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왕궁축산분뇨처리장 시공·운영주체인 뉴워터 주식회사와 익산시 사이에서 음울한 구멍을 발견한다. 그들만의 통로가 명백하지만, 그들의 사통은 보편적 눈에 잘 발각되지 않는 특질을 지닌다.

구멍의 실체는 단순해 보인다. 왕궁축산분뇨처리장을 건설한 뉴워터(주식회사 벽산)는 협약상 준공기일을 233일이나 넘긴 뒤에야 정상가동 했으며, 익산시는 그 지체 배상금으로 91억2,969만원을 물려야 하는데, 11억2,000만원을 부과하고, 실제로는 31일의 지체분인 1억4,900만원만 받고 끝냈다.

이 구멍은 통로가 구불구불해서 반대쪽을 볼 수 없다. 뉴워터는 '수익형 민자사업 표준 실시협약'에 따라 91억2,969만원의 지체상금을 납부해야 하는 당사자인데, 11억2,000만원만 부과해 80억969만원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 익산시는 그 행정행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법에 따라 기성금 지급분을 지체일수에서 공제하고 저류조 공사와 진입도로 개설 공사 등을 분리해 산출한 결과가 11억2,000만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익산시와 뉴워터의 실시협약서는 '시설을 사용하지 못한 채 준공일을 초과한 기간'을 지체일수로 규정하고 있다. 실시협약은 당사자간의 검토와 협의를 통해 체결된다. 달리 말해 왕궁분뇨처리장 실시협약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민간투자법이 절충된 결과물이다.

익산시가 협약대로 뉴워터 주식회사에 지체상금으로 91억2,969만원을 부과했어야 마땅한 이유다. 거기에 누구도 어떤 기관도 시비를 걸 건더기가 없다.

게다가 지체상금은 국고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 자체 수입이 된다. 가뜩이나 예산부족으로 숙원사업들이 터걱거리고 있는 경색국면에서 90억원이 얼마나 큰 재원인가. 도산위기에 처한 지역 중소기업들의 회생 마중물 규모가 1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90개사를 살려 1천개 가까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익산시 담당 공무원들은 민간투자기업 뉴워터를 위해서 지체상금을 더 적게 부과 할 방법을 찾았다.

소위 '법에 기성금을 지급분을 공제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그렇게 해도 되느냐'를, 정부종합감사장에서 부산스러운 안행부 직원과 전북도 감사실 직원에게 구두로 물었다. 변호사 1인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그들의 답변은 구속력을 지니지 못한다. 사안을 구체적으로 검토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책임성이나 대표성을 지니지 못했다. 익산시 공무원의 질문에 "공제해도 된다"고 구두로 답변했다는 전북도 감사실 직원이 그것을 단적으로 반증한다. 그는 "그런 질문을 받는 적이 없다"며 펄쩍펄쩍 뛴다.

또한 질의에 대한 변호사의 검토 의견은 참고 사항일 뿐이다. 공무원이라면 알아야 한다.

특히, 익산시 담당 공무원들은 일반적으로 구하는 유권해석 방식을 배제하고 그들만의 특수한 방식을 채택했다. 일반적 방법은 관련 중앙부처에 서면으로 질의하는 것인데, 대립하는 '갑'설과 '을'설을 명확하게 제시해 법률적 실무적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예컨데, 왕궁축산분뇨처리장의 지체상금 부과문제에 대해 유권해석을 구하고자 했다면, "실시협약에 따라 기성금이 지급된 기간을 지체상금에서 공제할 수 있으나, 기성금 지급분을 지체일수에 불산입하기 위해서는 시설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같은 법리에 따르면, 왕궁축산분뇨처리장의 경우는 처리수가 목표수질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무용지물이니, 사용하지 못하는 기간의 기성금 지급분을 지체상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는 '갑'설과, "기성금이 지급된 부분을 공제해 지체상금에 불산입 할 수 있다"는 '을'설 중 어느것을 따라야 하는가 하고 질의했어야 한다.

하지만 익산시 담당 공무원은 자신에게 필요한 답변을 유도 했다. 단순히 '을'설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질의한 것이다.

이렇게 익산시 공무원들이 보여준 일련의 행정행위 일체는 '고의성'을 방증한다. 공무원들은 작위와 부작위를 총동원해 민간사업자에게 이익을 안겨준 것이다. 이것이 사정기관의 단죄 대상이었다.

감사원과 전북도 감사실은 이같은 익산시 담당 공무원들의 배임행위에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 의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도 감사실의 태도가 별안간 급선회했다. 엉뚱하게도 실시협약을 잘못 체결했다며 담당 공무원들을 '훈계'하는 것으로 왕궁축산분뇨처리장 지체상금 부과 의혹에 대한 감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심판 결과가 그 이유였다. 이 중재원은 왕궁축산분뇨처리장이 준공하기까지 익산시의 여러 귀책사유를 들어 31일만 지체일수로 인정해 1억4,900만원을 지체상금으로 부과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교활한 익산시 담당 공무원들

기막힌 반전이다. 전북도 감사실은 중재원의 판정대로 익산시가 지체상금을 부과하고 납부받은 이상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재원의 판정 결과가 익산시 담당 공무원들이 저지른 배임행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특히, 당초 11억이 아닌 90억을 부과했으면 중재원의 심판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었다. 담당공무원들의 앞선 부적절한 행위는 오히려 중재원의 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에 죄가가 더 무거워졌다.

전북도 감사실의 결정이 논점 일탈의 오류를 범했다고 단정 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담당 공무원들의 교활한 행태다. 91억2,969만원을 부과하지 않고 11억2,000만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해 8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 익산시는 이미 중재원의 심판 결과를 받아 고지서를 재발부 한 뒤 1억4,900만원을 최종 납입받은 뒤였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이 전에 11억2,000만원을 부과하게 된 어불성설의 배경을 설명할 뿐 감사원을 거쳐 전북도 감사실의 감사 결과가 막바지에 이르는 5개월 여 동안 감춰오다가 불쑥 중재원 판정서를 내밀었다.

공무원들이 대시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공무원들은 동시에 두가지 효과를 획득했다. 도 감사실은 예기치않은 사실 앞에 흔들렸고, 법무법인을 동원해 중재원에 심판을 청구한 뉴워터 주식회사를, 법률지식이 일천한 공무원에게 직접 상대케 해 패소한 부작위에 의한 배임을 논죄 할 시간을 훔쳤다.      

또한 익산시는 '실시협약에 중재원의 심판에 대해서는 일절 이의를 제기 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삽입, 중재원에 초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이같이 이해당사자의 더이상의 구제방법을 제한하는 조항은 '법 앞에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을 위반한 협약으로 원천무효다. 익산시는 당장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살펴본 바와 같이 배임행위에 대한 단죄와 중재원 심판에 의도적으로 패소했을 경우에 대한 단죄는 일사부재리원칙을 적용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