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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인물론'이 가리키는 통합의 당위

편집국장 공인배

민주당으로선 단 한 사람의 힘이라도 아쉬운 형편이다. 따라서 같은 뿌리에서 분파된 평화당을 흡수 통합하는 것은 문재인 정신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시대의 지상명령이라 할 만 하다. 특히, 지역구가 두 개인 익산지역은 한 지붕 아래서 어제의 동지들끼리 상잔하는 비극의 표본이 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본궤도에 올랐다. 현역시장은 선거 60일 전 제약에서 자유로우려면 곧 필드로 나가야 하고, 민주당의 기초·광역의원 및 익산시장 경선 결과 발표도 임박했다. 정권탈환 이후 순항하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드라이브와 외교·안보 성과들 덕에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선거판은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 바람을 타고 이번 선거는 민주당 판이 되었다. 시·도의원은 물론이고 익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경선 주자들이 난립했다. 익산시장 경선 출발선의 후보만 6명에 이르렀다. 민주당 전북도당이 선택한 경선방식도 주목을 받고있다.

1차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2~3배수로 압축하던 기존 컷오프 방식을 버리고, 1차 여론조사 경선(시민50%:당원50%)에서 3명을 걸러낸 뒤 2차에서 나머지 3명이 같은 방법의 결선 경선을 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방향성을 감안할 때 민주당의 익산시장 경선이 정헌율 시장에 대한 '대안 부재론'을 덮을 결과를 낼지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민선 6기 재선거에 당선된 현역 정헌율 시장이 2년여 재임기간 동안 눈에 띄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고, 따라서 반토막 짜리 시정 운용 결과에서는 그 역량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여론이 적지않은 탓이다.

익산시장직 탈환에 나선 민주당 익산 갑·을 지역위원회가 선거 결과를 낙관하지 않고 전력투구하는 모양새의 배경이다. 그래서 익산 갑은 민주당이, 익산 을은 평화당(정헌율 시장 소속)이 각각 국회 지분을 분점하고 있는데 따른 부담감도 높을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익산 갑 위원장인 이춘석 의원의 입장에서 결코 녹록지 않는 정치 지형인 것이다.

익산 을의 현역 조배숙 의원은 비록 소수 정당인 평화당 소속이지만 당 대표를 맡고 있다. 조 의원이 한차례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 곧바로 민주당세를 누르고 승리할 수 있었던 저력은 충성도가 높은 지지기반과 나름 탄탄한 조직의 안정성이 담보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강력한 민주당세에도 불구하고 '인물론'이 꺾이지 않는 이유다. 정헌율 시장에 필적할 만한 인물을 공천하지 않으면 '민주당'이라는 네임밸류 만으로는 민주당이 익산시장직을 되찾기 어려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나돌았던 터다.

이번 민주당의 익산시장 경선은 그래서 더 흥미를 끄는 것이다. 그 경선주자 가운데는 지역정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대중·김영배·황현 등 도의원 출신이 3명에 이르고, 그 중 김영배·황현은 도의회 의장직을 역임했다. 또 경찰대 출신으로 익산시의 치안을 책임졌던 김성중은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인 따뜻한 리더십'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익산지역 법조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전완수 변호사도 경선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의 전문성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익산시장 경선 국면에 변수가 하나 발생했다. 현역 대학교수이며 사회학 박사로 '인물론'의 대안을 자임하고 나선 정현욱 교수가 기존의 경선 룰을 갑자기 변경한 민주당 전북도당의 행태에 반발해 경선 불참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 익일에는 민주당 경선 후보인 현역 변호사도 기자회견을 열어 전북도당의 경선방식이 '편파적'이라며 성토하고 나섰다. 지금 방식으로는 본선에서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 경쟁력 있는 후보가 선출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는 선당후사의 대승적 차원에서 경선방식을 수용한다면서도, 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당은 익산시장 선거에서 또다시 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정치 신인'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반발은 미미한 파장을 일으켰을 뿐 역풍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경선룰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민주당 전북도당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중량감 있게 다가온다. 두 정치신인들은, 익산시장 후보들 가운데는 기존 경선 룰대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걸러내져야 할 대상들이 있는데 자신들은 지역사회 공헌에 필요한 전문성을 감안할 때 거기에서 제외된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전북도당 공관위는 기존 경선룰을 따르면 오히려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들이 1차 컷오프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정치신인들의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북도당의 이번 경선룰 결정이, 공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태한 채 이길 수 있는 후보만 내겠다는 정당 이기주의의 발로라는 지적 앞에 선 것만은 확실하다.

공당으로서 경선후보들이 최소한 당헌당규에 적합한지, 도덕성은 어떠한지, 친사회적인지 정도는 평가하여 부적격자를 가려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전북도당은 고위공직자 출신이면서 행정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정헌율 시장을 쓰러뜨릴 척도를 '인지율'로 삼고 그 경선 과정에서 후보를 목적지에 데려다줄 바람을 만드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황현 후보도 지난 12일, 경선방식을 바꿔 정현욱 후보를 중도하차케 한 전북도당을 질타하고 나섰다. 개인적인 유·불리를 떠나 경선에 참여한 6명의 후보자들 모두가 공정한 경선에 공감해야만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데, 한 명의 경선 후보자의 등록 포기는 결국 민주당 승리에 걸림돌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경선의 변수 대안 부재론에서 비롯해

이 같은 익산지역 민주당이 겪고 있는 내홍은 결국, 평화당 소속 현역시장을 누를 인물 부재의 한계론이 1년여 동안 지역사회를 뒤덮었던 데서 비롯했다.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이유다.

그러나 익산지역 민주당의 수장인 이춘석 의원은 지역 인재 풀 안에서 차선을 찾아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정치 철새를 바라지 않는 시민들도 그의 뜻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런 맥락에서 익산 정치권이 민주당과 평화당으로 양분된 것을 안타까워 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평화당도 호남지역에 터를 둔 정당이 분명하고, 그 구성 분포를 보더라도 전북지역 출신의원들이 대종을 이룬다는 점이 그런 안타까움의 근원이다. 시민들은 어제의 한 식구가 둘로 갈려 대립하는 비극적인 지역정계를 바라보며 탄식한다.

호남의 대안정당을 자임하며 창당했던 '국민의당'이 그 수장의 일탈로 파국을 맞이하고, 영남지역 정당으로 귀속되는 걸 거부한 애먼 평화당 구성원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권 추구에 경도된 수장의 근본없는 행보에 쏠리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과 의리를 지킨 대가 치고는 너무나 혹독한 고립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포용'을, 대내적으로는 '국민통합'을 방향성으로 삼고 있으며 그 목표는 진정으로 평등한 나라 실현이다. 그러나 개헌을 위시해 산적한 대형 현안들은 야당에 발목을 잡혀 짙은 안개속에 빠져들었다.

분리된 몸을 봉합하고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무슨 명분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즉각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