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신문 기자 송승욱

문득 그분이 떠오르는 건 우연인가.

시민들에게 금강물을 섞어 먹이고는 문제가 불거지고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결재는 했으되 보고받지 않아서 모르는 일이라 했던 그분.

누구나 눈에 보이는 잘못이 있었기에 기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잘못을 비판하고 바로잡기를 요구라도 할라치면, 그 특유의 방법으로 묵살했던 그분.

며칠 전, 거짓부렁으로 인해 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지만, 전화상으로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공개사과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그나마 그게 사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길인데도 말이다. 진솔한 모습으로 시민 앞에 서겠다고 공언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에 나서야 할 판인데도 말이다.

허위의 사실은 공공연하게 떠벌려놓고, 사과는 떳떳하게 하지 못하고 숨어서 하겠다는 심보는 도대체 뭔가.

그 정도도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것인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그러는가.

보도자료는 냈으되 자신은 몰랐고 홍보파트에서 한 일이라고 해명에 나선 모습이, 어찌 그리 그분과 닮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굳이 홍보파트에 전권을 위임했는지 따질 필요도 없다. 어차피 사과의 주체는 총 책임자로서 마땅히 그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차마 웃지 못 할 장면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오후 1시 35분께, 그의 선거캠프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여론조사 도마에 오르다.’

제목 자체부터 그야말로 밑도 끝도 없다.

의뢰자의 입맛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맞춰지고 얼마든지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면서 조사 스폰서, 여론조사 조작 유혹 등을 운운했다.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선관위의 지도·감독을 거쳐 미리 신고하고, 질문 하나하나에서부터 혹시나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 비밀을 유지해가며, 제3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하게 실시했음에도 말이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다.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대단히 낮게 나왔기에 말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본 기자 또한 적잖이 놀랐고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선거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볼 때,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가 앞서있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쩔 도리가 있나.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것이 사명인 기자인 것을. 각색할 능력도 없거니와, 당연히 법적으로 각색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여론조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을 가진 듯하다. 보도자료는, 얼마든지 정치적 배후가 있을 수도 있고 조작이 가능하다는 의혹을 뚜렷한 근거 없이도 적잖이 내비쳤다.

사전에 확인이 있었을 리도 만무하다. 도무지 기본이 없다.

더 큰 문제는 배포된 보도자료에 얼토당토않은 허위사실이 득실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익산 전 지역에 무료 발표라든지, 재정자립도가 취약할 뿐만 아니라 기자 수가 1~2명에 불과하다든지, 비용으로 수천만원까지 들였다든지 등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응답률을 해석하는 능력은 더욱 가관이다.

표본 1,201명에 응답률이 2.8%인데, 34명의 숫자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 주장대로라면, 34명 전화하려고 수천만원을 쏟아 부은 셈이 된다. 먹고 죽으려 해도 그럴 돈은 없다.

여론조사는 정확히 표본인 1,201명의 응답을 들었고, 응답률이 2.8%이기 때문에,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셈을 해봐도 총 전화시도 횟수는 4만2,000통이 넘는다.

이 같은 행위는 형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는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법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 못지않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혹여 형법상 범죄의 위법성이나 책임이 조각된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는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것쯤은 더욱 더 잘 알고 있을 터다.

더욱이 ‘정직과 원칙, 열정, 미래에 대한 준비, 사람에 대한 사랑을 고루 갖춘 리더’를 표방하며 시민 앞에 선 인물이라면, 그 책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로 인한 피해는, 그 대상이 공신력을 최우선과제의 하나로 삼고 진실을 전하는 것을 굳게 지켜야 할 사명으로 하는 언론일 경우 더욱 크고, 그 파장은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다만 조롱과 야유와 비아냥 등의 최소화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그들은 같은 날 저녁 9시께 보낸 정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로써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정말 잘 모르고 있는 듯했다.

다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처음에는 사과를 위해 사무실로 찾아온다고 연락이 왔다.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사과가 아니라,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불응을 하고 있다.

전화로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공개적인 사과는 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시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더욱이 그는 며칠 전 인터뷰 자리에서 익산지역에 언론이 너무 많다며 논조를 같이하는 언론사 간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본 기자가 몸담고 있는 언론사의 경우 통합 없이 현재의 상태로도 독자적으로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언론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렇게 자신이 인정했던 언론사를, 불과 열흘 남짓 만에 마치 돈의 유혹에 빠져 여론을 왜곡한 것인 양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했던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인사치레 치고는 상당히 과했던 칭찬이었기에 그렇다.

여론조사 결과가 자신의 맘에 들지 않자, 투정을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아니할 수 있겠는가.

그러하기에, 다시 한 번 고언을 전한다.

시민 앞에 떳떳하게 서고 싶거든, 자신의 잘못에 대해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사과하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