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무엇보다 감추면 불신을 산다. 그러한 원리를 잘 알면서도 사업을 쉬쉬 추진하는 행태에는 반드시 복잡한 길을 피하려는 눈감땡감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새청사 리뉴얼 사업을 추진하면서 새가 들을까 쥐가 들을까 잠행하는 익산시의 폐쇄성이 화를 불렀다.

익산시는 지난 1일 '익산시 신청사 건립 기본계획 수립 용역 2차 중간보고회'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비공개로 개최했다. 그러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면서 기존에 대두되었던 문제의식들이 증폭되었다.

먼저 사업 발주자인 익산시가 시행자(LH)의 요구에 질질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이 사업은 LH가 익산시의 공유지에 아파트를 짓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수익금과 익산시의 부담금으로 현 청사 부지에 청사를 새로 건립하는 형식인데, 익산시가 LH에 제공할 공유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대상 부지의 가치 등을 고려해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청사 건립비용이 부적절하게 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의회 안팎에서 모아졌었다.

익산시의 비공개 용역 보고회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것이고, 감추려고 한 것은 익산시의 부담을 늘리면서 LH에 과도한 이익을 공여하는 내용이거나, 혹은 LH가 요구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아니겠냐는 추론을 부른 것이다.

또 하나는 정헌율 시장이 지난 6.13 지방선거 중에 '익산시 돈은 하나도 들이지 않고 청사를 짓겠다'고 했다가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 된 마당이어서, 2차 용역 보고서가 개발 이익금에 익산시비를 추가로 부담하는 산출 결과를 담고 있어 공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익산시는 현 상하수도사업단 부지(영등동)와 구 경찰서(중앙동) 부지를 LH에 아파트 건설 택지로 제공하는 것을 제 1안으로 검토하도록 용역기관에 과업지시를 했는데, 구 경찰서의 경우 중앙로와 인북로가 교차하는 대로변에 연접해 있어 그 적합성 논란이 대두됐다.

더구나 부근인 평화동에 1000세대의 임대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인데, 가뜩이나 익산역과 익산시청 영향권으로 교통량이 포화 상태인 대로변 구 경찰서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교통량 초과에 따른 교통대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또 구 경찰서는 익산역 광장에서 동쪽(미륵산)으로 일직선상에 놓여있어 구 경찰서에 건설하게 될 아파트의 스카이라인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용역 기관은 LH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고층아파트 건설을 설정해 LH에 제공할 수익규모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내놓지 않았느냐는 의심도 있다.

무엇보다 구 경찰서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 하는 질문들이 만만치 않게 터져나온다. 역세권에서도 핵심 요지이고, 270억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핵심 영향권 내에 있다.

익산시는 중앙동 일원 도시재생의 거점이 될 창업지원어울림플랫폼 조성에 74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창업지원센터를 비롯한 도시재생통합센터, 공공임대상가, 공공임대주택, 주민협의체, 문화예술인 레지던시 공간 등을 갖추기 위한 대상 건물을 물색했지만 이 과정에서 구 경찰서 건물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익산시가 이미 구 경찰서 부지를 새청사 신축을 위한 개발 대상지로 염두에 뒀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가운데 익산시는 하노바 호텔을 창업지원어울림플랫폼으로 조성키로 하고 의회에 공유재산계획안을 상정했지만 의회는 이를 한 차례 부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최적지로 꼽히는 구 경찰서는 대상 건물로 검토되지 않았다. 익산시는 같은 공유재산 매입 계획을 재상정해 의회의 승인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타당성이 결여된 이 같은 공유재산 관리 행태는 부정적인 시각을 초래했다.

우선,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 방치되어 왔던 특정 건물을 굳이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것은 민간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불렀다. 또 하나는 하노바 호텔 주변 도로는 일방통행이 혼재할 정도로 비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어 창업지원센터플랫폼으로 인해 급증할 교통량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태인데,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이 불만 민원을 야기 할 공산이 높다.

그러한 민원을 해소할 방법도 없는 곳이다.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창업지원센터플랫폼을 조성할 수 있고, 아낀 매입 및 조성사업 비용을 마을기업육성사업을 비롯한 역사가문화로조성, 음식푸드거리조성, 문화이리로 조성 등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도 새청사 신축과 관련한 LH의 이해에 묶여 비효율적이며 부적정한 곳에 구도심 혁신공간을 조성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현 익산시상하수도사업단 부지를 개발하고, 새청사의 1~3층까지를 수익시설로 활용하는 안이 가장 적정하다는 게 익산시의 기본입장인 가운데, 2차 용역 보고서가 그러한 방향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특히, 정헌율 시장은 익산시비를 전혀 들이지 않는 방법으로 지하실을 1층만 확보하는 기본형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약 5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지하에 300대의 주차면을 확보할 수 있고, 2청사 앞 주차장에 240대 분량의 주차빌딩을 지으면 총 540대의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차선책도 있다. 본청 건물에 지하 2층의 주차장(600면)을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안들이 공무원들이나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지배적이다.

주차공간만 해도 수요의 가변성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저층부를 수익시설로 활용할 경우 상가 내 종사원들과는 다르게 구매자들의 방문 횟수는 매우 유동적인데도, 고정수요를 기반한 추계에 빠지는 경직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헌율 호의 거버넌스 바로미터

민선 7기는 정헌율 호다. 고위직 행정공무원 출신을 재선시킨 익산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향상된 거버넌스 시정을 바라고 있다. 특히, 새청사는 익산시민들의 자긍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게다가 새청사의 입지는 폭발성이 강한 지역갈등 요인이 내재하고 있다.

새청사 부지의 적정성이나 규모, 수준, 편익 등의 문제는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야 한다. 익산시 청사 신축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것이고, 새청사 신축 행위는 그 자체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시민들을 도시의 중대 변화에 참여시키는 것만큼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는 계기는 없다. 민선 7기의 청사 신축은, 익산시가 의사결정을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정운영 체계 또는 능력을 갖추었느냐를 가늠할 바로미터다.

무엇보다 감추면 불신을 산다. 그러한 원리를 잘 알면서도 사업을 쉬쉬 추진하는 행태에는 반드시 복잡한 길을 피하려는 눈감땡감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감추지 않으면 반드시 시민적 심판을 받을 조직적 문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행정의 더디지만 떳떳한 행보가 시민들에게 견실한 인상을 줄 수 있고, 지속가능한 결과를 낼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