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379호 정헌율 시장의 신년 二題,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의 발로가 아니기를 바라며

379호 정헌율 시장의 신년 二題,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의 발로가 아니기를 바라며

편집국장 공인배

새해 출발선에서 하필 프로크루스테스의 끔찍한 일화를 반추하는 것은, 그릇된 신념의 폐해를 극명하게 비추고자 함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신념이 자기를 지탱하는 정체성의 허리라고 여기지만, 그것이 바르지 않을 경우 주변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둔감하기 때문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불현듯 떠오르는 정유년 벽두다. 그의 침대는 휴식의 품이 아닌 공포의 살육장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그는 아티카의 강도였다. 아테네 교외 언덕에 위치한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침대에 누이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으면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 그의 침대에는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그 어느 누가 누워도 침대에 딱 들어맞는 경우란 없었다.

프로크루스테스에게는 죽이고자 하는 의도만 있었고, 그의 침대는 죽일 만큼 줄거나 늘어나는 측정도구였던 것이다. 이렇게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지만, 자신은 정작 그것이 조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섬뜩하다.

남을 속이고 악행을 저지르면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이란 죄의식을 지우는 행위다. 사회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 '무엇'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필요한 '얼마나'를 자의적 잣대로 측정하는 걸 거리끼지 않는 자의 위험성은 달리 증좌를 댈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난마처럼 얽힌 과제들이 날것의 상태로 우리 목전에 놓여있는 새해 초입, 우리는 그 해법만큼이나 문제의 원인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해법은 도처에 만연한 부조리를 발본색원하는 것인데, 부조리의 근원에는 기득권층이 구축한 카르텔이 있다.

그 카르텔의 정신은 그들만의 신념이다. 소수의 이익 과점을 정당화하는 모든 장치, 법과 원칙을 무력화 시키는 경쟁 이념, 그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모든 궤변들이 그들과 다수 국민을 가로지른 장벽이다. 게다가 그들은 공세적으로 장벽을 지킨다.

저항의 목소리를 묵살할 뿐만 아니라, 저항하는 이들의 생각을 뜯어고치려 한다. 삶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주어진 노동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세상에 기여하지만, 장벽 앞에 모여들어 떠드는 사람들은 평화로운 체제를 위협할 뿐인 불성실한 도당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매스컴이 그 선전에 동원되는 가운데, 물대포를 쏘아 전열을 무너뜨리고, 개인을 사찰하며 기습을 노린다. 무수한 사람들이 장벽 앞에서 범법자가 되었다. 그 가운데 극렬분자로 분류된 이들은 뽑힌 잡초가 되어 말라 비틀어졌다. 그 가족들도 함께 말살됐다.

우리가 새해에 해야 할 일은,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를 이 사회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입지를 갉아먹으며 영토를 확장하는, 다른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다른 세상 사람들로 낙인찍어 몰아세우는, 그런 독소들을 정화해야 하는 것이다.

자리해타(自利害他)의 횡포를 몰아내야

그런 당위는 사실 지역에서 먼저 발견됐다. 두 가지다. 익산시는 2017년 상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데, 정헌율 시장의 인사원칙이 2016년 하반기 인사에서 표방한 것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이 그 하나다. 소위 '실적위주'의 인사에 대한 불안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연상을 유발한 것이다.

실적위주 인사는 정 시장의 신념이다. 열심히 일한 공무원들을 발탁해서 일하는 공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개혁적 마인드의 소산이다. 빈둥빈둥 놀아도 때가되면 월급 받고, 승진하고, 무탈하게 퇴직한 뒤에는 꼬박꼬박 연금 받는 철밥통들에 대한 그의 반성과 고민이 여실히 드러나는 방향성이다.

하지만 지난번에 단행한 그의 인사가 다수의 공무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그 불만이 조직 내부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인사 이후 오히려 복지부동과 무소신의 행태가 더 심화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한랭전선은 '실적위주 평가지표'의 부재에서 비롯한다.

지난해 하반기 인사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었을 때, 정 시장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적위주로 인사를 단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실적이 인사의 기준이었는지는 밝히기를 꺼렸다. 대답이 군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별도의 '실적위주' 평가지표가 공식적으로 마련된 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인사를 앞두고 인사부서에서 승진대상자들의 인구 늘리기 실적을 취합하고 집계한 사실이 기존 인사평가와 다른 점이라 할 것이다. 인구 늘리기 실적을 승진인사에 반영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위험성은 익산시의 인구추이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이전 3개월 동안 밀물처럼 늘어났던 인구는 이후 3개월 동안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 뒤로는 이 인위적인 인구 조수 활동조차 싹 사라졌다.

그렇다고 인사를 무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뒤집어 보면, 이 실적은 '무엇'이 아닌 '얼마나'를 측정하는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로 오인될 수도 있다. 익산시 구성원들의 '무엇'에 대한 평가는 각층 부서의 장들이 단계적으로 수행한다.

그 평가시스템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시스템을 먼저 보완해야 한다. 행정업무란 백화점식이어서 각 직무평가를 먼저 시행해 성과지표의 표준을 찾아내야 한다. 그 시스템 구축이나 운용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성과위주의 인사를 정확한 방법으로 하고자 한다면 먼저 합리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기계가 필요하다. 데이터에 따라 산출된 결과값 대로 인사를 단행하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사권자가 인사를 포기하고 기계에게 맡기면 된다.

그것이야 말로 침대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침대를 맞추는 척도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얘기다. 인사권 없이 조직운영을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지금으로서는 비정상으로 밖에 달리 바라볼 수 없는 '실적위주' 논리 보다는, "시민들에게 충성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을 발탁하겠다"는 기준이 추상적이나마 훨씬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인사권이 지닌 패러독스

새해, 또 하나의 화두는 미래농정국 신설이다. 농촌활력과를 신설한 것 외에는 농기센터나 환경녹지국에 있던 부서들을 빼서 합친 공룡 기구인데, 조직개편 과정에서 그 효용성이 청량감 있게 어필되지 못했다. 조직개편안을 심의한 의회도 적잖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래농정국은 당장 국가식품클러스터에 대응하고 그 성장동력을 지역농업에 연계해 도시 발전을 견인한다는 목적을 담보하는데,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지(왕궁)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북부권(함열)에 사무소를 둔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시 되고 있다.

또, 기존 조직을 잘 운용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굳이 기존 조직들을 조각내고 몇 개는 합치는 등 조직의 기형화를 초래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 조직개편은 특히, 익산시는 도농복합도시인데도 농업과 관련 산업의 과실을 농민들만 향유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결과를 낳았다.

이같이 도농상생의 정신이 결여되어 보이고,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성과를 도농이 함께 공유하는 방안이 보이지 않는 부서를 신설하면서 업무를 주재하는 사무소 건물에만 106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 정헌율 시장에게 미래농정국이란 살얼음판이 아닐 수 없다.

도시에 맞추는 미래농정국이 아니라 미래농정국에 맞춰 도시를 재단하는 꼴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시장은 미래농정국을 둘러싼 온갖 의구심들을 불식시켜야 한다. 미래농정국 직원들을 내·외부 공모를 통해 구성하겠다는 방침은, 그런 문제의식들이 가리키는 당위성에 기반을 둔 의지의 발로로 읽힌다.

북부권에 농업 브레인집단의 산실을 만들고, 이 싱크탱크 요원으로 선발된 사람을 인사상 우대할 뿐만 아니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모든 역량을 여기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로 투영된다. 정헌율의 미래농정국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미래농정국이 익산이라는 도시를 누이고도 남을 침대가 될지, 비효율성을 가리키는 온갖 분석들을 뒤집고 그만한 가치를 증명해 낼지,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정면돌파하는 신념이 도시의 절박성을 통찰하고 성찰한 결과인지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게 되는 정유년 벽두다.

하물며 그 주체가 단체장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허리의 상태는 태도가 결정한다. 자기와 자기 내·외부를 어떻게 고찰하고 성찰했는지의 결정판이 곧 신념이다. 정 시장이 표방하는 '농업행정수도'가 명실상부하게 실현되어 '미래농정국'이 미래를 책임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