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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공인배
민선 6.5기를 지휘하는 정헌율 시장은 불행하게도 전임자의 과오를 수습하고 복구하는데 대부분의 동력을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기왕에 행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지를 재확인하고, 척결과 인과응보 정신의 활착을 통해 시민들과의 거래를 완수해주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은 지난 4년을 잃어버린 정부로 규정하는 기로에 섰고, 익산시는 민선 6기 2년을 잃어버렸다.
왜 지나간 얘기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이유를 들 필요도 없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지나가지 못하는 현재다. 그것은 부조리의 온상지가 되어서 온갖 비리들을 양산한다. 한 목적을 지향하는 조직은 물론이고, 개인간에도 일방의 부당한 행위를 내버려 두면 그와 유사한 유해 행위들이 속출하기 마련이다. 악의 씨는 독버섯의 포자와 같다. 미풍에도 가볍게 실려 은밀하게 멀리 널리 퍼져나간다. 그뿐인가.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자본주의 법칙이 '거래'라고 하지만,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거래는 충돌과 혼란을 부른다. 흑역사를 옹호하는 이들이 더 잘 알고 있어야 할 이치다. 그들이야 말로 뒷거래의 폐단을 몸소 체험한 대가로 오늘날 몸소 일그러진 기득권 세력이 되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이 얼마나 인간성을 말살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그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본주의 질서란 그런 것이라고 주창한다. 주위를 다른 데로 끌며 코를 베고, 철석같이 한편이라고 믿게 한 뒤에 뒤통수를 치는 권모술수가 우리들 사는 세상의 질서라고 신봉한다. 그들이 척결되어야 할 과거사의 한 부분인 이유다. 그런데 그들은 건재하며 호기롭다. 그들이 존재하는 법은 물타기다. 그들의 변설 아래 선과 악은 공존해야만 된다. 선이든 악이든 인간에게 해를 끼치며, 선이든 악이든 인간을 이롭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변설은 특히 정치인에게 더 잘 달라붙는 법이다. 악을 적출할 권력을 쥔 자가 굳이 손에 피를 묻히는 걸 피하는 까닭이다. 그들은 조장한다. 악에 대한 치열한 성찰과 심각한 반응이 불편한 사회적 분위기를. 선을 지향하는 모든 행위가 트러블 메이커의 전유물이라는 사회의 암묵적 동의를. 그런 풍토는 그들이 이 세상을 농단할 수 있는 환경이다. 어쩌면 자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는 그들의 바람에 여과 없이 부응한다. 그 이념의 이면에 잠재하는 광기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주체들이 거기에 동조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나 소극적으로나 부당거래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그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의 사고방식으로 부당한 일에 침묵하는 대중도 그 교집합 안에 넣을 수 있으나, 대중의 침묵이 결코 동의는 아니다. 다양한 이유로 시장에 동참하지는 못하지만, 주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각 주체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저마다 자기 입지를 다지며, 직접 나서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집단지성에 방향 설정을 위임할 뿐이다. 그 네트워크는 갈수록 조밀해지고 강화되고 있다. 대중이 아직 혁명을 여망하지 않는 것은 우리들이 믿는 질서가 변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바른 거래'는 새로운 이념이 아니다. 그들 기득권 세력이 한사코 부정해 온, 그러나 기원이래 삶의 중심을 관류하는 질서다. 검은 거래 의혹과 로비 의혹에 자진 노출 왕궁가축분뇨공공처리장의 비리는 '익산하수슬러지처리시설 공사 중지'와 '급수체계 개선 소동'으로 이어진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민간사업자에게 부당이익을 공여한 분뇨처리장과는 달리, 공사중지와 급수체계 개선은 주민 편에서 바라봤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익산하수슬러지처리시설 공사 중지는 불법이고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또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짓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국가보조사업을 주민 민원을 핑계로 중지시킨 것은, 착공 전의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자인하는 꼴이다. 익산시는 하수슬러지처리시설 설치사업 설계단계에서 처리공법 논란에 휩싸였는데, 환경부의 정책에 부합하는 시설을 설치하라는 요구가 대종을 이뤘었다. 정부가 폐기물을 에너지로 환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하수슬러지를 건조해서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건조된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고효율의 처리시설을 지으라는 것이었다. 익산시는 오락가락했지만 나름대로는 그런 요구들을 검토하고 설계에 반영했다. 착공 직전에는 '건조공법'으로 시설을 변경해달라는 주민 민원도 제기됐지만, 익산시는 차고 넘치게 검토한 결과라며 '소각 공법'으로 공사를 발주했다. 그런데 공사가 18%나 진행된 마당에서 주민들이 다시 '소각 공법'을 '건조 공법'으로 변경하라고 요구하고 나서자, 익산시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담당공무원들에게 공사중지 명령을 하달했다.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그것은 위법한 일이며 부당한 일이라고 의견을 개진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는 동안 그들의 입장은 급선회했다. 익산시가 덜컥 공사중지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 순간 민선 6기 익산시장과 제3의 업자(건조 공법)와의 결탁 의혹이 제기됐다. 그 며칠 새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벌였을 수도 있는 제3 업체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건조 공법'은 공사 발주 전에 심도 있게 검토됐고, 주민 민원이라는 게 국가 보조금 관련 법을 위반할 만한 타당성을 충족하지 못하며, 공사가 한창 진행된데 따른 손해배상과 국비 반납에 따른 사업 좌절이 불가피한데도 저지른데서 비롯한 것이다. 단지 시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치부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은가. '급수체계 개선 소동'도 그와 궤를 같이한다. 익산시는 수년 동안 시민들이 먹는 물이 안전하다고 지나칠 정도로 강조해왔다. 농어촌공사가 공급하는 고산 어우보 물은 1급수인 데다 익산시의 정수시설에서 생산·공급되는 수돗물은 끓이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고 홍보해 온 것이다. 공무원들이 수돗물을 생수로 먹는 행사도 하고, 그 홍보의 일환으로 익산시는 연중 먹는 물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였다. 그런데 민선 6기가 출범한 직후 익산시의 입장이 180도 달라졌다. 지금 먹는 물은 안전하지 못하니 수자원 공사가 공급하는 용담댐 물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익산시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담당 공무원들이 불가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시장은 그런 의견을 묵살했고, 먹는 물을 바꾸는 문제는 강행되는 모양새였다. 반대 여론이 빗발쳤고, 공론화를 거쳐 공감대가 형성되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졌다. 그런 와중에 익산시장은 원수가 줄어드는 갈수기를 빌미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원수 공급기관은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데도 물 부족을 예단하며 취한 생뚱맞은 조치였다. 시장이 '급수체계 개선'에 이렇게 까지 집착하자, 시장과 수자원공사 또는 시장과 먹는 물 체계 개선사업 관련 중간 업자 간의 결탁 의혹이 제기됐다. 자기를 부정하는 일에 너무나 쉽게 동참한 공무원들 역시 그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시민들의 강력한 반대와 민선 6기 시장의 중도하차로 가라앉았던 급수체계 개선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익산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이 이 예민한 폭발물을 어떻게 다룰지 적잖게 우려된다. 정헌율은 난국의 익산시장을 '자임' 익산시의 행정이 더 이상은 상궤를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뒷거래 의혹을 자초하지 말기를 바란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하지 않던가. 익산하수슬러지처리시설 공사 중지와 관련한 의법 조처와 당사자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그 가늠자가 될 것이다. 오늘 선악의 갈등과 악의 일반화를 꾀하며 자기를 정당화하는 모리배를 곱씹어 본 것은 그들이 지극히 유혹적이기 때문이다. 민선 6.5기를 지휘하는 정헌율 시장은 불행하게도 전임자의 과오를 수습하고 복구하는데 대부분의 동력을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기왕에 행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지를 재확인하고, 척결과 인과응보 정신의 활착을 통해 시민들과의 거래를 완수해주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은 지난 4년을 잃어버린 정부로 규정하는 기로에 섰고, 익산시는 민선 6기 2년을 잃어버렸다. 향후 정 시장의 행보가 무정부 상태를 극복하는 전범의 그것이기를 바란다. 그가 행정전문가로서 난국의 익산시장을 자임했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