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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호 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편집국장 공인배

선거란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선을 가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물론을 내세우는 모든 후보들의 적극적인 각축을 염원한다.

그것은 시민들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고, 동시에 지역주의와 정당 지상주의를 타파하는 길이다. 또, 도전하는 모든 후보들이 공정하게 검증받는 방향성이며, 유권자들로 하여금 동정표나 무개념 표를 던지지 않게하는 방책이다.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천타천 익산시장 후보로 거론 되는 후보들이 꽤 여럿이다. 하지만 지역정가에는 민주당 후보와 현역시장이 맞붙는 1:1 구도로 본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속단이 정설로 자리를 잡았다.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했고, 새 정부의 국정운영이 국민들로 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지점에 서 있는 탓일 것이다. 그 관측 지점에서는 군소 정당의 다른 후보들이 시야에 잘 안 들어올테다. 후보들을 일일이 뜯어보지 못하는, 혹은 않는 이유다.

현역시장은 지난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고위급 행정관료 출신이고, 반토막짜리이지만 시정을 운영하면서 현역 프리미엄을 쌓았다. 그가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기에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경선후보들은 저마다 뚜렷한 출마의 변을 내민다. 김영배의 경우 고향이자 한평생 생활 근거지였던 함열읍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며, 익산시의원 재선과 전라북도의원 재선 등으로 지방자치 일선에 진입해 16년 동안 정치적 역량을 길러왔다.

그가 한 번도 낙선하지 않았다는 것은 텃밭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방증이고, 북부권의 주역을 자임하는 그의 행보에 의미를 실어주는 동력이다. 시의원 시절, 석패는 했지만 의장 후보로 출마해 접전을 벌였었고, 제10대 전북도의회 전반기 보궐선거에서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경쟁우위의 리더십을 확인했다.

그의 성격은 비교적 원만하여 상생의 정치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익산 갑지역 소속인 그는 당내에서 덕망이 높아 지난 민선 5기 익산시장 선거시절부터 꾸준히 익산시장감으로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지형을 넓히지 못한 것은 그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힌다.

단지 당선가능성의 지표로서 뿐만 아니라 직무수행 역량평가에서, 지역사회 각계각층과의 폭넓은 교류 부족은 자치단체장에게 부여되는 통합의 정치 또는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정치 수행 능력 점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은 또, 토박이며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정치인이란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하는 원인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그의 구상과 실천이 이번 도전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

김대중 역시 익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왔다. 익산시의회와 전북도의회에 각각 두 차례씩 입성했다는 점에서 김영배와 같은 정치인의 궤적을 그려왔다. 하지만 김영배가 조직 속에 동화되어 개인보다는 조직의 이름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해 왔다면, 김대중은 의원의 정체성에 방점을 둔 행보를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정치 스타일은 크게 다르다.

그는 제6대 익산시의회에 최연소로 입성하면서 지역정계에 혜성처럼 출현했다. 젊은 피답게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역할에 충실했다. 각개전투형이다 보니 그는 간혹 집행부와 거칠게 충돌했고, 그로 인해 그는 집행부가 기피하는 의원이 되었으며 자신이 속한 의회에서도 고립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익을 좇는 의원이 감수해야 할 상처라는 이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점일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지역사회에 전파되어 왔고, 그것을 통해 나름의 정치적 입지가 구축됐다.

행정기관을 시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공조직과 그 구성원들의 맹점에 정면으로 맞닥뜨려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을 장악하는 힘을 가졌으리라는 기대를 자아내는 그의 행적이다. 그러나 호전적인 그의 성향은 적잖은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그것은 고립을 자초할 것이고, 결국 지역사회를 퇴행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높은 단계로 진출하기 위한 당내 공감대 형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불쑥 출사표를 던지고 나선 탓에 인구가 밀집된 서부지역 지분을 갖고도 당내 경선의 풍향에서 비켜서 있는 양상이다.

그가 왜 당장에 익산시장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석명에 이번 도전의 성패가 달려있다.

황현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민주당에 입당했다. 도농통합 이전에 이리시 국회의원이던 이협의 비서관으로 당직을 시작했고, 보좌관을 거쳐 익산을 지구당 사무국장을 역임하기까지 16년 동안 간단없는 당직을 수행했다. 청년시절을 고스란히 정당생활로 보냈고, 그렇게 정치적 잔뼈가 굵은 것이다.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7·8대 전라북도의회에 연속으로 입성했는데, 8대는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간 열린우리당의 광풍이 불었던 때였기에 그의 정치적 기반이 얼마나 공고한가를 보여준다. 8대 도의회가 출범해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중도하차 한 뒤 18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조배숙과 일전을 겨룰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참패했다. 익산 을지역의 정치권이 열린우리당 쪽으로 재편됐다. 도의원으로서 주어진 책무를 저버리고, 자신이 비운 도의원 자리도 열린우리당에 빼앗기는 바람에 거센 책임론이 일었다. 그가 마신 고배가 상상하지 못했고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쓰디 쓰던 이유다.

그는 "국회의원 후보였던 사람이 또 웬 도의원이냐"는 비난을 무릅쓰고 다시 3선 도의원으로 전북도의회에 입성했다. 제 10대 도의회 의장에도 선출됐다. 하지만 그는 도의원이란 옷은 자신에게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해 보인다.

이미 벗어던졌던 허물이기 때문이고, 그 자리에 후배들이 진입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변의 목소리를 묵살하지 못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큰 뜻을 품은 이상 거기에 걸맞은 정치적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게 그가 익산시장직에 도전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읽히는 배경이다.

그는 온화하며 바른 성품을 지녔다. 의리있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고, 친화력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통의 피드백이 약하고, 말은 잘 하지만 실천은 잘 못해 '용두사미'에 그치는 일이 많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그가 이번에 또 패한다면 그러한 치명적인 결함을 수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김성중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 조직 내 요직을 두루 거쳤고, 익산경찰서장 이후 경찰복을 벗었다. 익산서장으로 재임할 당시 지역에서 펼쳐지는 문화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등 유연한 행보를 보였고, 경찰서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다가서는 그에게 여느 경찰에게선 찾기 어려운 매력을 느끼고, 겸손하게 열린 자세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런 평들이 왜 나오는지 이리저리 들춰보니 그의 소탈한 언행이 우선 주효하고, 논리보다는 감성에 가까운 소통스타일이 어필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상명하복과 일사불란으로 상징되는 경찰직에 평생을 몸담아 온데다 범죄학 박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기드문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그는 이번 출마 이유를, 자치단체가 경찰조직과 비슷한 구조이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라고 한다.

선출직 단체장은, 조직 수장으로서 보다는 공조직을 시민들의 복리증진에 기여하도록 운용하는데 역점을 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출발선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당선될 수 있고, 시민들로부터 끊임없는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행정조직의 룰에 머무는 정치관으론 수많은 조정을 해 나가야 하는 지점들에서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 것을 전제했을 때 그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보편적 인식의 기준으로 볼 때 경직된 조직의 일원이었던 과거를 타파할 수 있을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여러 군소후보들이 적극적으로 검증대에 오르기를 바라며

현역시장 정헌율의 시계는 그다지 밝지 않다. 그가 소속된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데다, 그에 대한 익산시민들의 지지율도 현역의 프리미엄을 업지 못하는 것으로 감지된다. 그렇다고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에는 밀리지 않는 수준이고, 재선거를 통해 당선된 탓에 재임기간도 짧았다는 점을 가능성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또 그는 평생을 몸바친 행정조직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특히 그는 공무원 생활을 간부로 시작해 오랜 기간 고위직을 섭렵한 경험을 행정조직을 경륜하는데 적합한 요소로 내세운다. 그런 점에서라면 후보들 가운데 그를 배제한 자리에 채울 만한 대안은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지율이 의외로 상승하지 않는 것은 물리적인 원인에 그의 정치적 미숙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거기에 행정가의 틀을 넘지 못하는, 또는 행정의 폭넓은 수요에 적절히 부응하지 못하는 한계도 결점으로 꼽힌다.

그는 천생 청렴한 내무공무원이다. 급한 성격이지만 꼼꼼한 면도 있다. 만기친람 형이며 더 많은 관계를 맺으려 한다. 그런 요소들은 선출직 공직자에게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다. 그가 현역으로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단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 가운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 앞에 자주 서지만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점은 그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가 한다.

이상의 소개는 시민들이 익산시장 후보들을 보다 더 가까이서 들여다 보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비롯했다. 아쉬운 점은 이 밖의 후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검증대에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란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선을 가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물론을 내세우는 모든 후보들의 적극적인 각축을 염원한다.

동정표나 무개념 표를 던지고 나서 감당키 어려운 지역의 퇴행을 겪은 경험의 토대 위에서 한층 성숙한 익산의 유권자들이 민주적으로 다시 한 번 성장하는 데에도, 출마하는 여러 군소 후보들의 능동성이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