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장수란 지혜로워야 한다. 조직을 적절하게 통솔할 줄 알고, 상황을 분석할 줄 알며, 위기를 돌파할 계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장수란 부하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겉과 속이 같고, 한결같이 원칙을 지키며, 옳은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말과 행동이 같게 해야 한다.

장수란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자신의 수족처럼 아껴야 한다.

장수란 두려워하지 않고 앞장서며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새로운 길을 내고, 매순간 결단을 내려야하며, 실행의 오류에서 발생한 모든 결과를 직접 감당해야 한다.

장수란 규율을 세우고 굳게 지키는 사람이다. 사적인 관계에 얽매여 누군가를 감싸고돌지 않으며, 규율을 어길 구실을 찾지 않고, 규율 위에 군림하지 말아야 한다.

이상은 손자가 꼽는 장수의 다섯 가지 덕목 (지智, 신信, 인仁, 용勇, 엄嚴)이다.

이 가운데 신뢰는 모든 덕목들을 꿰는 실과 같다.

신뢰 없이는 일사불란한 실행 체제를 세우기 어렵고, 하나로 뭉치는 연대의식과 물러서지 않는 결속력을 얻을 수 없다.

다섯 가지 덕목 가운데 인(仁), 용(勇), 엄(嚴)은 결국 신뢰를 쌓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필요조건들이다.

장수의 덕목을 오늘 왜 또 생각하게 되는가. 민선 4기 이래 6기, 6.5기에 이르는 3인의 익산시장들이 각각 과도한 용(勇)을 드러내며 조직 장악에 나선 방식들이 유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민선 4기는 출범 직후에 팀제를 도입했다. 일하지 않는 공조직에 경쟁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뜻이었다.

자치단체의 장이 '관리형'에서 '경영형'으로 전환한다는 선언적 의미도 담겨있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보직을 박탈하거나 부여하는 팀제는 결국 실패했다.

공조직의 경쟁 시스템을 확립해 줄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지 못했던 탓이 컸다. 그래서 날려놓고 붙는 경쟁이었다.

너도나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기 위해 골몰했고, '팀'들은 별동대가 되었다. 업무공조는 커녕 갈등과 반목, 불안감이 만연했다.

부정적인 기류는 온갖 억측을 낳았고, 급기야 팀제가 숙청의 구실 아니냐는 의구심들이 피어올랐다. 팀제가 선거과정에서 상대 익산시장 후보를 도왔거나 지지한 공무원들을 솎아내기 위한 작업에 불과한 것으로 폄훼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지표 없는 '발탁'은 결국 조폭의 '길'

아무튼 발탁인사의 저변에는 조직 장악의 의도가 깔려 있다.

그래서 발탁인사가 객관적 지표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줄서기'를 부추기게 되어 있다.

팀제는 그런 공조직 내부를 통찰하지 못한 채 강행 된 탓에 본질을 왜곡하며 예상치 못한 난맥상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민선 6기는 미흡하나마 어떤 기준도 없이 대놓고 숙청의 피바람을 일으켰다.

민선 4~5기에 잘나가던 공무원들은 비위공무원이나 되는 양 본청에서 추방되거나 승진에서 탈락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승진하며 조직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것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표방이었고, 무소불위, 즉 조폭의 규율이었다.

또한 단체장의 무모한 용(勇)은, 공무원들이 해서는 안 될 일도 지시를 받으면 하게 되는 길들이기의 기제였다.

조직 장악력으로는 그만한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란 실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깊다. 민선 6.5기가 안고 있는 난제들이 그것을 명증한다.

그런데 민선 6.5기는 또 성과평가제를 6급에까지 적용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다. 들여다보면 민선 4기의 팀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익산시 조직이 이미 그 의도를 불신하고 있다.

그 불신의 한 축은 과거 지표의 객관성 결여에서 비롯하고, 또 한축은 권력의 무한욕구에 따른 경계심에서 비롯한다.

조직 장악력은 장수의 핵심능력이다.

그러나 장수가 다섯 가지 덕목 전체에서 결핍을 보이고, 우격다짐으로 투영되는 용(勇)과 엄(嚴)으로 군림하려 하면 필경 파멸의 길에 떨어지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