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무고죄 고소 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해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사건은 3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 가까이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종결된 셈이다.

지난 15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검찰청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검찰에 접수된 무고죄 고소·고발 전체 사건 건수는 2011년 8천541건에서 지난해 1만475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 1만건을 처음으로 넘어섰던 무고죄 고소·고발 건수는 2016년 9천937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1만건을 넘었다.

그러나 이중 기소되지 않고 종결된 사건은 2011년 4천792건, 2012년 5천528건에서 점점 늘어 2016년엔 6천453건, 지난해엔 7천019건까지 늘어났다. 비율로 따지면 2011년 56.2%에서 2016년 64.8%로 줄었다가, 지난해 68.7%로 올랐다.

이 같은 문제를 국회에서 지적한 박 의원은 무고죄 고소·고발이 늘고 있는데 대해 미투 운동 등 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사실 폭로와 고소가 늘어난 만큼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이 무고죄 고발을 통한 진실 공방을 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허위 고소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거나 명예를 훼손당하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만들어진 게 무고죄인 만큼, 피해 사실을 폭로하려는 사람의 입막음 용도로 무고죄가 악용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했다.

이 같은 관점은 단적으로, 성폭력 고소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수사를 병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발의되어 있는 관련 법안의 국회 심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지난 5월 28일 이후 법무부와 검찰이 무고 관련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개정해 성범죄 피해자들이 무고로 고소될 경우 성폭력사건이 종료될 때까지 무고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데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그의 관점은 균형을 상실하고 있으며, 동시에 법률의 근간인 공정성에 정면으로 위배 된다. 또한 위헌적인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의 발로다.

위 법 개정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지적은 여러 경로로 제기되었다. 우선 우리 헌법은 누구든 동등한 법률적 지위를 가지며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피해자에 대한 무고 검토를 수사의 전 과정 동안 방기하면서 상대방(고소인·피의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또 무고의 고소자(남성)를 가해자로 단정하며, 허위로 무고를 행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꽃뱀'이 아닐 가능성을 주장하려면, 남성인 피고소인이 '성폭력범'이 아닐 가능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2016년 12월 20일 발의된 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설득력을 잃고 2년 가까이 일보의 진전도 없이 국회에 계류 중인 이유이며, 이 개정안은 또 공정성과 객관성 등 사회보편의 상식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결국에는 폐기되어야 한다는 도저한 요구를 거스를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검찰이 무고 범죄 혐의를 인지하여도 적시에 수사할 수 없도록 수사 매뉴얼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는 것 역시 위헌적 발상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다. 범죄의 유무를 가리고 법률에 근거한 처리를 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임무를 금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 누구나 자신이 입은 범죄의 피해를 신고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조사하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에 해당하는데,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무고에 대한 의심까지도 금지하는 것은 검찰이 대놓고 집단으로 직무를 유기하는 무단통행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제도를 불공정하게 변화시켜 이를 실무에 적용하면서, 단죄할 대상을 변별할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어떤 국민이 그걸 인정하겠는가. 특히 피해를 입었다는 말을 일방적으로 믿고 수사를 진행하면서 무고죄를 검토하지 않는 것은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무고 피해자는 국가를 믿지 않는다

이런 검찰의 태도는 국민들로 하여금 무고 행위를 가볍게 여기게 한다. 그런 관점에서 무고죄 고소 건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아니면 말고식 고소'에 억울한 피의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무고죄는 입증하기 어렵다. 기소되지 않고 종결된 무고죄 사건의 증가가 그걸 방증한다고 볼 여지도 크다.

성폭력 사건에만 무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위 통계는 형사사건 전반에서 무고사건이 빈발하는 추세를 반영하기도 한다. 무고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게 하고, 검찰의 각성과 무고사건 엄단을 촉구하게 하는 추세가 아닐 수 없다.

검찰사무 규칙이 수사 과정에서 고소인의 무고 여부를 검토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무고 사범에 대한 단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고소인의 진술을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하는 순기능도 있다.

따라서 무고 검토 없는 조사는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보다는 고소인의 진술을 받아적는데 그칠 공산이 높다. 고소인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하며, 피의자에게는 고소인의 모든 진술에 대한 반증 책임을 지우는 불균형한 수사행태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범죄를 의심받은 국민이 무죄 확정을 받을 경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당한 인격살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무고 검토는 수사의 단초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수사기관의 편향을 방지하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편견도 예방할 수 있다.

특정한 권리를 특정한 성(性)에만 적용하여 특권계급을 만들어 타인을 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과연 보편적 인권 원리에 부합하는 것인지 숙고하기를 권한다. 무고는 무거운 범죄다. 피해자의 분노와 억울함이 평생 가시지 않고, 무고 피해자는 국가 기관이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된다.

무고피해가 만연하게 되면 무정부 상태에 떨어질 수도 있다. 부당한 법 집행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다면, 또는 정상적인 법 절차로는 부당한 법 집행을 한 주체를 응징할 수 없다면, 종국에는 야생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