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몇 년 전의 일이다. 한 도내 일간지의 익산지국에서 신문을 보급하고 수금을 하며 생활을 영위했던 청년 B가 갑자기 다른 신문사 기자가 되었다. 이색적인 사건이라 할 만 했다.

그에 앞서, 같은 신문사 익산지국에서 수년 동안 광고일로 명성을 날리던 C 중년이 또 다른 신문사의 기자가 됐었기에 도내 신문사들의 인재 채용방식이 파격적으로 투영됐다.

신문업의 최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을 신문업의 중추이자 간판인 기자로 발탁하는 언론사 사주의 내공이란 어느 정도 일까.

경영의 귀재라 평가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뒤집어 보더라도, 경영위기에 빠진 신문사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론사가 공신력을 먹고사는 동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정상이 정상화에 기여하리라고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라는 게 주변의 중론이었다.

기자가 본령에서 벗어나 영업활동에 치우치면 사법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언론사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리라는 예상에 기반한 진단이었다.

한 지역 언론사의 대표는 당시, 기사도 한 줄 못쓰는 B와 C 등 두 기자들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 점에서 내 생각은 달랐다. 기사 작성법이나 기자로서의 소양은 갈고 닦으면 되는 일이기에, 그들이 기자로 거듭나는 여부는 해당 신문사에 달려있었다.

그러나 신문사는 산고의 고통을 겪지 않았고, 두 기자는 자신들이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는 일에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그저 행정기관이 제공한 보도자료 바이라인에 이름을 올리는 현상유지에 자족하는 모습이었다.

오직 처음부터 기자였던 A 한 사람만이 기사를 생산할 뿐이었다.

A는 누구인가. 끊임없이 이익을 쫓으며 소위 '작전 기사'를 쓰는 사람이다. 혹자는 그를 치고 빠지는데 능수능란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채찍과 당근으로 권력주변에서 자기 입지를 확보하며, 패거리주의에 경도되어 낯 뜨거운 기사를 서슴없이 제조하는 사람이다.

절박한 정치인과 정치인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그 틈바구니에 자신의 서식환경을 만드는 기생형 기자다. 그의 민첩성은 형세의 유불리에 따라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할 때 잘 드러났다. 그에게 양쪽에서 인간적으로 공유하며 취득한 정보는 관계의 무기가 되었다.

그런 A가 B와 C의 직계 기자 선배인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B와 C가 기자가 되는데 A가 작용했다. 똘똘 뭉친 그들이 한 지붕에 있을 때 이른바 작전세력으로 사람들의 입 길에 올랐던 배경이 그런 설에 힘을 실어준다.

B와 C가 각각 도내 다른 언론사들의 익산지국을 하나씩 꿰차며 흩어진 뒤로도 A와 함께 끈끈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형성한 특수 관계에서 비롯한다.

A는 B와 C가 독립한 뒤부터 자신이 생산한 기사를 두 기자에게 공급하며 자신의 입지를 유지해나갔다.

덕있는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 의로운 사람, 선한 사람들을 복지부동케 하는 임기초 최대의 패착

C의 경우는 그의 기사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그대로 송고하고, 두 개의 신문에서 똑같은 기사를 각각 다른 이름으로 보도해 독자들을 황당케 하는 일이 잦았다.

B역시 초기에는 그와 같았으나, 나중에는 그래도 A의 기사를 몇 곳 수정하는 노력은 기울였다.

하지만 자기가 쓰지 않은 기사가 자기 것이 될 수는 없는 일이어서 A의 꼭두각시이기는 C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와중에 B는 다른 언론사를 전전하다가 언론계를 떠난 듯 했는데, 민선6기 익산시장 후보의 캠프에 홍보 담당역으로 홀연히 나타났다. 당내 경선에서 후보가 탈락하자 B는 또 후보와 함께 사라졌다가 민선6.5기 익산시장 후보 캠프에 다시 나타났다.

B는 자신이 후보와 인척간이라고 소개하며 잘 부탁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하니 그가 캠프의 언론 담당으로 오게 된 일을 납득할 수 있었다.

선거는 끝났고, B가 종사했던 캠프의 후보가 익산시장으로 당선됐다. 이제 두 달이 지난다. 민선 6.5기 익산시장은 B를 채용하기 위해 익산시 기구에 미디어 홍보계를 신설하려 한다는 설이 나돈다.

익산시는 미디어 홍보와 직소민원 등 두 자리(6급 상당 계장)의 채용 공고를 낸 상태이니, 새 시장의 논공행상에 따른 내정설에 무게가 실린다.

B가 선거 과정에서 얼마나 혁혁한 전공을 세웠는지는 밖에 있었던 사람이 알 방도는 없다.

다만, B가 어정쩡한 기자였던 점과 지역 언론계의 현역 사고뭉치 기자와 한통속이라는 점, 불순한 기자 그룹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잖은 우려를 낳는다. 호가호위 하면서 편을 가르고 언론계를 왜곡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그것은 참 언론을 배제하고 사이비 언론을 선호하는 풍조를 낳을 것이다.

우리는 민선 6기에서 그것을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B가 공직을 얻어 폭주한다면 1차 피해는 시장이 입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안기게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맹구지환(猛狗之患, 사나운 개가 있는 가게에는 손님이 오질 않는다)이란 고사가 있다. 어느 조직이든 사나운 개가 있으면 인재들은 떠나가게 마련이다. 사나운 개란 사람이 덜 된 이를 일컫는다.

사람이 되려면 덕을 닦고, 배움을 익히고, 의로운 쪽으로 옮아가고, 선해져야 한다. 백가쟁명의 시대, 전란의 시대를 살았던 공자는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평화의 시대, 행정전문가를 자처하는 자치단체 수장이 이른바 사나운 개를 지근거리에 두고 키운다는 것은 그보다 더한 자기부정이 없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는데, 덕있는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 의로운 사람, 선한 사람들을 복지부동케 하는 만큼 조직의 해악은 없지 않겠는가. 임기초 최대의 패착이라 할 만하다.

B에게는 나아가고 물러남의 지표를 숙고해 보길 청한다.

그 지표는 주역(周易)에 있다. 덕미이위존(德微而位尊, 인격은 없는데 지위는 높고), 지소이모대(智小而謀大, 지혜는 작은데 꿈이 크면), 무화자선의(無禍者鮮矣, 화를 입지 않는 자 드물 것이다)

그래도 공직에 나아갈 뜻을 굽히지 못하겠다면, 시간을 갖고 소양을 기른 뒤에 도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