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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으신 분들의 왕림


송승욱 기자

도지사님 뵈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해요?”

면담 신청을 하시면 일정을 조정해서...”

안 해 봤겠어요. 몇 번을 해도 안 되니까 그렇지요.”

함라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최재철 위원장은 평소와는 달랐다. 차분했다.

이골이 난 것일까. 높으신 분들이 대거 왕림에 주눅이라도 든 것일까.

아니다. 벼르고 별렀을 것이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다. 기회는 오늘 뿐이니까. 다시 언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내, 그는 결국 분을 참지 못했다. 고함도 치고 마룻바닥을 연신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울부짖었다.

지난 12일 오후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집단 암 발병 사태가 벌어진 함라 장점마을을 찾았다. 사태가 불거진 후 첫 방문이다. 그렇게 목 놓아 울었어도 여태 한 번도 찾지 않았던 높으신 분이다.

이춘석 국회의원도 왔다. 도지사가 오고 금배지 단 분이 오니, 시장이며 시·도의원이며 보좌관이며 국·과장이며 온갖 공무원들도 총출동했다.

주민들은 냉랭했다. 당연했다. 높으신 분들 중 일부는 이미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 앉아만 있었다. 송 지사는 사과를 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허나 주민들의 목소리가 잦아지자 이내 짜증스런 투로 변했다. 비료공장의 불법에 행정의 무관심, 업무 해태가 빚어낸 참극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판이다.

백번 양보해 주민들의 요구가 얼토당토않더라도 보듬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경우에 따라 적당히 하라는 식으로 들릴 만한 언사도 들렸다. 어불성설이다.

어느 한 높으신 분은 주민들을 기다리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여느 행사장에서나 볼 법한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장점마을이 상갓집이란 사실을 일러줘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였다.

불과 이틀 전에 돌아가신 분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서울 상경 집회를 다녀온 주민들이다.

그들에게는 주민들과 마주앉아 얘기를 듣고 보듬는 것이, 그저 매일 하는 의례적인 일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일까. 그래서 말이 길어지고 반복되면 짜증으로 변하고, 뒤에서는 시시덕대다가 앞에서는 죽은 듯이 있는 것일까.

높으신 분들에게는 우리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공감능력 대신, 직면한 상황을 적당히 넘기는 능력이 주어지는 것일까.


19-12-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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