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축소도시 익산시의 입장에서 수도권 인구를 유입시키는 이상의 인구정책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위기를 절감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방향성이다. 해야 한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의지와 열정이 담보된 실패라면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 인구유입 정책 필요하다.

익산의 경기가 어렵다. 가계 경제의 피폐함이야 신음소리는 들리되 드러나지 않아서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지만, 번화한 곳이든 대로든 상가(商街) 건물은 폐업이나 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거나, 적지 않은 텅 빈 상가(商家)와 사무공간들을 접하면서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훨씬 이전부터 일반화된 상태였고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는 상업이나 서비스업·요식업·중소건설업·수공업 등이 극단적인 경쟁 시장에 내몰려있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가 건물의 임대료는 끊임없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기현상이 또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정주인구가 집중된 신도시 상가의 경우 월세가 평당 10만원을 호가하는 곳이 숱하다. 사업자들이 동종의 업계에서 경쟁하기 이전에 터무니없게 과중한 건물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주저앉기 일쑤다. 건물주만 배불린다는 말이 통용되는 이유다.

이같은 현상은 경쟁현장에서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생업을 포기할 수 없는 경제주체들이 양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데서 비롯한다. 업종은 바뀌지만 상가 건물의 빈 공간에 대한 수요는 변함이 없는 탓에 건물주들이 비싼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익산지역에는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편의와 편익면에서 골목시장을 압도하는, 국내 빅3 대형마트 3사가 입점해 있다. 이들은 골목상권을 빈사상태에 몰아넣었다. 인구를 감안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입점을 허용한 결과다.

더구나 이들 대형마트는 매출이익 대부분을 본사가 소재하는 수도권으로 유출하고 있다. 이같은 주요 유통·판매 수익의 역외유출로 축소도시 익산의 지역경제는 피폐해진지 오래고, 자치단체는 법인세 등 관련 세원의 손실을 뻔히 바라만 볼 뿐이다.

이런 지역상권 붕괴와 소비의 중앙예속은 오랜 시간 진행된 구조화에 따른 것이어서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재래시장 공동화의 심화도 그와 궤를 같이한다.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주창이나 재래시장 혹은 상가거리를 특화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산업구조마저 취약한 익산지역 경제는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역경제의 상태가 명재경각(命在頃刻)에 이른 만큼,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이해관계에 따르는 보수적인 처방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위험을 회피하면서 사지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케인즈가 제시한 '야생적 충동의 함수'라 할 만한 투자가 필요한 지점인 것이다. '변혁'이 아니고는 소멸의 기로에 선 도시에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없다. 익산에 변화의 기회가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형 국책사업인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이 마무리단계에 다가서고, 국·내외 식품관련 기업들의 입주가 속속 이어지고있다. 2018년 9월 7일 현재까지 57개의 기업이 분양계약을 맺었고, 이 가운에 16개 기업이 준공을 마치고 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국가식품클러스터는 도시의 지표에 이렇다 할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우선 가동중인 기업에는 400여명이 종사하고 있지만 입주업체들에 대한 세제지원 혜택 등으로 지방세 세원으로서의 가치가 극미한 수준이다. 또한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창업하는 것보다는 수도권 등 타지에서 이전하는 경우가 대종을 이루기 때문에 익산지역내에서의 고용창출 효과도 미미하다.

국식클 부지가 모두 분양되고, 기업들의 시설물이 예정부지를 꽉 채우고 가동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게 없는 구조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과를 익산시가 일절 공유하지 못한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익산시는 클러스터 조성 이후 관리 단계에서도 이익을 공유할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익산시가 조성한 삼기 산단(익산제3일반산업단지)도 사정이 크게 다를 바 없다. 2013년 준공 이래 68.4%의 분양율을 보이고, 입주한 43개 기업들이 모두 가동중이며, 2018년 9월 7일 현재 1,227명이 종사하고있지만, 익산시에는 고용창출 효과라든지 인구유입효과 등을 가리키는 이렇다 할 데이터가 없다.

이렇듯 소비도시 익산을 생산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체질개선은 한계에 봉착해 있다. 산업기반 확충이 기대하는 효율을 충족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불황 속 제조업의 한계,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구조, 제한된 투자여건, 인센티브를 좇는 이전 등이 그 원인이라 할 것이다.

타 중·소 지자체들의 형편도 대동소이하다. 다만, 익산시의 문제만을 꼽으라 한다면, 역설적이게도 지방도시 가운데 최상의 '교통여건'을 꼽지 않을 수 없다. KTX를 타면 1시간 대에 용산에 도착한다. 서울에 볼 일이 있는 사람이 하루에 네차례를 왕복했다는 다소 무리일 것 같은 체험담도 들린다.

더 나아가서는 서울에 살면서 익산에 출퇴근 할 수 있다는 혹자의 말에서는 신개념 교통수단의 위력을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론 간담이 서늘하다. 그것은 익산에 경제인구들이 체류하는 탈 정주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계속 심화될 것이라는 경보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 생활권에 해법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역발상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보잘것없는 소비도시 익산을 독보적인 소비도시로 자리매김시키는 정책방향이 긴요하다.

수도권 사람들을 유인할 가성비 높은 명품 의료, 휴양, 관광, 쇼핑, 요식, 유흥 등 문화 패키지를 개발해야 한다.

다음은, 저렴하면서도 고품격 생활이 보장되는 정주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다. 서울의 집값을 천정부지로 오르게 하는, 넘쳐나는 수도권 무주택자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직장이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도 익산에서 출퇴근 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지불해야 할 집세를 위시한 생활비를 감안하면, 저비용 고효율의 삶을 누리게 할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는 과밀 부동산 수요 때문이다. 수도권 인구 분산론이 다시 고조되고, 정부가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위해 122개 공공기관(5만8,000여명 종사)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본격 검토하고있다.

축소도시 익산시의 입장에서 수도권 인구를 유입시키는 이상의 인구정책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위기를 절감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방향성이다. 해야 한다면 위험을 감수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의지와 열정이 담보된 실패라면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 인구유입 정책 필요하다.

수요를 늘려야 세원을 늘릴 수 있고, 죽어가는 지역상권을 살릴 수 있으며, 향토 산업과 건설경기도 살릴 수 있다. 계속 뒷짐을 지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