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최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추진이 언론 또는 미디어의 방향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방송 1위 사업자 간 초대형 빅딜이고, 75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유료방송 공룡 사업자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미디어의 공공성 담론은 적잖은 국민들의 일상 속에서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부분도 있다. SK텔레콤 또는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의 케이블방송·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알뜰폰 유무선 서비스 인프라와 가입자를 흡수하면서, 844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KT와 유례없는 규모의 경쟁 또는 품질 경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의 경쟁이 간단없이 충돌하며 불규칙하게 일으키는 격랑 위에서 표표히 파도타기를 즐길 수만은 없는 게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이 미디어는 삶의 편의에 기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 나라 여론의 향배를 좌우하는 거대한 해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방송 추진과 심의 과정에서 제기됐던 소수 거대 언론들의 여론 독점에 따른 폐해 우려가 다시 나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신문이 방송을 겸영할 수 있도록 미디어법을 개정하면서까지 3대 종편을 허가했지만, 이 종편들은 심의 당시 거론됐던 '편파성'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국민들에게 심대한 걱정을 끼치고 있다.

구매력 있는 시청자들은 이들 종편을 외면한다.

하지만 텔레비전 앞에 있는 시간이 많은 고령층들은 불공정한 토론 프로그램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나머지 정보의 오류를 가려낼 기준(진실) 확보의 겨를을 갖지 못한다. 무방비 상태에서 기득권의 이념 혹은 특정 목적에 피폭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새누리)은 당시 미디어를 산업 프레임에 가두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법 개정의 주된 이유로 내세웠으나, 그것은 허구였다는 것을 목하 종편들이 증명하고 있다.

외국자본과 대기업의 방송 진입을 허용한 결과이고, 대기업은 종편 경영으로 상당한 이문을 볼 것으로 내다봤으나, 종편이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흥미 위주 혹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 제작에 치우치면서 그들 내부의 목적마저 달성하지 못했다.

사회적 이슈를 희화화하고, 인물이나 단체의 이미지를 왜곡하며, 여론을 오도하면서 구매력 있는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더구나 이 나라의 방송사업은 이미 포화상태에 돌입한 지 오래다. 여기에 공룡 방송의 진입은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을 부추길 공산만 높아졌다.

이미 종편이 겪고 있는 한계와 고통이 방증하다시피, 제한적인 광고시장의 파이를 과다한 방송들이 다투게 될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프로그램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잇따른 구조조정과 수요 감소의 악순환으로 우리가 이제까지 보지 못한 미디어의 수난, 아니 시청자들의 암흑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언론들의 정글식 생존경쟁은 독과점을 심화시켜 언론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획일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기업의 공룡화는 소형 채널들의 도태를 부른다는 것을, 굳이 선진국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엄존하는 자본주의의 법칙이 말해준다.

우리는 특히 미디어법 개정 이후 언론 전체가 정부의 통제하에 놓일 것을 노심초사한다.

신문과 방송을 겸영할 능력을 가진 대기업 언론들인 조·중·동 등의 종편 보도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현저하게 감소한 탓이다.

언론의 침묵은 왜곡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친 재벌 언론들의 방송장악은 경제 우선의 논리에 힘을 싣고, 분배의 정의를 말살해 빈익빈 부인부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 배후에서는 부정부패와 비리가 만연하지만 여론시장을 독점하는 언론이 이를 덮으면 국민들은 시계 제로 상태에 떨어질 것이고,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미디어 권력은 정치는 물론 시장까지 지배하게 될 것이다.

선거 여론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여론에 기반한 중앙정부, 관계부처, 정치인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 덩치와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비대해질 것이다.

시장 논리 아닌 사회적 핵심가치를 기준 삼아야

또 전면에서는 특히, 독과점은 갑질을 낳는다.

방송시장의 점유율을 통제해 재벌·대기업의 지배력 확대를 엄격히 제한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방송법은 산업논리가 아닌 민주주의 원리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방송의 공공성과 여론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

정부의 두 사업자 간 인수합병 심사 책임이 막중한 이유다.

전파는 국민의 재산인데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방송사는 정부와 국회가 양산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미디어법에 바로 세우는 일은 그 과오를 씻는 길이다.

국가의 중요한 가치에 미치는 이번 인수합병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한 후 입법을 먼저 추진하고, 그렇게 도출된 기준으로 언론기업의 공룡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미디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라, 여대야소일 때 정부 편향의 의도적 결과를 도출하려 했던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망각한, 정치권력의 방송장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환경을 내세워 시장과 여론을 독점하는 언론사 만들기를 정부가 포기하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언론의 취재 본능을 거세하는 폭거다.

언론환경에 대해서 이제는 더 이상 붕괴될 멘탈도 없다고 느끼는 국민의 정서를 어떻게 읽고 있느냐가 이번 인수합병의 방향성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