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공인배

전방 조규옥 회장이 익산일반산단에 입주 할 '익산공장 철수'를 선언했다. 1천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1단계 공장의 부분가동을 며칠 앞둔 상황에서다. 익산시는 주눅이 들었다.

익산시의회 손문선의원과 지역언론이 전방을 내몰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손의원은, 익산시가 토지분양 규정과 관련조례를 어기면서 토지사용을 승인한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다. 그 결과 전방은 공장부지(5만4천평)의 분양대금 221억원을 지불하지 않고 공장건설에 들어갔으며, 익산시와 전라북도에서 각각 100억원씩 지급하는 투자유치보조금 200억원으로 분양대금 대부분을 상계처리하게 됐다.

221억짜리 익산시 공유재산을 21억만 받고 특정 기업에 넘기면서 시의회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는 손의원의 지적은 정당하다. 그런데 전방 회장은 손의원은 물론 그걸 보도한 지역 언론이 "나를 구차한 협잡꾼 같은 기업인으로 만들어 내쫓고 있다"며 철수 결정 이유로 내세운다.

의원은 집행부를 견제하는 소명에 충실했고, 언론의 보도는 행정행위가 추구해야 하는 형평성의 가치에 무게를 둔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전방은 익산일반산단 85만평 가운데 한 조각을 차지할 뿐이다. 나머지 부지분양 과정에서 전방이 선례가 되어 걸림돌로 작용한다면 익산시가 감수해야 할 피해는 과중하다. 

더구나 익산일반산단은 2천2억여원의 빚을 끌어다 시행한 순수 익산시재정사업이다. 토지를 분양해서 빚을 갚을 돈을 회수해야 하는데, 전방 처럼 투자유치금 명목으로 대부분의 분양대금을 탕감해주고 나면 익산시 재정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하지만 익산시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실익을 위해 당장의 손실을 감수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월 평균 300명씩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타지역 사람들을 끌어들여 적정한 도시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급하다. 세원을 창출하는 생산활동과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보태는 선순환구조 구축기반이 절실하다.

그러나 그 성장동력 확충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지리적인 한계가 가장 크다. 산단을 조성하고자 할 때 익산시가 가장 큰 장점으로 고려했던 교통요충지로서의 경쟁력 조차도 퇴색된지 오래다.

주변이 광속으로 변하고 있는 탓이다. 철도와 항만은 물론 공항까지 보유한 이웃 군산은 대기업들을 블랙홀 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애초에 익산시의 산단 조성사업은 무리였다. 하지만 소비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내세울 경쟁력이 없는 산단 채우기에 이한수 시장과 공무원들이 공격적인 기업유치 활동을 벌이며 악전고투하는 배경이다.

익산시의 일반산단 투자유치실적은 지난 10일 현재 8,300억원에 달한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 가운데 5천억원 정도는 아직 입주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예상 규모다.

만약 전방과 같은 기업이 도중하차 하고 철수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들의 동요는 불보듯 뻔하다. 이런 상태에서 신규 기업유치를 꿈이라도 꿀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전방 조규옥 회장은 그런 절박한 이한수 시장을 쥐고 흔들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직원 300명과 친구 10여명을 거느리고 익산시 수뇌부를 점령했다.

사전예고나 집회신고도 없었던 불법 난입이었다. 이 초유의 사태에 놀란 경찰서장은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지를 표명했지만, 이한수 시장은 익산시의 미래를 위한 초법적 판단을 주문하며 선처를 호소해야 했다.

이렇게 익산시의 미래를 짊어진 이 시장의 버거운 어깨를 멀리서 바라보던 의회와 지역언론계도 이 날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대오 의장을 비롯한 12명의 의원과 이한수 시장, 15명의 언론인 등이 배석한 회의실은 조규옥 회장이 압도했다.

조 회장의 일장연설은 1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자신이 기업인으로서 걸어 온 길, 전방의 몸 값, 이한수 시장의 지칠 줄 모르는 기업유치 활동에 반해서 마지막으로 고향인 익산에 공장을 짓기로 한 배경, 거기에 곁들인 호통과 훈계가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 시청 1층 로비에서부터 계단과 2층 복도를 가득 메운 전방의 3백여 직원들은 "손문선이 나와라 손문선이 누구냐"고 고함을 지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조 회장은 그 흐름을 타듯 고향을 위한 자신의 선의를 부각시키다가 시의원들을 향해 일갈한다. "그런식으로 하면서 가슴에 어떻게 배지를 달고 다녀요. 부끄럽지 않아요" 담당국장에게는 자신이 'x자식'이라고 말한 것을 재확인 하며 자랑한다.

전방 회장의 망발 앞에 무릎 꿇은 시의원

시장과 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읍소하면서 조 회장을 진정시키는 가운데, 의회의 최고 연장자인 송병원 의원은 조회장 앞에 무릎을 꿇고 동료의원을 대신해 사죄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지론을 펴면서 손문선 의원을 향해 거칠게 "이봐 당신, 대한민국 법이 지금 당신을 살려주고 있는 줄 알아! 알았어? 건방진놈의 xx"라고 망발 했다.

조회장은 노기는 시장실로 옮겼을 때도 이글거렸다. 다리를 꼬고 의자에 몸을 파묻은 상태에서 담배를 꼬나 문 그의 눈에는 익산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이 날 조회장의 망동을 둘러싼 집단 패닉상태는 몇가지 질문을 남겼다. 조 회장은 과연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가. 거기에는 익산시의 최고 결정권자가 있었고, 지역 주민 대표들이 집합해 있었다. 불문곡직 매질을 하고도 기업 철수 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자리를 뜬 그는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또, 법이 없었다면 조 회장의 손에 죽었을 손문선 의원은 조 회장과 직원들에게 무엇을 사과한 것일까.

앞으로는 주어진 책무를 내팽개치겠다는 것인가. 손문선 의원의 행동도 올곧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석명'이었을 지언정 '사과'를 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송병원 의원은 무엇을 위해 무릎을 꿇었을까. 집행부의 위법행위를 의원이 지적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분별없는 송의원의 행동은 달리 해석 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누구도 조 회장에게 그런 폭거를 촉발할 단초를 제공하지 않았다. 도대체 등가가 맞지 않고 상궤에서 전혀 벗어난 기업인의 행패는 시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 이 순간도 기업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노심초사하는 이한수 시장이 펄쩍펄쩍 뛰는 것이 눈 앞에 선한데도, 나는 왜 이런 글을 써야만 하는 것인가.

지난 7일 익산공장의 철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었던 전방 이사회가 무기한 연기된 이 살얼음판 같은 상황에서 아마도 나는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