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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호 익산을 도탄에서 건져 낼 대통령이 필요하다

편집국장 공인배

특히, 대부분이 국비인 이전 재원 6,810억 원에 대한 지방비 부담률을 생각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 자체수입에서 수익자부담금 털고 올해 당장 갚아야 할 부채 털고 나면 남는 게 별반 없다. 무엇으로 정책을 세우고 실행한단 말인가.

자유의 대가는 비쌌다. 헌법이 민주주의를 천명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헌법이 나름대로 작동하게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랐다. 그러나 헌법이 온전히 헌법다워지게 하기 위해선 갈 길이 아직 멀다. 특히, 평등의 문제는 각 분야에서 보다 치열하게 다뤄져야 할 의제다.

이번 대선에서 대두되는 주요 이슈들이 대부분 '경제적 평등'과 관련되는 것은 대선주자들 공히 그 시대정신을 읽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중앙과 지방의 '정치적 평등' 문제는 그 등가가 '경제적 평등'에 견주어 하등의 차이가 없는데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재외국민들에게 투표권을 줄 정도로 정치적 평등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 마당에서 이상현상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이 지방에 권한을 나눠준 이래, 중앙은 끊임없이 지방이 행사하게 된 자주권의 대가를 요구해 왔다. 이때 중앙이 내세우는 수익자 부담원칙은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됐다. 사회간접자본시설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복지 전반이 중앙과 지방의 분담으로 실현되고 있다.

수익자 부담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많게는 50%에 달한다. 익산ㄴ제3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건설사업의 경우, 1,604억 원의 총사업비 가운데 중앙정부가 809억 원(51%)을 지원하고 전라북도가 27억 원(1.6%)을, 익산시가 768억 원(47.8%)을 각각 분담한다.

산업단지가 국익에 기여하는 정도나 산업단지 진입도로의 사회적 비용 저감의 정도를 산출하는 지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지원 기준율이 정해져 있을 따름이다. 중앙정부는 필요에 따라 이 기준율을 조정해 왔는데, 20년 전만 해도 중앙정부가 사회간접자본시설 비용의 절반을 지방에 떠넘길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방의 자주재원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인구가 줄고 시세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시의 올해 세입예산 규모를 보면 총 8,600억 원가량 되는데, 자체수입 예산은 1,530억 원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가 18%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5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수익자 부담원칙을 지방정부에만 지우는 편향이 낳은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무엇보다 민주적인 지방행정 성취도는 낙제점이다. 여러 기관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적인 문제와, 과도한 지방비 부담률이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시스템의 문제가 겹쳐서 초래한 부정적인 견해다. 우리나라의 조세 대비 지방세 비중은 21%다. 지방세 비중이 독일 49.5%, 일본 46.3%, 미국 48.1%인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세금이 중앙정부에 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재정 독점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지방분권의 출발점인데, 오히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로터 재원을 빼앗고 어설픈 자주권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불평등한 지배구조를 강화해 온 것이다. 그동안 시도지사들이 끊임없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요구해 온 이유다.

중앙이 독점한 재정구조 혁파와 튼튼한 자치재정 및 공유자산의 구축 입법,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중앙정부의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가능한 일이다. 지방의 중앙에 예속된 취약한 재정구조를 담보로 '자치'를 '순치'로 바꿔 온 과거의 마인드를 중앙정부가 버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지방세 비중을 먼저 현실화하고 거기에 비례한 지방 부담률을 정해야 합당하다. 중앙정부의 재정 여건상 지방세 할양이 어렵다면, 최소한 복지나 사회간접자본시설 분야는 지방비 부담을 없애야 타당하다.

새 지도자는 중앙과 지방을 횡적 동맹관계로 삼아야

이번 대선에서 왜 지방분권이 주요 의제로 부상해야 하는가. 지방자치 실시 이래 정권이 다섯 차례 바뀌었지만, 어떤 정권은 중앙 독점을 고착화하고, 어떤 정권은 좌고우면 하고, 어떤 정권은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고민하면서도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혀 밑그림만 완성하는데 그치고, 어떤 정권은 그것을 지우고, 어떤 정권은 아예 무개념이었다.

빈사 상태에 있는 지방정부에 수혈하고, 간섭과 통제를 포기하는 대신 협치를 통치이념으로 삼는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야 하는 당위다. 이번 대선에서조차 지방분권 문제가 중앙 편중적 관점의 현안들에 묻혀 지엽적이거나 유보적인 사안으로 취급된다면, 다가올 5년 혹은 4년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완전히 고사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중앙과 지방을 횡적 동맹관계로 설정하고, 다양한 생각들과 다원적 지표들이 저마다 꽃을 피우도록, 가장 지역적인 가치들이 가장 세계적인 가치로 환치되도록 신념의 융성시대를 열어나갈 포용의 정치가 대권을 이어받아야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대동소이한 난국에 처해있겠지만, 지금 익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익산만큼 어려운 도시가 또 있으리라고 생각해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공식적으로도 익산시는 243개 전국 자치단체의 최하위 20곳 중 1곳에 해당한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저성장 시대의 축소 도시 실태와 정책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익산시는 '점진형 축소 도시'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서 추출된 축소 도시 8.2%에 해당하는 결과인데, 도시의 모든 분야가 장기적으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고, 이대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쇠퇴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예측에 기반한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쓰러진 나라를 추스르고, 미시적으로는 도탄에 빠진 익산을 건져낼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 익산시민들의 당면 과제가 아닐까 한다. 그런 하나 된 염원, 즉 진정한 민주주의에의 지향을 보여주기 위해 사상 초유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