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수문을 연 것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진실을 호도하는 언론들의 속내를 국민들은 알고 있다. 보수도 아니고 중도도 아닌 그저 정상배에 불과한 이들 매체는 건강한 언론의 입지까지 위태롭게 하는 해악이 아닐 수 없다. 그들 MB정부의 최순실을 척결하기 위해서라도 MB의 토목사업 국정농단은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조선일보 등 일부 경도된 매체들이 '수문을 개방한 세종보의 수질이 나빠졌다'며 환경부 정책을 코미디로 희화화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민·관 전문기관들의 수질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를 개방한 세종보 부근은 물을 가둔 양화취수장 등 5곳의 세종시 금강 구간 가운데 가장 수질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적인 예로 물이 빠르게 흐르는 세종보 부근의 남조류는 ml당 6475셀의 수치를 보였으나, 보를 막은 백제보는 무려 40만셀에 육박했다. 사실 우리는 이런 분석 결과가 아니어도 물은 흐르면서 자정작용을 하고 고이면 썩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초등학생 정도면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경도된 매체들은 그러한 상식을 모르쇠 코스프레로 얼렁뚱땅 깔아뭉개며, 수문 개방에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도된 매체들이 MB정부가 획책한 4대강 사업 책임론에 가하는 린치다. 아직도 힘으로 저항을 누를 수 있다는 마인드에서 비롯한 소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해, 제 손으로 선택했던 지도자를 단죄한 것에 대해 국민들의 피로도는 임계점에 도달했고, 있어서는 안 될 막장 권력의 위험이 사회 각 분야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혹은 망각을 방어기제 삼아 겨우 균형을 잡아가는 국민들과는 아주 딴판의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나라 4대강에는 세종보 뿐만 아니라 22개의 댐이 건설되었다. 강바닥을 깊이 파서 물을 가두고 보를 설치한 사상 유례없는 MB 정부표 대규모 토목공사 결과다.

11개 공구의 4대강 토목사업비 30조원을 국내 유수의 7개 대기업에 나눠 준 국정농단의 산물이자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판도라의 상자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수시로 만나 입찰을 담합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의해 입찰자격이 제한됐다. 그러나 MB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입찰자격 제한'을 '과징금'으로 대체해 면죄부를 줬다. 그 배후에 국민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MB는 지난 4월 뇌물과 횡령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데, MB가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으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보건설로부터 5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포함됐다. 또 낙동강에서 공사를 맡은 건설업체들의 대표 중에는 MB와 같은 학교를 나온 동문들이 공교롭게도 많다.

하지만 근래 사회적 분위기는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을 저어한다. 4대강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은 실로 형언하기 어렵고, 그 책임을 MB에게 묻고자 한다면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4대강 사업은 강을 '녹조라떼'로 만들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가뭄피해를 비롯해 정수장 내 발암물질을 증가시키는 등 극심한 환경파괴를 초래했다. 사업 과정에서는 국가예산의 블랙홀이 되어 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보건복지·의료·교육예산을 빨아들였다.

도로나 철도 같은 중산층이 영위할 예산도 크게 줄어 국가신인도는 멀쩡한데 국민들은 IMF 시절보다 더한 불경기의 늪에 빠져 장기간 허우적대야 했다. 그럴듯한 목적을 내세우며 국민들에게 피해를 강요한 6년의 대장정이었다.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0년 한 해 예산을 보더라도 중산층과 서민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8.6%인 15조6천억원이나 축소되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토목사업에 예산 몰아주기는 그나마 낙수효과를 추동하는 정책마저 실종시켰다. 정부의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토목사업만으로도 배를 불릴 수 있는 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할 리 만무했다. 4대강 사업 자체를 봐도 늘어난 일자리가 거의 없었고 생산유발효과도 미미했다.

4대강 사업은 특히, 수많은 지역사회공동체를 파괴했다. 22개 댐에 의해 하루아침에 고향을 잃은 수몰민들이 그 직접 피해자다. 찬성과 반대 쪽으로 나뉘어 갈등과 반목을 일삼던 그들은 결국 마을공동체도 잃었다.

부역 매체들이 되레

큰소리치는 세상

이같이 건국 이래 미증유의 환경파괴 토목사업이 중단없이 계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MB 정부 시절 여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미디어법이 있었다. 개정된 미디어법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사에 대한 지분소유 상한을 전면금지하던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었다.

이에 따라 조ㆍ중ㆍ동 등 경도된 매체들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되었으며, 종편을 잉태한 매체들은 4대강 사업의 출발점에선 대대적인 사업홍보를 도맡아 했고, 종편사업자가 된 뒤에는 MB 정부의 어용 나팔수가 되어 4대강 사업의 진실을 가리는 보도 물량공세에 부역했다.

4대강을 토목공사로 죽이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가계를 도탄에 빠뜨리는 4대강 사업을,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니라 생명보호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대표적인 한국형 녹색뉴딜프로젝트라고 미화했다. 4대강의 보에 물이 채워지면 매년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에서 벗어남은 물론 수질도 크게 개선되어 맑고 깨끗한 물이 넘실대는 건강한 강으로 되살아 날 것이라고 찬양했다.

경도된 매체들은 '4대강 사업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 또는'좌파의 전술'로 규정했다. 4대강 사업을 국가의 미래를 위한 백년대계라고 추켜세우며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을 '근거없이 국가정책을 흠집 내면서 괴담을 유포하는 집단'으로 매도했다. 맥락도 없는 휘황찬란한 거짓말들이 홍수를 이루던 6년이었다.

수문을 연 것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진실을 호도하는 언론들의 속내를 국민들은 알고 있다. 보수도 아니고 중도도 아닌 그저 정상배에 불과한 이들 매체는 건강한 언론의 입지까지 위태롭게 하는 해악이 아닐 수 없다. 그들 MB정부의 최순실을 척결하기 위해서라도 MB의 토목사업 국정농단은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에게는 그 인고의 순간들을 감당해 내리라는 각오가 필요한 것이다. 죽은 강을 되살리기 위해 수 십조원의 돈과 기술이 집약 된 구조물을 파괴해야 하고 여기에 또 수 십조원의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고도 오랜 세월을 흘러야 강은 인류의 젖줄로 복원될 것이다.

그 책임을 망각하고 되레 큰소리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어떻게 내일을 맞이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