은 적지않다. 가뜩이나 도농복합도시 익산은 전국 중소도시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고령화로 급격히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추세여서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도시가 소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산시가 어쩌다 이렇게 버려지는 도시가 되었을까. 새해 벽두에 가장 눈에 띄는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인구는 곧 자치단체의 경쟁력이며, 도시 성장동력의 원천이라는 전제 위에서 보니 그렇다. 익산시가 그동안 인구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헌율 시장의 경우 인구 증가에 기여한 실적에 따라 공무원들을 승진시킬 정도로 인구 문제를 강조했다. 여러 정책들이 수립됐다. 타 지역이 거주지인 원광대학교 재학생이 주소를 익산으로 이전하면 돈을 준다는 유인책을 만들었다. 시의회도 인구문제의 절박성에 공감하면서 돈으로 일정기간 주민을 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안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고, 인구 30만선을 지켜보려는 고육지책은 얼마가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공무원들을 동원한 주민등록 이전 운동도 표피적인 처방이었다. 익산시에 옮겨진 주민등록은 몇 개월이 지나면 여러 이유로 본래 거주지로 다시 돌아갔다.

익산시의 인구는 그런 이유로 수천명씩 밀물 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거듭하고 있다. 익산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지난해 5월~6월까지 인구정책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제안을 공모했다. 공모요강은 익산시가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찾고있다는 점을 드러내 보였다.

익산시의 저출산 극복 대책, 결혼·출산·육아 대책(돌봄, 보육환경 개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청년 정책, 귀농·귀촌 기반, 생활(문화·예술·스포츠 및 생활 인프라 등) 친화적 문화도시 조성 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 것인지, 인구 늘리기의 다른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듣겠다는 공모였다.

응모자는 87명이었다. 대상이나 금상·은상을 받을 만큼의 탁견은 없었지만, 8명의 의견이 장려상을 받았다. 복지서비스 앱 개발 또는 홍보책자 제작, 장기근속자 지원, 초보 귀농인 농기계 임대료 감면, 결혼식 비용절감, 지역 내 직업군인 귀농 지원, 관광안내도에 큐알코드 표기, 익산 육아용품 나눔은행 운영, 청년창업 오픈이노베이션 네트워크 플랫폼 구축 등이다.

예산을 인구정책 쪽에 좀 더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종을 이뤘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다소 공무원스러운 제안들이었다. 의견들이 기존 업무의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그렇지만 익산시의 이 공모행위는 다른 각도에서 평가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우선은 단기적인 실적위주 정책의 한계를 절감한데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을 시작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당장에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정주기반을 확충하면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데, 떠났던 시민들이 돌아올 뿐 아니라 외지인들이 매력을 좇아 찾아오는 도시로 탈바꿈 할 것이라는 안목이 공모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에 익산시 인구 정책의 전향적 방향성에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다. 특히, 정헌율 시장은 지난 3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2017년 말 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겨우 30만을 지켜냈는데, 인위적인 정책 탓에 봇물 터지듯 다시 빠져나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인구문제는 주거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 문화예술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는 문제이기에 모든 시정업무 평가의 지표다"고 했다.

개인의 가치 높이는 지표가 필요

"살기 좋은 도시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겠다"며 정책기조의 변환을 천명했다. 그러자면 인구정책에 '획기적'이라는 기준이 서야 한다. 결혼·출산·육아 대책, 청년 일자리 창출과 청년 정책, 귀농·귀촌 기반, 생활 친화적 문화도시 조성 등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복지확충에 파격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지역 생산품 구매를 지상명령으로 삼아야 한다. 명재경각에 이른 소규모 지역건설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교육도시 면모를 되살리기 위한 공격적이며 전방위적인 방안들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공존을 위한 네트워크를 밀도 높게 구축하고 그 공동체의 성장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실버타운과 같은 교통요충지에 걸맞은 정주기반 조성에 나서고, 도시와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 위해 요소들을 일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이같은 정책의 지표는 한사코 '개인의 가치 높이기'가 되어야 한다. 실상(實像)을 좇아 목적을 이루는 방법이다. 이제 자치단체가 지역사회의 의식구조와 문화를 변화시키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인 것이다. 지역사회 공동체가 한결같이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데 결집해야만 익산시의 인구정책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태어난 생명을 하나하나를 어떻게 소중하게 키워낼 것이냐에 인구정책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더디더라도 그런 한걸음 한걸음은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다. 인구정책이 촌극이 아니라 한 삶의 서사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정극이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