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어쨌든 하위권을 맴돌던 익산시의 청렴도가 지난 한 해 만에 여섯 계단을 뛰어 오른 것은 유의미한 일이기는 한데, 이는 외부청렴도의 호전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내부청렴도는 왜 외부청렴도 상승폭만큼이나 하락했을까.

조직의 청렴문화지수가 낮고, 부적절한 예산집행과 부당한 업무지시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식물화된 감사기능에 있다.

행정기관이 공익을 저버리고 사익에 경도되면 어떻게 되는가. 비리의 온상이 된다. 유착의 고리들이 촘촘하게 엮여서 행정기관의 정체성과 그 구성원들의 도덕성을 칭칭 동여매 버린다. 근본이 질식사한 곳에서는 공익을 주창하는 이가 불의(不義)한 자로 매도된다.

시민 입장에서는 불한당들을 먹여살리며 그들에게 곳간 열쇠를 내준 셈이다. 그들은 더 많은 커미션을 챙기기 위해 촉수를 세우고, 불순한 사익 주체를 만나면 망설임 없이 곳간 문을 열어젖힌다. 어두운 곳에서 거래가 끝나고 나면 더 큰 덩치의 사익을 찾기 위해 쉴 새 없이 촉수를 움직인다.

두루 다 아는 메커니즘이다. 자치단체장을 선출한 시민들의 핵심 명령 가운데 하나가 임용직들의 탈선을 예방하라는 것인 이유다. 단체장이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현하는 일은 그에게 부여 된 직무 범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음'이다. 그러한 청렴은 '교육'이라는 소극적인 방법과 '벌'이라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익산시의 경우 '청렴'을 위한 노력이 '교육'에만 국한된 것으로 여기는 듯 하다.

지난해 행자부가 2017년도에 실시한 청렴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익산시는 일선 민원부서의 이미지를 비롯한 시민들의 눈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패 위험도를 전년 대비 0.13점 낮췄다. 반면, 익산시 공직사회 내부의 부패 위험도는 전년 대비 0.17점 올랐다.

외부 청렴도가 오른 덕에 익산시의 종합청렴도는 0.13점 상승해 전체 기초단체(시·군) 157곳 가운데 90위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익산시의 청렴도가 바람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익산시의 순위는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하위권을 맴돌던 익산시의 청렴도가 지난 한 해 만에 여섯 계단을 뛰어 오른 것은 유의미한 일이기는 한데, 이는 외부청렴도의 호전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내부청렴도는 왜 외부청렴도 상승폭만큼이나 하락했을까.

조직의 청렴문화지수가 낮고, 부적절한 예산집행과 부당한 업무지시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식물화된 감사기능에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 공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특정인의 불법행위를 수년 동안 방치하고도 모자라 특정인 소유의 땅을 매입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한 모현동 도로부지 길말뚝 사건이 있다.

모현동 롯데슈퍼와 전북은행 모현동지점 사이 도로부지(폭 8m 길이 63m)에 박혀 있는 길말뚝 문제는 익산시가 키워 왔다. 우선 3필지로 나뉘어있는 이 부지의 일부(1필지, 297-3번지)가 1998년 익산시에 기부채납됐다가 이듬해에 신청착오로 기부채납이 무효화된 것으로 등기부상에 나타나지만 익산시는 그 원인을 전혀 알지 못한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의 눈으로 보더라도 이 부지는 도로로 사용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땅과 연접해 있는 건물주 입장에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땅은 혼잡한 대로변을 피해 건물의 측면 출입구 쪽의 진출입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주변 도로와의 연계성도 높다. 대로쪽에서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구조가 아니라 해당부지와 건물 뒤쪽에 형성된 길들이 비정형이나마 사거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건물 신축허가 당시 건물에 딸린 해당부지를 도로로 개설해 기부채납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을 공산이 높다.

그런데 건물에 대한 준공허가가 나기 직전에 기부채납되었던 해당 부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1년만에 기부채납이 취소됐지만 익산시는 그 사유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소유주는 해당 부지에 무단으로 17개의 주차면을 그려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한편, 인근 건물을 이용하는 차량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현대아파트 방향으로 곧게 연결되는 건물 앞쪽 도로 사거리 가운데에 길말뚝을 박아 무단으로 차량 통행을 막은 것이다.

해당 부지 소유주가 도시계획법을 위반하고 일반교통방해죄를 범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님에도 익산시는 10년 가까이 방치해 온 것이다. 나아가서는 해당 부지를 매입해서 도로를 개설해 달라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익산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도로개설 비용 2억원을 2017년도 예산에 편성했다.

특혜 논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최근 새로 부임한 담당 주사가 도로개설 불가론을 제기하고, 법이 정한 대로 길말뚝을 철거하기로 방향을 정했지만, 그동안 익산시의 행태를 살필 때 누가 익산시 공무원들과 해당 부지 소유주 사이의 유착을 의심하지 않겠는가.

잠자는 감사기능이

내부 청렴도 하락의 주 원인

익산시는 또 소라산 남성학원 옆 도로 확포장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학교쪽으로 2m를 침범해 도로를 확장할 것이냐, 도로의 외곽쪽 시유지 2m를 포함시켜 확장할 것이냐의 문제다. 전자는 당장 보상비가 소요되고, 후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 따라서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지난 2012년에 학교 담장 안쪽으로 그려진 도시계획선에 발목이 잡혔다. 당시 도시계획 담당 공무원 A는 남성학원 측의 도로확장 요청을 받고 자신이 도시계획선을 그렸다고 말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도시계획선은 도로 개설의 기본 방향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기본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해당 도시계획선은 지나치게 남성학원 쪽에 특혜를 안겨주면서 익산시에는 큰 손실을 안겨준다.

우선 학교 안쪽으로 침범해 들어간 도로부지가 약 561㎡에 이르는데, 이에 대한 보상비는 공시지가(㎡당 19만8천원)를 감안했을 때 1억1,107만8천원이 소요된다.

공무원 A는 남성학원이 부지 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유지와 보상부지를 등가교환하기 때문에 시유지를 찾아오는 격이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으나, 익산시의 보상 대가 지불은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남성학원은 그동안 시유지 694㎡를 점유·사용하면서 매년 324만원의 대부료를 익산시에 지불해 오고 있다.

그런데 도시계획선대로 도로를 개설하게 되면 익산시는 전액에 가까운 대부료 수입원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익산시는 남성고 담장을 철거하는 비용과 지장물 보상비, 폐기물처리 비용 등 2억원 가량을 더 투입해야 한다. 한마디로, 익산시는 기존 도로 외곽쪽으로 확장을 선택했을 때 7억9천만원이면 할 수 있는 공사를 도시계획선대로 하면 12억1,107만8천원(보상비 1억1,107만8천원 포함)을 들이게 된 것이다.

A 공무원이 그린 도시계획선은 범법선(犯法線) 여부를 판단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A 공무원의 배임행위를 가리기 위한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익산시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어떠한 고민도 하지 않았다.

특히, 새로 부임한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에 걸쳐 학교 측과 협의한 끝에 외곽쪽으로 도로를 확장하되, 총450m의 당장 가운데 160m만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하였으나 담장철거 문제로 논란이 일자 원칙대로 전량 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익은 지키기 어렵다. 난장 속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틈만 나면 숟가락을 들고 덤비며, 훔치려 한다. 공무원이란 그런 난장판 속에서 공익을 바른 주인에게 전달하는 주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잘 지켜야 한다.

공무원이 허술하면 공익은 도둑맞게 되어있다. 그래서 청렴의 시작은 유비무환의 태세에 있다. 직무를 해태하는 것을 엄히 징벌해야 하는 이유다. 비리에 대한 상설 감시체계를 갖추고 일탈한 행정행위들을 적극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맑고 깨끗한 행실과 재물을 탐하지 않는 마음은 교육만으로 지키기 어렵다. 공익이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잡는 게 임자가 되기 때문이다. 강력한 일벌백계의 징벌만이 예방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불편한 진실이다. 공직사회의 건강한 긴장감 만이 공무원 스스로 맑고 깨끗한 행실을 갖게 하며 재물을 돌같이 보게 한다. 거듭 말하지만, 비위의 온상은 무책임과 무소신에서 비롯하는 직무해태다.

누수가 많은 일처리와 핑계의 무덤에 숨어 어물쩍 넘어가는 행태들을 엄단하는 것만이 익산시의 내부청렴도를 끌어 올리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